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약탈 문화재 찾자” 총성 없는 전쟁

한부울 2007. 10. 14. 11:29

 

 

 

“약탈 문화재 찾자” 총성 없는 전쟁

지구촌 곳곳 “문화주권 회복” 반환 운동


1804년 10월 포르투갈 인근 해역에서 스페인 함선이 영국 군함에 침몰됐다. 비운의 함선 이름은 ‘누에스트라 세뇨라 드 라 메르세데스’.


200년 넘게 잠들어 있던 메르세데스의 전설을 5월 미국 심해 탐사업체 오디세이 마린 익스플로레이션이 흔들어 깨웠다. 오디세이 측은 “대서양 공해(公海)에서 5억 달러(약 4670억 원)어치의 금은보화를 실은 난파선을 인양했다”고 발표했다. 역사상 최대 가치의 보물선이었다.


스페인은 즉각 보물선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보물선이 보관된 미국 플로리다 주 탬파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특히 수중 유물의 소유권 분쟁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약탈 문화재 반환 협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서양 보물선의 주인은?=스페인 정부 측은 “스페인은 주권국으로서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보물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반면 탐사업체 오디세이는 “우리가 발견하고 인양했으니 우리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레그 스템 오디세이 공동회장은 “정교한 탐사 기술과 고고학 지식을 이용해 발굴한 것이다. 소유할 수 없다면 누가 돈을 들여가며 수중 유물을 발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소송의 당사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페루 정부도 변호사를 보내 보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난파선에 실린 금화와 은화는 당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페루에서 주조된 것이므로 스페인이 약탈한 페루의 문화재라는 논리다.

문제는 보물선이 침몰됐던 1804년 당시 독립 주권국가가 아니었던 페루가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느냐는 것.


▽끊이지 않는 문화재 반환 운동=페루는 그리스 정부의 ‘엘긴 마블’ 문화재 반환 운동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엘긴 마블은 파르테논 신전을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상들로 19세기 터키 주재 외교관이던 엘긴 경이 영국으로 반출했다. 당시 그리스는 터키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다.


수십 년간 줄기차게 반환 요구를 해 온 그리스는 엘긴 마블을 소장할 새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내년 초 개장을 목표로 건립하면서 영국을 압박하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최근 “엘긴 마블을 대여해 줄 수 있다”며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였다.


예전에도 국가 간 문화재 분쟁 해결을 위한 각종 협약이 있었지만 1950년대 이후 제정된 것들이어서 소급 적용이 어렵고 그나마 가입국들에 한해서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독자적인 외교 노력을 통해 문화재를 되찾는 국가가 많다.


에티오피아는 12일 콥트력(고대 이집트 달력) 기준의 새 밀레니엄을 맞아 ‘외세가 빼앗아간 문화재 반환 캠페인’을 개시했다. 2005년 이탈리아가 약탈해 간 1700년 전 오벨리스크를 돌려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19세기 중반 영국에 포로로 끌려가 윈저궁에 매장된 왕자의 유해 반환 운동도 벌이고 있다.


페루는 17일 예일대가 페루의 유적지 마추픽추에서 발굴해 간 잉카문명 유물 4000여 점을 돌려받기로 했다. 한국은 병인양요 때 약탈당한 외규장각 도서를 되돌려 받기 위해 프랑스 측과 협의를 벌여 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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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의 오늘은 새천년 첫날

[세계일보] 2007년 09월 11일(화) 오후 09:25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가 뒤늦게 새천년을 맞았다. 오늘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2007년 9월12일이지만 콥트력을 따르는 에티오피아에선 2000년 1월1일이다. 에티오피아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그레고리력과 함께 고대 이집트인들의 달력인 콥트력을 쓴다. 콥트력에 따르면 서기 7년이 콥트력 1년이 되고, 1년은 13달이다. 13달 중 12달은 무조건 30일이고, 13번째 달은 5∼6일에서 끝나 1년이 365일인 건 마찬가지다.


그레고리력으로 9월11일이나 12일에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에티오피아는 12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새천년을 맞았지만 이날마저도 최빈국의 쓸쓸한 이미지를 지우지는 못했다.


정부는 몇 달 전부터 이날을 전후로 3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국민들에게 되도록이면 집에 머물고 호텔 등 숙박업소는 비워달라고 당부했다.

또 에티오피아 전통음식 전시행사는 물론, 1만m 달리기 세계 기록을 15차례나 갈아치운 에티오피아 출신 ‘트랙의 신화’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를 앞세워 수도 아디스아바바 시내 장거리 달리기 행사도 준비했다.


그러나 흥행은 참패했다. 새천년 행사를 구경하러 에티오피아를 찾은 외국인은 당초 예상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만5000명에 그쳤다. 전통음식 행사는 돌연 날아온 테러 위협으로 취소됐다.


미국 힙합그룹 블랙아이드피스를 초청한 축하 콘서트는 되레 국민들의 원성만 샀다. 표 값이 에티오피아 공무원 두달치 월급에 맞먹는 1500비르(약 16만원)나 됐기 때문이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