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삼한역사/SINA-신중국

서양인이 바라본 조선은 어땠을까

한부울 2008. 4. 17. 17:36
 

서양인이 바라본 조선은 어땠을까

[세계일보] 2008년 04월 14일(월) 오후 08:09


정보의 바다를 맘껏 항해할 수 있는 요즘도 ‘타자’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넓지 않다. 근대 이전에는 밖을 내다보기보다는 ‘우리 안’으로만 침잠된 시절도 오래 지속됐다. 그나마 인접 국가인 중국과 일본의 정보를 제외한다면 여타 국가에 대한 관심은 별로 없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서양에 대해서는 시선 자체를 거의 두지 않았다.


그렇다면 서양으로 통칭하는 ‘그들’은 ‘우리’에 대해 어떤 시각과 자세를 지녔을까.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언급됐으며 제대로 그려졌을까. 희미하게나마 그 답을 얻을 길이 열렸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명지대·LG연암문고가 공동으로 ‘서양고서 국역출판사업’을 펼쳐 한국 관련 고서를 번역한 ‘그들이 본 우리’ 총서(살림출판사)가 14일 출간됐다. 총서는 ‘한국에 대한 서구의 시선을 종합해 우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한다’는 취지를 바탕으로 했다.


‘그들이 본 우리’ 총서는 명지대와 LG연암문고가 소장한 약 1만점의 한국 관련 자료 가운데 고서 91종을 엄선해 번역·출간하고 있는 시리즈다. 번역원 등은 2012년까지 91종 완간을 목표로 해마다 20권 정도 출간할 방침이다.


1차로 모습을 드러낸 책은 ‘임진난의 기록―루이스 프로이스가 본 임진왜란’, ‘백두산으로 가는 길―영국군 장교의 백두산 등정기’, ‘조선의 소녀 옥분이―선교사 구타펠이 만난 아름다운 영혼들’로 모두 3종이다. 책이 다룬 시기는 각기 16세기 말, 19세기 말, 20세기 초이다. 저자의 국적은 포르투갈, 영국, 미국으로 다양하다.


먼저 ‘임진난의 기록’. 책의 저자는 1563년 일본에 도착해 1597년 나가사키에서 숨질 때까지 당시의 일본 전국시대 혼란과 임진왜란 진행 과정을 지켜본 포르투갈 예수회 선교사다. ‘임진난의 기록’은 저자가 포르투갈어로 작성한 ‘일본사’ 총 5권 중 제5권의 마지막 10장이 바탕이 됐다. 일본군의 전쟁 준비, 부산과 한양 함락, 명나라의 지원 등을 포괄하며 서양인의 눈으로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을 기록했다. 조선 사람에 대한 묘사 부분을 접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중 한 대목이다. “사람들은 살갗이 희고 활기차며 대식가이고 힘이 아주 좋다.”(46쪽)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1891년 제물포로 입국한 영국 군인 2명이 한양과 원산을 거쳐 백두산으로 등정하는 여행기다. 여행 중 거쳐간 지역에 대한 소개와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치밀해 구한말의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조선의 낙후 상황을 견줘 “들리는 말로는 조선인은 일생 동안 단 두 번 씻는다”는 부정적인 묘사도 보이지만, 왕실의 무능과 관리의 부패를 설명하는 등 당시 상황을 비교적 소상히 전한다. 이 책은 내륙을 통한 백두산 여행기라는 점에서 1세기 전 북한 땅을 보여주는 데서도 의미를 건질 수 있다. 백두산 등정의 감동을 저자들은 이렇게 풀이했다. “호수가 너무나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 깜짝 놀랐다. 기막힌 풍광이었다. 호수의 절대적인 정적과 짙푸른 색깔은 내 안에서 폭발한 격정과 함께 발 아래의 회색 및 흰색 비탈과 강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217쪽)


‘조선의 소녀 옥분이’는 새로운 문명과 오래된 가치관 사이에서 고민하는 당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1900년대 초 조선에서 활동한 감리교 선교사다. 가부장적인 틀에 매인 여성과 미신을 믿는 나약한 서민들의 모습을 전하면서 개화기 조선에 대한 따뜻한 눈길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왕자가 미국인 소년에게 하는 말 “그냥 이대로 항상 플레이할 수 있는 미국의 사내아이로 태어나. 내가 너라면 좋겠어” 등을 통해 선진국 선교사의 우월의식도 드러난다. 표제작인 ‘조선에서 제일 행복한 소녀’와 ‘조선 아기의 생각’ ‘금빛 십자가 아래서’ ‘조선의 왕자에 지나지 않아’ 등 9편이 실렸다.


박종현 기자 세계일보&세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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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람들은 대식가이고 힘이 좋아

[중앙일보] 2008년 04월 17일(목) 오전 01:19


“(조선)사람들은 살갗이 희고 활기차며, 대식가이고 힘이 아주 좋다.” “남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 때까지 모자를 쓰고 있어야 한다.” “조선어의 자모는 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이지만 단순하다는 사실 때문에 하층민과 여성만 이 문자를 사용한다.”


