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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티베트 사태로 민족주의 부활

한부울 2008. 4. 17. 17:41
 

中, 티베트 사태로 민족주의 부활

[연합뉴스] 2008년 04월 17일(목) 오후 12:57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특파원 = 중국인들 사이에서 티베트 사태를 매개로 한 서방의 압력에 맞대응하는 민족주의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중국인들은 서방 공세에 대응해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서방매체에 반대하는 안티 웹사이트를 개설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등 민족적 집단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서구의 침략을 겪던 서세동점(西勢東漸)시기에 중국에서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외국상품 불매운동을 연상케 한다. 중국 네티즌들은 티베트 사태와 관련, 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온 프랑스와 미국 등에 초점을 맞춰 민족주의 움직임을 표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일 파리에서 진행된 올림픽 성화봉송 행사에서 티베트 분리를 옹호하는 시위대의 대규모 시위로 인해 곤욕을 치른데다 까르푸의 대주주가 달라이 라마에게 자금을 후원했다는 의혹이 일자 올림픽 개최 3개월 전인 5월 8~24일 본격적인 불매 운동에 돌입하자는 글을 인터넷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급속도로 유포하며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시작을 중국에 촉구하며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반(反)프랑스 정서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불매운동은 까르푸 외에 프랑스산 명품인 루이뷔통, 프랑스의 화장품업체 로레알 소유의 소매점 보디숍 등 프랑스 제품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프랑스가 우리의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사르코지 대통령과 프랑스의 대응을 볼 때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의 반(反)서방 민족주의는 티베트 사태를 보도한 서방 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뉴스채널 CNN에 대한 반감이다.


중국인들은 CNN이 티베트 사태를 편파적으로 왜곡보도했다며 안티 CNN 사이트를 개설해 자신의 시각에서 왜곡보도 사실을 조목조목 꼬집으며 반감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CNN의 대한 불만은 지난 9일 진행자 잭 캐퍼티가 중국산 제품을 쓰레기로, 중국인을 깡패집단이라고 방송하면서 극에 달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화교들은 사건 발생 후 CNN에 수천명의 서명을 담은 편지를 보내 강하게 항의하고 인터넷을 통해 항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의 중국 화교들은 오는 19일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독일 베를린 등에서 서방 언론의 왜곡보도에 항의하는 대규모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 같은 서구 제품과 서방 언론에 대한 중국인의 민족주의적 공세는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지지하에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까르푸에 불매운동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일"이라며 "프랑스 측은 잘못을 되돌아 보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사실상 불매운동을 지지하고 있음을 내비쳤으며 CNN 논평과 관련, 류젠차오(劉建超) 대변인도 16일 오후 CNN의 베이징지사 책임자를 불러 공식적으로 엄중 항의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몇년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으로 인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최근 티베트 승려를 등장시킨 광고로 미국 코카콜라에 대한 불매 움직임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로 민족주의를 강조하며 서방 공세에 대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달라이 라마와 회동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는 독일과의 공식 회담을 취소하며 맞대응했으나 당시 중국인들에게서 독일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일어나지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서방의 압력에 맞서 중국인들 사이에서 민족주의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은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을 선언할 만큼 경제 발전으로 인한 국력이 신장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