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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구한말 '유물' 베일 벗는다

한부울 2008. 12. 3. 00:43

러시아의 구한말 '유물' 베일 벗는다

[연합뉴스] 2008년 12월 02일(화) 오후 03:47


 

 


민속박물관-표트르대제 박물관 교류 협정


겸재 정선의 서명과 낙관이 새겨진 병풍, 명성황후 국상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등 러시아가 소유하고 있는 구한말의 희귀 자료를 국내에서 보거나 공동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박물관 대회의실에서 러시아 최대의 민속박물관인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民族誌學)박물관(이하 표트르대제 박물관)과 문화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인류학.민족지학박물관이란 고고학과 민속학을 연구하는 러시아판 민속박물관을 말한다.


이번 문화교류 협정에 따라 민속박물관과 표트르대제 박물관은

▲직원 교류

▲공동조사.연구 및 연구모임의 활성화

▲전시 및 교육활동에 관한 협력

▲학술 정보 및 양관 발간 출판물 등의 교환 등을 추진하게 된다.


표트르대제 박물관은 한국실을 따로 편성해 놓을 정도로 다채로운 한국 유물 컬렉션을 자랑한다. 박물관이 보유한 100여만점의 유물 중 한국 관련 문화재는 2천여점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은 옹골차다.


특히 '아관파천'(고종이 러시아공사로 피신한 사건)의 주역 베베르 공사가 명성황후로부터 선물받거나 그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1천400여점의 유물과 1957년 북한에서 기증받은 200여점의 유물은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베베르 공사가 명성황후로부터 받은 청자음각국화문향완(靑磁陰刻菊花文香碗)과 한말 상류층의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금동연봉 봉황장식 철제 은입사 촛대' 등은 국가지정문화재에 준할 정도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부채, 주화 등 조선말 일상생활 유물들도 눈여겨 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러시아 사람이 1897년 찍은 후 박물관에 기증한 국상사진도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은 1897년 무렵에 국상으로는 명성황후 국상밖에 없었던 점에 비춰 이 사진을 명성황후 국상사진으로 추정하고 있다. 명성황후 국상사진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신광섭 민속박물관장은 "표트르대제 박물관에는 국보급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상당하다"며 "이번 협정 체결은 러시아가 소유한 유물을 국내 연구진이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물반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물 전시는 가능하겠지만 반환은 곤란할 것 같다. 이는 러시아가 약탈해간 것이 아니라 황실로부터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유리 치스토프 표트르대제 박물관장은 "우리에게 한국 유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앞으로 민속박물관과 함께 더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우)과 유리 치스토프 표트르대제 인류학.민족지학박물관장(좌)이 2일 민속박물관에서 문화교류협정을 맺은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