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민족주의 정서에 고심하는 中 정부
[뉴시스] 2008년 04월 20일(일) 오후 02:51
[서울=뉴시스]중국 주요 도시에서 티베트를 지지하고 올림픽을 보이코트 한다는 이유로 프랑스 및 미국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및 반(反) 서방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지지하고 있던 중국 정부가 돌연 태도를 바꾸고 고심하고 있다.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15일 정예브리핑에서 까르푸에 대한 불매운동에 대해 "이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일"이라며 "프랑스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사실상 불매 운동에 동조하고 있는 입장을 보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저장(浙江)성에서는 유통기간이 지난 제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까르푸 식품을 압류, 조사에 착수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정부도 네티즌들의 반 서방 정서에 동조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움직임과 주요 언론의 보도 양상을 보면 시민들의 반 서방 시위를 억누르려는 듯한 분위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애국심도 중요하지만 (불매운동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지 시위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르바오도 같은 날 '애국심이 힘을 발휘하려면'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톱으로 선정하고 "우리는 애국심을 소중히 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이성적으로 표출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만이 사회의 안정을 꽤하고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논평은 또 "진정한 애국심은 조국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라며 "국가의 실력을 쌓는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신문망(中国共産党新聞網)도 "서방계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애국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마음은 과히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이성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실었다. 163 닷컴 등 중국의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도 유명인들을 위시로 네티즌들이 불매운동을 반대한다는 입장의 글을 올리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인 CCTV의 유명 앵커 바이옌쑹(白巖鬆)은 "서방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중국인 직원 및 사업가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시민들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중국 청년보 사진부 총국장인 허옌광(賀延光)도 "배타적 민족주의에서 비롯된 반 서방 시위 및 불매운동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네티즌들도 "찬성한다"면서 "이 같은 행동은 중국에 불리한 작용만 할 뿐이다"고 동조했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에서도 최근 2000여 명의 학생들이 까르푸 매장 앞에서 모여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자 경찰들은 "당신들의 애국심은 충분히 이해했다"며 "이제 학교로 돌아가라"고 학생들을 설득시켰다.
이 처럼 중국 당국이 돌연 태도를 바꾸고 시위자들을 설득하고 나선 것은 민족주의적 반 서방 정서가 반정부 시위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는 소규모 시위라 할지라도 단시간 내에 수만 명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반 서방 시위의 중점 대상이 되고 있는 까르푸는 중국 내 112 개의 체인을 두고 있는데 이번 대규모 시위로 까르푸 입점을 허가한 지방 정부에 불만을 품은 소규모 할인업체들의 반 정부 정서도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듯한 분위기다.
중국은 그동안 반일 시위 및 반 서방 정서 등에서 출발한 지나친 민족주의가 얼마나 끔직한 결과를 몰고 왔는지 몸소 체험했다. 일례로 1986년 발생한 반일시위는 민주화 요구 시위로 변질되면서 결국 당시 총서기 였던 후야오방(胡耀邦)의 실각이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1918년 청년학생층의 애국운동으로 불리는 5ㆍ4운동 역시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이번 사건 역시 군중 운동이 어떻게 발전할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을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류난영기자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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