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없는 인도양은 내 것, 중국·인도 총성 없는 전쟁
[위클리조선] 2009년 03월 24일(화) 오전 10:05
‘인도양을 얻으면 세계를 지배한다’. 영국 해군의 오랜 금언(金言)이다. 인도양이 강대국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거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과 인도가 인도양의 통제권을 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했다. 서쪽으로는 아라비아해의 호르무즈해협과 동쪽으로는 말라카해협을 경계로 하는 인도양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바다이다. 넓이는 7355만6000㎢로, 지구 전체 바다 면적의 20%를 차지한다.
왜 인도양인가
에너지 수송로에 문제국가들 가득한 화약고
인도양 장악 여부가 국제질서의 중대 변수로
인도양은 21세기 들어 가장 중요한 전략적·지정학적 요충지로 꼽히고 있다. 무엇보다 인도양이 에너지 수송로이자 해상 무역의 루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양은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수송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바다다. 인도양을 매일 항해하는 유조선은 현재 100여척이며 2020년이 되면 150~200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세계 석유의 70%가 인도양을 지나가고 있는 셈이다. 경제대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에너지 수입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인도양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하루 원유 수입량은 2020년께 사우디아라비아 1일 생산량의 절반인 730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이 중 85%가 인도양을 통해 중국으로 공급된다.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4대 에너지 소비국이 될 인도는 에너지의 33%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는 조만간 원유 수입량의 90%를 중동 지역에서 수입해야만 한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가 눈독을 들이는 해외 원유 공급원이 대부분 중복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도양은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과제들의 중심무대도 되고 있다. 해적의 본거지인 소말리아를 비롯해 핵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이란, 탈레반과 알 카에다가 준동하고 있는 파키스탄, 악명 높은 독재국가인 수단과 미얀마, 타밀 반군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스리랑카 등이 인도양을 접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이들 국가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불똥이 인접 국가를 비롯해 인도양 전체까지 옮겨 붙을 수도 있다. 소말리아 해적의 공격으로부터 수송선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이 군함을 파견한 것이 가장 대표적 사례이다. 또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이 핵 문제로 갈등이 증폭될 경우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이 대립하기도 했다. 때문에 인도양을 어떤 국가가 통제하고 이를 관리하느냐에 따라 국제 질서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인도양의 지배권은 그동안 미국이 어느 정도 행사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중국과 인도가 미국의 힘이 쇠퇴하고 있는 틈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인도양을 노리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문제애널리스트 로버트 캐플런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3·4월호)에서 “중국과 인도가 인도양에서 역동적인 파워 게임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무서운 도전
21세기판 정화 공정 추진… 인도 사정권 핵 잠수함 배치
해군기지 확보 위해 인근 섬나라들에도 선심 공세나서
인도양의 지배권에 대한 도전장은 중국이 먼저 던졌다. 중국은 인도양을 어떤 특정 국가의 바다로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중국은 역사적으로 인도양을 자신들이 지배했었다는 사실을 강조해 왔다. 명나라 시대 환관 출신의 장군인 정화(鄭和·1371~1433)는 1405~1433년까지 28년간 일곱 차례에 걸쳐 수백 척의 함선을 이끌고 말라카해협과 인도양을 거쳐 페르시아와 아프리카까지 이르는 해상 실크로드를 개척한 바 있다. 정화의 원정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제해권(制海權)을 확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지난해 말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소탕을 명분으로 최신예 미사일 구축함인 우한(武漢)호와 하이커우(海口)호 및 보급선 웨이산후(微山湖) 등 군함 3척을 파견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군사작전을 위해 해외에 군함을 파견한 것은 1949년 건국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그동안 근해에서 러시아 등 외국과의 해상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 왔지만 태평양을 건너 다른 해역에서 작전이나 군사 훈련을 한 적은 없다. 때문에 중국의 이번 소말리아 군함 파견은 인도양을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그동안 은밀하게 ‘21세기판 정화 공정’을 추진해 왔다. 정화 공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대양해군을 육성하는 것이다. 중국은 매년 국방 예산을 15~20%씩 늘리면서 해군력을 급속하게 증강해 왔다. 중국 해군력 강화의 제1차적 목표는 에너지와 상품 수송로의 안전 확보이지만 보다 궁극적인 목적은 인도양의 제해권을 거머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올해부터 항공모함 건조를 시작해 2015년까지 5만~6만t급 2척을 완성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2020년께 3척의 항공모함을 운용하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항모는 대양해군이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구성요소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이 2020년 이후 핵 추진 항모 2척을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핵 항모는 연료 공급 없이도 장기간에 걸쳐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원양에 본격 진출할 계획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잠수함 전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르면 올해 중 미국 서부와 인도 전역까지 사정권으로 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쥐랑(巨浪·JL) 2호를 탑재한 최신예 ‘094형’핵 잠수함을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사거리 8000㎞에 달하는 쥐랑 2호 미사일은 중국의 핵전쟁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전략무기다. 길이 133m, 최대 배수량이 1만t에 달하는 094형 잠수함은 제4세대 원자로를 동력원으로 쓰고 있는 최신형 모델이다. 중국은 앞으로 5척의 094형 핵 잠수함을 보유할 계획이다.
