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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대학살 70주년…中-日 불붙은 '스크린 선전戰'

한부울 2007. 12. 13. 14:14
 

난징 대학살 70주년…中-日 불붙은 '스크린 선전戰'

[뉴시스] 2007년 12월 06일(목) 오후 06:27


[서울=뉴시스] ‘잊혀진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난징대학살 70주년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치열한 ‘스크린 선전전’이 연출되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지가 5일 보도했다.


난징 대학살은 1937년 12월13일 당시 중국의 수도인 난징으로 진격한 일본 점령군이 주민 30만 명을 학살하고 아녀자 수 천 명을 무차별 강간 살해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난징에 머물며 이 같은 참극을 목격한 한 서방 선교사는 자신의 일기에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무서운 범죄는 언제 어디서도 발생한 적 없었을 것”이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역사적 범죄는 일본군이 대량학살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잡아떼는 일본과 그런 일본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했던 중국의 ‘침묵’ 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당시 역사적 진실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세계 속의 중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난징 대학살은 사료에서 뿐 아니라 영화를 통해 피해자들의 생생한 눈과 소리로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과 해외 영화계에서 당시의 일본군 만행을 고발하는 10여 편의 영화가 쏟아지면서 이에 위협을 느낀 일본 우익 ‘전사’들이 이 모두가 ‘허구’라고 반박하는 영화를 제작해 본격적인 ‘선전전’에 나섰다.


현재 중국과 할리우드 합작으로 중국에서 촬영되고 있는 ‘퍼플마운틴’은 중국계 미국인 작가 아이리스 장(중국명 張純如)의 베스트셀러 ‘난징의 강간(The Rape of Nanking)’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총 53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되는 이 작품은 아시아판 ‘쉰들러리스트’라 불릴만한 감동과 폭발력을 지닌 작품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서 제작된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난징’은 국제영화제 출품에 이어 다음해 아카데미 영화 최우수 다큐멘터리 후보작으로 선정됐으며 중국 루촨 감독의 ‘난징! 난징!’도 마무리 제작에 들어가 다음해 초 상영을 앞두고 있다. 난징에 소재한 ‘인민해방국 국제교육원’출신인 루촨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홍콩 얀하오 감독의 ‘난징 크리스마스 1937’는 당시 일본 침략군 진격 시 죽어가는 중국인들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 소수의 외국인들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일본 유명배우 가가와 테루유키(香川照之), 에모토 아키라(柄本明)도 출연한 독일 영화 '욘 라베'에서는 미 배우 스티브 부세미가 ‘난징의 쉰들러’로 일컬어지는 실제 인물 욘 라베를 연기, 인간적인 연민에 그저 관망할 수 없었던 '이방인'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파견된 나치 기업인이었던 욘 라베는 아이들과 노인들이 끝도 없이 강간당해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저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약 25만명의 목숨을 구해낸 의인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난징사건 소재 영화들의 ‘선전(善戰)’은 동시에 일본 우익인사들의 '전의'를 자극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역사학자들은 30만명이라는 희생자의 수가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일부 극우주의자들과 정치가들은 당시 “불법적으로 살해된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며 난징 참극을 '역사적 사기'로 치부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영화도 나왔다. 일본 우익성향 감독 미즈시마 사토루(水島總)에 의해 제작된 ‘난징의 진실(The Truth of Nanking)’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그것. 이 영화에서 감독은 대학살의 증거로 나온 사료들은 모두 중국 공산당의 선전 자료라고 주장하며, 많은 사료에서 참극의 단면으로 제시되는 일본군에 의해 참수된 중국인 남성이 담배를 물고 있는 사진도 ‘조작’이라고 말한다. 그의 논거는 “시체를 훼손하는 것은 일본의 문화가 아니다”는 극히 일방적이면서도 단순한 것이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난징 대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여겨지는 일본 사령관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를 “예수 그리스도”에 비유하기도 해 많은 이들을 경악시켰다.


일본 정부는 난징 대학살이 스크린을 타고 유럽과 미국 등 전세계에 ‘반일’ 감정을 전파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카바 미쓰오(坂場三男)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난징 사건은) 양국간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영화 제작자들이 함부로 다뤄 부정적인 선입견을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학문적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비정치적’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하며 “영화 제작자들이 역사학자들의 업무를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난징 학살 '부정론자‘ 중 하나인 도쿄 소피아 대학의 나카노 고이치 교수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난징 배경 영화는 “중국인들의 피해적 정신관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고 일축하며 “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지시된' 범죄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죄책감을 느낄 이유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진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