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와 朝鮮 그리고 韓國
글쓴이: 최두환 [2007.11.17 11:01]
조선의 근본을 이루는 것은 무엇이며, 한국은 또 무엇인가? 이를 두고 정체성이니, 정통성이니 하는 말과 같은 맥락을 이룰 것이다. 정통성이 없으면 역사는 단절되니까, 사람들은 기를 쓰고 그 정통성에 목을 맨다. 그래서 대륙조선사에 오기만 하면, 사람들마다 맨 첫 질문에서 "그럼 한반도의 우리는 뭔가?"로 시작한다.
그럼 차근차근 따져보자. 어떤 정통성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지를.
(1)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헌법 제3조]
(2)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헌법 전문]
위의 (1)의 설명은 구태여 필요 없을 것이다. 현실의 우리가 사는 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역사적 관계에서는 복잡해진다. 그 "대만민국"이란 이름이 위의 (2)에서 "임시정부"와 직결되며, 그것은 "상해임시정부"를 말한다. 그 상해임시정부의 국호가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줄여서 간단하게 "한국"이라고 한다. 그 대한민국은 大韓民國이요, 한국은 韓國이다. 이 "韓國"이란 말도 역사적으로 보면 또 그리 만만찮다.
(3) 조선은 한국이라고도 부른다.[朝鮮又稱韓國][『淸史稿』권526 列傳313 屬國1 朝鮮]
(4) 1894년 3월 마관조약이 체결되었다. 그 제1조에서 중국은 조선을 완전무결한 독립자주국가로 인정하였다. … 조선이 청나라의 속국이 된 기간은 모두 258년간이었는데, 이때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독립자주국이 되었다고 한다.[光緖二十一年三月 馬關條約成. 其第一款 中國確認朝鮮爲完全無缺獨立自主之國 … 朝鮮爲淸屬國者 凡二百五十有八年 至是遂爲獨立自主國云.][위의 책]
조선의 역사에 누가 서술했든, 중국사로 편성된《25사》속에 맨 마지막《청사고》에 조선의 역사가 간단하게 서술되어있다. 그 첫줄에 "조선은 한국"이라고 했다. 이 "韓國"은 분명 조선을 이은 대한제국(大韓帝國)을 일컬을진대, 이 또한 줄여서 쓴 글이기도 하다.
그래서 위의 (1)(2)에서 말한 "韓國"과 (3)(4)에서 말한 "韓國"이 겹쳐지며, 위의 (2)에서 보면 (3)(4)를 이은 것이 된다. 말하자면 역사적 정통성을 가진 셈이다. 그리고 그 (4)는 조선과 청을 분리하기 위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본디 조선 속의 청제후국이었고, 청제후국의 대신들의 세력으로 조선의 중앙조정 호칭이 "淸朝"였을 따름이다.
다만 문제되는 것은 그 강역을 달리하기 때문에 완전한 정통성에는 약간의 결함이 있다. 그러나 힘의 부족으로 위치를 이동했을 뿐이지, 그것을 포기하지 않는 한에는 같은 정통성을 부여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이 2000년을 떠돌다가 국가를 되찾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강토를 한국인들이 현재 상실한 본토는 당연히 조선이 되며, 그 땅에 심어진 다른 국명 "중화민국" 또는 "중화인민공화국"이란 "중국"은 조선의 다른 이름일 따름이지, "조선"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그 정통성은 당연히 "조선"이다.
그리고 현재의 한국인들이 사는 한반도는 "아시아가 조선"이란 강역 속에 있는 조선의 일부에 있으므로, 그 이름이 무엇이었든지 "조선"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그 작은 지명을 찾아야 할 숙제는 남아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정통성과 더불어 함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사람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중국대륙에서 이 한반도에 옮겨와 살았으며, 최근에는 경술국치 이후에《대동신사대동보》의 그 많은 사람과 더불어 조선총독부 시절에 춘원 이광수·한용운·최남선 등등과 을유년 광복 이후에 이승만·김구 등등을 포함하여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옮겨왔다. 그들은 비록 그 본토 조선을 버리고 왔지만, 이들이 한반도로 옮겨올 때에 무엇을 가져왔는가?
바로 여기에서 또 문화적 측면에서 정통성을 찾을 수 있다.
첫째, 국호의 연속성이다. 조선(중국)→대한제국(중국)→대한민국(중국)→대한민국(한반도).
둘째, "내선일체(內鮮一體)"라는 내지인(內地人)과 조선인(朝鮮人)이 하나라는 구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지리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내지인은 "일본 본토"사람이 아니라, 본디 조선 땅, 즉 중국대륙에서 한반도로 건너온 사람들이며, 조선인은 이 한반도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구분이었으며, 그 내지인들은 지식층의 사람들로서 한반도에 와서는 정치싸움에 바빴고, 많은 사람들은 비록 나이가 마흔 쉰이 넘었어도 한반도 여자들에게 새장가를 들어 자식을 낳기도 하였고, 늦게 들어온 각 지방의 일부 내지인들은 화교(華僑)로서만 살면서, 일본인들과 합세하여 이 지방 사람들을 조선인[조센징]이라면서 멸시하였던 것이다.
셋째, 조선의 중앙정부 中國이 가진 禮를 朝鮮과 함께 중국국민당·공산당들이 배척했을 때에, 조선광복군·독립군들을 포함한 내지인들은 그 禮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옮겨올 때에 그 禮를 가지고 왔다. 요즘은 그 중국이 한반도의 禮를 수입해 가고 있다.
이 禮는 한반도에 맞지 않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차례(茶禮)가 그렇고, 관혼상제(冠婚喪祭)가 그렇다. 특히 차례는 한반도에 매우 어울리지 않는 쌀밥에 보리알과 같다. 차문화는 오래된 것 같으나, 경술국치 이후이고, 아무리 빨라도 1912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고, 대개 많이 재배된 것이 1939년에 만든 보성차밭일 따름이다.
이것은 그 이전의 차문화가 삼국시대를 아무리 들먹여도 한반도의 것이 아니며, 한반도는 아직도 "숭늉문화"에 젖어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정치적 정통성은 禮의 존속과 국명의 연속성으로 보아 조선의 전통을 이은 정통성을 가지며, 그 조선이 넓게는 아시아 전체이고, 근세조선만 하더라도 현재 중국대륙 자체이므로, 현재 "중국"은 그 본디 국명이 "조선"이며, 그 조선의 멸망과 더불어 생겨난 국명이 바로 "중국"이라고 해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는 조선이며, 조선은 동방예의지국이요, 동방예의의 나라가 조선이며, 아시아는 하나이다.
한반도는 너무 힘에 겹고 버겁다. 중국대륙, 아니 아시아 전체가 조선인 역사와 지명을 이 작은 한반도에 다 옮겨 실어 넣었으니, 그 중복된 이름도, 맞지 않는 사실들이 너무도 많은 것은 당연하다.
대륙 조선사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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