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거문도 사건’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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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사건 The British Occupation of Komundo(1885-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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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거문도 사건’ 진실은…

[동아일보] 2009년 04월 18일(토) 오전 02:58

 

                 ◇거문도와 블라디보스토크/김용구 지음/204쪽·1만4000원·서강대출판부

1885년 4월 영국 함대가 거문도를 점령했다. 지금까지 국내 학계는 러시아가 1860년 블라디보스토크를 점령한 이후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不凍港)을 찾기 위해 한반도로 남진하려는 정책을 막으려고 영국이 거문도를 점령했다는 서구 학계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원로 국제정치학자인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은 당시 각종 외교문서를 실증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통설이 상식 밖이라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오히려 영국이 블라디보스토크를 공격하기 위해 거문도를 점령했다고 말한다.

1885년 영국이 훈련시킨 아프가니스탄 군대가 아프가니스탄 북부 펜제에서 러시아군에 패했다. 영국은 크림반도를 통해 러시아를 공격하려 했지만 당시 프로이센의 총리인 비스마르크가 길목을 막았다. 영국은 계획을 바꿔 블라디보스토크를 공격하기로 한다. 그 계획의 일환이 거문도 점령이다. 영국의 거문도 점령은 방어가 아니라 침략적 성격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당시 러시아 해군력은 영국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어 러시아가 해군 기지를 확보하기 위해 남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거문도 사건은 영국과 러시아의 영토 팽창 과정에서 우리 영토가 침탈당한 세계사적 사건인데도 우리 학계의 실증 연구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