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부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후진적 면모

한부울 2008. 11. 15. 22:33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후진적 면모

[문화일보] 2008년 11월 14일(금) 오전 10:40

 


“일본은 선진국이라기보다는 개발도상국에 가까우며, 분야에 따라서는 오히려 후진국이다.”


일본 오비히로 축산대 교수인 저자(55)가 올 4월에 펴낸 이 책은 정치·교육·남녀평등·노동·환경 등 분야별로 일본의 실상을 짚어보면서 선진국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그들의 후진국적 양상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선진국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여성·아동·국민·환경을 배려하는 정책을 취할 것, 둘째 타국을 위협하지 않을 것. 하지만 일본은 이 두 조건 모두에서 낙제점이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마음 깊은 데선 선망해 마지않던 세계 2위 경제대국의 후진성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그것이 낯설지 않고 우리와 너무 흡사하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의 ‘후진성’은 대개 일본서 베껴왔다는 자괴감이다. 일본의 수준을 좀 더 ‘다운그레이드’하면 거의 우리와 일치한다. 우리가 초강국 일본을 제대로 따라가고 있네? 라고 반긴다면 할 말은 없다.


먼저 정치, 행정을 보자. 부정부패, 불상사, 과오, 정경유착, 담합 등 후진적인 현상이 거의 매일 발생한다. 법을 대신해 관료가 법이 되는 행정지도 관행이 오랜 기간 행해져 왔고 이로 인해 낙하산 인사, 부정부패, 정경유착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의 정책은 미국 정부가 결정한다. 국회의원의 대부분은 정부 법안을 그저 받아들일 뿐 스스로 법안을 제출하지 않는다. 사법의 독립성은 이미 진즉에 없어졌다….


다음은 교육. 2003년에야 한 학급 인원이 40명으로 줄었다. 정부는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의욕을 꺾어버리는 정책을 줄줄이 토해놓는다. 일본에서 아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심할 경우 유치원 때부터)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수험제도에 편입된다. 일본의 사회구조는 학벌 위주로 심하게 왜곡되어 있다…. 다른 분야도 그다지 낯선 것이 없으니 옮길 필요가 없다. 하다못해 그 부자 나라에서 장시간 노동과 비정규직 문제도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저자는 일본의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일본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으로 고통을 안겨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책임지라고 강조한다. 또 한국전쟁을 밑거름으로 오늘날의 경제를 쌓아올린 만큼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원조를 크게 늘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엄주엽기자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