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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살인사건 다룬 '미궁에 빠진 조선'

한부울 2008. 4. 11. 14:06
 

조선후기 살인사건 다룬 '미궁에 빠진 조선'

[스포츠서울] 2008년 04월 11일(금) 오전 10:05

 

수사물은 TV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다. 일반인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미국 수사드라마 CSI가 국내에 적지 않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 봐도 수사물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출판계에도 수사물은 흥행성 높은 장르다. 어렸을 적 명탐정 셜록 홈즈와 괴도 루팡이 등장하는 탐정소설을 흥미롭게 읽은 기억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많다. 미스터리물이나 탐정소설류는 최근에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출간된 ‘미궁에 빠진 조선’(글항아리)는 18~19세기 조선을 떠들썩하게 했던 14가지 살인 사건을 선정해 그 이면을 파헤친 역사서다. 수사물이나 탐정소설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수사관이 단서를 잡아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살인이 일어난 이유.살인과 조선 사회 변화와의 관계 등을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저자인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유승희 교수는 ‘18~19세기 한성부의 범죄 실태와 갈등 양상-일성록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은 신진학자다.


그동안 조선시대의 살인 사건을 다룬 책들이 간혹 나오기는 했지만 정치적인 사화나 반역.양반들간의 권력다툼의 현장을 주로 다뤘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정약용의 ‘흠흠신서’ 등에 소개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사건을 기술했다. 그러나 ‘미궁에 빠진~’은 ‘일성록(국보 153호)’을 중심사료로 삼았다. ‘일성록’은 1760~1910년까지의 국정 전반에 걸친 기록이다.


‘일성록’은 한국사 연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사료이지만 범죄 관련 부분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저자는 이 점에 주목해 ‘일성록’의 방대한 범죄기록을 일일이 해석하고 관련 자료와 비교해 조선 후기 범죄에 나타난 사회적인 혼란과 민간의 갈등 양상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흉악범일수록 흔적을 은폐하는 데 밝기 때문에 조선시대 수사관들은 모든 수단과 추리를 동원해서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했다. 저자는 그 과정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밀한지.범행 정황이 실제 역사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범죄 뒤에 숨겨져 있는 당시의 사회적 갈등이 무엇인지를 짚어나간다.


이 책은 조선 후기에도 재산다툼 과정에서 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났고 어린이 유괴 상해 살인 범죄가 기승을 부렸음을 알려준다. 무덤과 음택풍수로 인한 살인사건.음주 후 구타로 인한 살인사건.과부보쌈의 유행에 얽힌 비극 등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박시정기자 스포츠서울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