중국의 또 다른 전략은 인도양에 접해 있는 국가들과의 우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월 16, 17일 인구 130만명밖에 안 되는 인도양의 조그만 섬나라 모리셔스를 방문, 수도 포트루이스의 공항 청사 확장을 위해 2억6000만달러의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이 이처럼 환심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은 지난 수십 년간 인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모리셔스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인도의 일간지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중국은 인도양에서 영구 해군 기지 확보를 위해 모리셔스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인도에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2월 19일자 보도). 중국은 또 모리셔스 북방이자 인도 서남부의 섬나라 몰디브에도 해군 기지 구축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이와 함께 인도 동남부의 섬나라 스리랑카에도 항구 건설을 지원해 주고 있다. 파키스탄의 과다르와 방글라데시의 치타공에도 중국의 지원으로 항구가 이미 건설되고 있다. 미얀마의 코코섬에는 중국 해군의 감청 기지가 운영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의 군사 정부에 상당한 지원을 해온 바 있다.
인도의 강력한 대응
최근 자체 기술로 첫 항모 진수, 2012년 핵 잠수함 실전 배치
중국 전역 타격할 미사일 개발 중… 이스라엘·이란과 관계 개선
인도는 중국의 도전에 맞서 강력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인도양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는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월 28일 남부 코친항 조선 도크에서 자체 기술력으로 사상 첫 항모를 건조하기 위한 기공식을 가졌다. 아라차파람빌 안토니 국방장관은 “인도는 오는 2014년 자체기술로 만든 4만t급의 첫 번째 항모를 갖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해군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항모가 완공되면 인도는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항모 국가가 된다. 이 항모는 길이 252m이며 최고 28노트의 속도로 45일간 연속 항해할 수 있다. 인도는 이 항모에 러시아제 미그(MIG) 29K 전투기 20대와 자체 제작한 경전투기(LCA) 등을 배치할 계획이다. 인도는 이 항모가 완성된 이후 6만t급 항모도 자체 건조할 방침이다. 인도는 현재 영국에서 1987년 도입한 2만8000t급 경(輕)항모 INS 비라트호를 보유하고 있지만 너무 낡아서 2012년께 퇴역시키고 새로운 항모로 교체할 계획이다. 교체할 새 항모는 현재 러시아에서 리모델링 중인 4만5000t급 아드미랄 고르시코프호이다. 아라비아해와 벵골만을 각각 관할하기 위해 당초 2척의 항모 체제를 추진해 온 인도가 3척 체제로 전환한 것은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인도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중국에 비해 전력이 뒤떨어진 잠수함과 전략 미사일이다. 인도는 조만간 자체 기술로 건조한 핵 추진 잠수함을 시험 운항한 후 앞으로 3년 이내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안토니 국방장관은 최근 ‘ATV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ATV 프로젝트는 전략 핵 잠수함 5척을 건조하고 공중과 육지, 바다에서 핵탄두 미사일을 발사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계획이다.
인도는 그동안 ATV 프로젝트에 30억달러를 투입해 왔다. 이 비밀 계획에는 프랑스와 러시아가 기술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대지(地對地)·공대지(空對地) 핵무기 발사 기술을 보유한 인도는 2012년까지 첫 핵 잠수함을 실전 배치, 해상에서도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핵 잠수함에 장착할 핵미사일(SSBN)인 K15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는 이미 사거리 700㎞인 K15 미사일의 해저 시험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인도는 이와 함께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잠수함용 브라모스 초음속 크루즈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현재 추세라면 인도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에 이어 6번째로 육·해·공 모두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략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지금까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를 사정권에 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전략폭격기의 핵무기 탑재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인도가 개발한 최대 사거리 3000㎞인 아그니3호미사일은 직경 2m, 길이 17m 크기이며 1.5t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이 미사일은 올해 중에 실전 배치된다. 인도는 또 사거리 5000㎞의 아그니4호미사일을 개발 중인데 이 미사일은 중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아그니4호의 시험 발사는 2010년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는 탄도미사일 방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6년 11월 초음속미사일로 대기권 진입 이전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동부 오리사주 해상에서 대기권 안으로 진입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인도는 또 미국과 함께 미사일 방어(MD)체제의 공동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공군력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비행 대대를 33개에서 42개로 늘리고 낡은 러시아제 전투기를 대폭 교체할 방침이다. 인도는 최근 126대의 전투기 교체 사업을 포함해 향후 5년간 500억달러를 투입해 무기를 현대화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많은 국가들이 불필요한 국방예산을 삭감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실제로 인도는 국방 예산을 대폭 증액하면서 군 현대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국방예산(2009년 4월~2010년 3월)은 전년대비 34%가 높은 30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인도는 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전방위 외교·안보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서로 사이가 나쁜 이스라엘과 이란과도 따로따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인도는 이스라엘로부터 공중조기경보기를 구매한 것을 비롯해 각종 미사일 부품 등 첨단 무기와 장비를 들여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인도의 제2의 무기 수입국가이다. 인도는 또 이란에 천연가스 공급을 목적으로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인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걸프협력기구(GCC) 6개 회원국과도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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