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부

애국부호 덕에 조국 찾는 문화재들

한부울 2009. 3. 7. 11:33
 

애국부호 덕에 조국 찾는 문화재들

[중앙일보] 2009년 03월 07일(토) 오전 01:16

인도와 중국 거부들이 해외로 빼돌려진 자국 문화재를 구입해 조국에 기증하고 있다.


인도의 주류·항공기업 재벌인 UB그룹 비제이 말리아 회장은 5일(현지시간) 우여곡절 끝에 뉴욕 경매시장에 나온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유품들을 180만 달러(27억여원)에 구입했다고 AP 등이 보도했다. 경매에 부쳐진 유품은 간디의 둥근 테 안경, 회중시계, 가죽 샌들, 밥공기, 진료 기록 등 5개였다.


말리아 회장 대신 앤틱쿼럼 경매장에 나타난 UB그룹 임원 토니 베디는 4분 동안 벌어진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1만 달러에서 시작한 낙찰가는 순식간에 18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베디는 낙찰 후 “간디 유품들을 인도 정부에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유품들은 제임스 오티스라는 미국의 평화운동가가 그동안 수집해온 것이다. 그는 유품들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가 인도 정부와 간디 유족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조건부로 이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가 예산 편성 시 국방보다 빈민층 구호에 더 비중을 두면 유품들을 기증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유품 반환을 조건으로 한 나라의 예산 집행이 간여당하는 것은 간디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일축했다.


인도 법원은 유품들이 팔려나가는 걸 막기 위해 경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사태가 복잡해지자 오티스는 결국 경매 당일 변호사를 보내 유품들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앤틱쿼럼 측에선 이미 팔기로 계약한 사안이라며 경매를 강행했고, 결국 말리아 회장이 낙찰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간디의 유물들이 당장 조국으로 돌아가진 못할 것 같다. 인도 법원에서 경매금지 가처분이 내려진 데다 오티스가 막판에 판매를 취소하려 했던 상황이라 풀어야 할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인도 기업가가 낙찰받은 데다 유품들을 간디의 조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머잖아 반환될 전망이다.


해외 거부가 밀반출 문화재를 사들여 본국으로 되돌려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프랑스가 19세기 중국에서 약탈했던 원명원(圓明園)의 청동 12지신상 일부 중 돼지와 말 머리상을 마카오의 도박왕 스탠리 호가 2003년과 2007년에 각각 700만 홍콩달러(13억여원)와 880만 홍콩달러에 구입해 중국 정부에 기증한 바 있다.


그는 말 머리상을 추정가의 여섯 배로 사들이면서 “거액을 쓸 가치가 있다”며 “나라를 위해 이 정도도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해 언론의 갈채를 받았다.


뉴욕=남정호 특파원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