한인청년 죽음에 美마을이 울었다
[동아일보] 2007년 02월 01일(목) 오전 02:59
[동아일보]
“이렇게 보내려고 그 고생을 했는지….”
이국땅에서 대낮에 느닷없는 강도의 총격으로 아들을 잃은 노부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들이 살던 동네도 슬픔에 잠겼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근교 메릴랜드 주 프린스조지카운티 단독주택가의 작은 상가. 노란색 경찰 차단 테이프가 쳐져 있는 리쿼스토어(값싼 양주, 복권 등을 파는 소매점) 정문 앞에 추모의 꽃다발들이 놓여 있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도와 형과 함께 가게를 보다 숨진 노승훈(32·사진) 씨를 애도하며 흑인 주민들이 놓고 간 것들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그렇게 착하고 열심히 사는 젊은이들을 본 적이 없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승훈 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3시 반경 가게에 침입한 복면강도 2명의 총에 맞아 숨졌다. 형 승렬(33) 씨도 총에 맞아 중태지만 30일 현재 간단한 의사 표시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비는 넘긴 상태다.
워싱턴과 프린스조지카운티를 합쳐 지난 주말에만 강도를 당해 숨진 사람이 6명에 이를 정도로 강력범죄가 빈발하지만 승훈 씨의 죽음은 주민들에게 특히 큰 슬픔을 안겨 줬다고 지역 언론들은 전했다.
승훈 씨는 1989년 미국으로 건너온 노일룡(63) 씨 부부의 세 아들 중 둘째. 중학교 때 미국에 온 승훈 씨는 버지니아공대를 졸업했고 형 승렬 씨는 조지아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밟아 온 엘리트. 2년 전 아버지 노 씨가 심장수술을 받게 되자 이후 형제가 부모님 가게 일을 돕다 변을 당했다. 형제는 밤늦게 오는 손님을 위해 오후 11시까지 가게를 지켰고 때론 가게에서 숙식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 이들은 정직하고 따뜻한 사람들로 소문나 있었다. 주민들은 승훈 씨를 추모하기 위한 기금 마련 운동에 나섰다.
장남 승렬 씨가 입원한 워싱턴병원으로 찾아온 위문객들 앞에서 노 씨 부부는 착하고 공부 잘하던 둘째 아들을 먼저 보낸 슬픔에 무너졌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조문과 문병을 겸해 온 워싱턴 총영사관 직원들 앞에서도 설움에 복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프린스조지카운티 경찰국의 다이앤 리처드슨 대변인은 “2만5000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범인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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