이방인들의 눈으로 본 우리 옛 모습이다. 15일 살림출판사에서 출간한 ‘그들이 본 우리’총서 『임진난의 기록』『백두산으로 가는 길』『조선의 소녀 옥분이』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총서는 16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서양에서 출간된 한국 관련 고서를 번역한 시리즈다. 한국문학번역원과 명지대-LG연암문고가 공동 추진하고 있는 ‘서양고서 국역출판사업’의 성과물이다. 번역원 등은 2012년까지 91종의 관련 고서를 번역할 계획이다.


이번에 출간된 『임진난의 기록』은 1563∼1597년 일본에서 활동한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의 저서 『일본사』 중 임진왜란에 관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겼다. 또 『백두산으로 가는 길』은 1891년 제물포로 입국한 영국인 장교 앨프리드 에드워드 존 캐번디시가 한양과 원산을 거쳐 백두산으로 등정하는 여행기이며, 『조선의 소녀 옥분이』는 1903∼1912년 조선에서 감리교 선교사로 활동했던 미국인 미네르바 구타펠의 에세이다.


책에는 당시 조선의 생활상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백두산으로…』의 저자는 부사 행렬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부사는 궤짝 비슷한 의자에 앉은 채 들려서 이동했으며, 앞뒤로 종자들이 수행했다. 종자들 중 일부는 창으로 무장했고 몇 명은 나팔, 몇 명은 부채를 들었다. 대인이 지날 때 행인들에게는 정중한 태도가 요구되었다. 그의 ‘군졸’ 한 명이 가끔 담배를 끄지 못한 남자에게 달려들어 담뱃대를 빼앗아 부러뜨려 내던지고는 부채로 담배 피우던 자의 머리를 후려쳤다.”(37쪽)


조선을 바라보는 서구인들의 우월의식도 여과없이 내비쳤다. “인간이라는 동물이 내뿜는 여러 가스와 고체 배설물은 남녀를 불문하고 형편이 되는 대로 가장 편리하게 처리된다”(『백두산으로…』 178쪽), “(조선인들의 옷은) 그다지 희지 않아. 우리 옷도 서너 달, 혹은 다섯 달에 한 번씩만 빤다면 그렇게 희지 않을 거야(『조선의…』 119쪽)”라는 식이다.


총서 발간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문학번역원 윤지관 원장은 “서구의 시선을 종합해 우리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작업은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 향후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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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몸은 잘 씻지 않았지만 옷을 깨끗이 하는 데는 각별했다

[문화일보] 2008년 04월 22일(화) 오후 02:08


“조선인은 비록 몸을 잘 씻지 않지만 의복을 깨끗하게 하는 일에는 각별했다. 옷은 더럽더라도 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본인의 방식과 정반대이다. 조선인은 흰 옷을 정성 들여 세탁하고 나무 방망이와 판을 사용해 번들번들 윤기가 날 때까지 두들겼다.”


영국 장교 알프레드 에드워드 존 캐번디시(1859~1943)가 19세기 말 제물포로 들어와 원산을 거쳐 백두산을 등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쓴 여행기 ‘백두산으로 가는 길’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처럼 서양인들이 본 조선(인)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책들이 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은 최근 한국관련 희귀 서양고서를 번역한 ‘그들이 본 우리 총서’(살림) 중 첫 세권을 펴냈다. ‘백두산으로 가는 길’ 외에 ‘임진난의 기록’과 ‘조선의 소녀 옥분이’ 등이다.


‘임진난의 기록’은 일본에 머물며 임진왜란의 전 과정을 직접 지켜본 포르투갈 선교사 루이스 프로이스(1532∼1597)가 남긴 ‘일본사’ 중 임진왜란에 관한 부분을 우리말로 옮긴 것. 프로이스는 일본의 전쟁 준비에서부터 강화협상까지 임진왜란의 중요 과정을 상세히 설명, 동양 3국의 전쟁이었던 임진왜란이 서양인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미국 선교사 미네르바 구타펠이 쓴 ‘조선의 소녀 옥분이’는 20세기 초 한국을 찾은 저자가 개화기 우리나라의 모습을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 묘사한 기록. 어려운 환경에서 치료와 재활을 통해 새 삶을 찾게 된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호기심 많고 활동적인 사춘기 나이의 왕자가 신분 때문에 마음대로 뛰어놀지 못하는 좌절감을 유머러스하게 그리기도 했다.


지난 2005년부터 명지대-LG연암문고와 공동으로 ‘서양고서 국역출판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문학번역원은 총 91종의 한국관련 서양고서를 엄선, 매년 10~20종의 도서를 향후 5년간 내놓을 예정이다.


윤지관 원장은 “해외서적의 국내 번역은 새로운 시도”라며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혀 있는 측면이 있지만 서구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양방향 소통의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LG연암문고는 이밖에도 지금까지 수집한 한국 관련 서양고서 2300종을 주제별로 정리한 영문 자료집 ‘Bibliography on Korea’도 같이 출간했다. 이 자료집에는 1588년부터 1950년까지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출간된 한국 관련 자료를 지리 역사 문화 과학 경제 등 분야별로 분류하고, 이 속에 한국 관련 내용이 몇 페이지에 수록됐는지도 정리했다. 라틴어 등 비영어로 된 고서들도 영문으로 번역해 포함시켰다. 자료집 정리를 주도했던 정성화 명지대 교수는 “1930년대 언더우드 박사가 한국 관련 서양고서 자료를 정리한 적이 있는데 여기에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새로 수집한 자료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김영번기자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