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는 우주론 담은 세계 유일 국기"
[노컷뉴스] 2006년 12월 08일(금) 오전 10:47
한국천문연구원 심볼마크
"천문연은 항상 여러분께 문이 활짝 열려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같다고 생각하셔도 됩니다."촉촉한 겨울비가 흩날리던 7일, 오늘 '점심특구여행'은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석재)에서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우선 천문연의 상설전시관을 둘러본 뒤 연구원의 은하수홀에서 박석재 천문연 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박 원장은 "과학대중화를 위해 천문연의 담장을 허물었다. 정문을 통과하지 않고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고 은하수홀에서는 주제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어떤 행사도 개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연구원에서 야심차게 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꿈돌이를 되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꿈돌이 없는 과학공원은 미키마우스 없는 디즈니랜드"라며 "대전의 가장 큰 실수가 꿈돌이를 버린 것"이라고 전했다.
"꿈돌이는 대전시의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이 꿈돌이를 대전시에게 돌려주는 것입니다. 하다못해 대덕특구만이라도 꿈돌이를 되살려야 합니다."그의 소망을 반영하듯 천문연 입구에는 오랜만에 만나는 꿈돌이가 있다. 이는 꿈돌이랜드에서 연구원에 기증한 것이다.
박석재 원장의 짤막한 인사 뒤로 참석자의 질문도 있었다. 한 참석자는 "우문이지만, 천문연에서는 별자리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 호탕하게 웃던 박 원장은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다. 사람들이 천문연을 기상청이나 점치는 데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실제로도 있다"며, "점괘는 재미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질문에 덧붙여 박 원장은 우리 개천절과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는 말을 전했다. 그는 "우리 조상은 천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어느 나라에도 뒤쳐지지 않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며 "세계 어느 나라도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개천절을 쉬지 않는다. 이 날을 그저 쉬는 날로 무의미하게 보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원장은 "태극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주론을 담은 국기다. 이걸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며 "민족혼이 깃든 것들을 다시 찾는데 천문연이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원장과의 짧은 만남 후에는 역사 깊은 우리 천문학을 알리는 동영상 '우주로의 산책'이 상영됐다. 그 이름이 알려주듯 산책하는 기분으로 돌아본 천문학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이어 천문사업센터의 양홍진박사가 전통천문학에 대한 설명을 했다. 우리나라는 청동기시대 때부터 별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청동기 시대 고인돌에는 지금 70여개의 별자리 그림들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덕흥리 무덤의 견우와 직녀, 은하수 그림은 과학적으로 그려진 그 탁월함에 놀라게 된다.
양 박사는 "외국의 경우에는 고대 별자리 그림이 1개만 나와도 그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우리는 70여개가 있는데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양 박사의 강연 뒤로 참석자들은 천문연을 본격적으로 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 참석자들의 발길을 붙잡은 건 '간의'. '간의'는 해시계·물시계·혼천의와 함께 조선의 천문대에 설치한 가장 중요한 관측기기다. 오늘날의 각도기와 비슷한 구조를 가졌으며, '혼천의'를 간소화한 것이다. 양 박사는 직접 '간의' 안으로 들어가 참석자들에게 사용방법 등을 알려줬다.
'간의'를 보고 나오는데, "그거 지금도 사용하나요?"라는 천진한 질문도 나왔다. 양박사는 "사용 못할 것은 없지만 지금은 컴퓨터가 있으니까요. 이렇게 추운데 나와서 일부러 힘들게 관측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전파천문대로 향했다. 전파천문대로 향하는 길은 산책로로 꾸며져 있었다. 토끼와 꿩도 살고 있다는 그 산책로는 연구원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마치고 자주 이용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공원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삼삼오오 발걸음을 옮겼다.
전파천문대는 전 세계에서도 몇 개 안되는 중요한 자원이다. 1984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우주전파관측소로 우주에서 들어오는 각종 전파를 포착·분석해 한국 상공을 지나는 인공위성을 추적하고 있다.
이 관측소가 보유한 지름 14m의 접시형 안테나의 전파망원경은 1mm(300 GHz)의 짧은 파장의 전파까지 포착할 수 있는 고도의 정밀성과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설명을 들으며 천문대 안을 바라보고 이어 관측소 내부까지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식사는 천문연의 식당에서 이뤄졌다. 매콤한 육개장에 식당에서 직접 그때그때 만든다는 겉절이. 그리고 안에 카레를 넣어 특별한 맛이 느껴지는 고로케는 일품이었다.
천문연이 담장을 허문 뒤로 이 식당은 일반인의 출입도 가능하다. 매일 점심, 미리 연락만 한다면 누구라도 연구원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참석자들은 "천문학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고, 천문연이 이렇게 좋다는 것도 알게 돼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많이 찾아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는 아주 오랜 시절부터 별과 함께 살아왔다. 이번 특구여행은 그것을 되새기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대덕넷 천윤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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