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세계화는 인류에게 행복인가 재앙인가?

한부울 2007. 4. 20. 02:26

 

세계화(Globalization)가 인류에게 주는 것이 행복보다 재앙이 더 크다라고 할 때 세계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동력 주체인 자본이 궁극적으로 인류에게 주고자 하는 재앙은 과연 무엇인가?
 

표준화(ISO)세계화란?


세계화(Globalization)란 각 국가경제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의미합니다. 즉 세계화란 국가 및 지역 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이 제거되어 세계가 일종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되어 나가는 추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세계화란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국제적 이동을 촉진시키는 생산, 금융, 정보 등의 새로운 거대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화는 최근 국가 간에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이동을 촉진시키고 정보의 교환을 확대시키는 정보통신기술과 그 인프라가 발달됨에 따라 급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지국 상의 국가들이 장벽이 없어지고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여 지구촌이라는 용어로 쓰여 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의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세계화는 국가간, 지역간, 기업간, 계층간의 격심한 경쟁을 통해 효율의 극대화를 초래시키며. 경쟁, 특화 등을 통해 자본, 노동 등 자원의 최적 배분을 초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세계화는 세계시장의 단일적 통합과 시장광역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이익을 발생시키기도 하며 무역장벽을 소멸시키고 자유무역의 이점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습니다. 세계화는 자본수출, 경쟁력의 우위 등을 통해서 세계경제에 대한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를 강화시키며 세계화에 매몰된 일부 국가의 주권이 침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세계화는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국제거래를 통해 각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하며 그것은 치열한 국제경쟁에 따라 각국의 비교열위산업을 퇴출시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계화는 국가간,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를 확대시키는데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계화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세계의 모든 국가는 그 대세의 흐름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세계화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미국이 주도하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결론은 누구나 쉽게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세계화의 반향이 미국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농산업계 거대기업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는 미국 중서부 곡식 재배자들이 일반 곡물과 유전자 변형 곡물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의 급진적 환경단체는 영국 웹 사이트를 뒤져 농장에 방화하는 법을 연구하기도 한다.


미국사회학자나 역사학자들의 경향은 소위 '형이상학적 개인주의'인데, 그들은 언제나 개인을 극단적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국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에도 국가가 있지만, 국가가 기업에게 종속되어 있다. 정치자금도 기업으로부터 유입되고 있지 않은가. 세계화는 한편으로는 미국화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세계화의 기제는 미국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다국적이다. 가령 출판의 경우를 보면 세계최고의 출판재벌은 독일의 베텔스만 그룹인데 다국적 기업의 형태를 띠고 있고, 헐리우드 최고의 영화사는 일본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영화산업진흥을 위해 유럽연합으로부터 받는 보조지원금 중 일부는 헐리우드가 분담하고 있다. 이렇게 다국적 자본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저항해서 싸우기가 훨씬 힘들다.


1. 세계화의 역사 : 문면사적 관점에서 볼 때, 세계화는 어떠한 형태로든 과거로부터 존재했었다.

서양의 경우로만 한정해서 볼 때 알렉산더 및 로마에 의한 군사, 정치의 세계화가 있었고,

중세에는 교회의 세계화가 확립되었다.


2. Global Standard : 세계적인 표준을 말한다. 세계화되면서 세계인 모두가 공통으로 따라야 하는 가치, 제도, 사상 등을 말한다.


3. 세계화의 두 과정 : 지구 전체의 복리와 생존, 평화를 위한 국가 상호간의 의존도가 증가하는 한편,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극대화하기 위한 국가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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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는 기술 아닌 정치의 문제

[오마이뉴스 2003-07-15 15:12]


1990년대 초반부터 글로벌라이제이션 (globalisation) 혹은 세계화가 경제논쟁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국제기준)에 맞는 각종 정책과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나라는 세계화의 흐름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주장이 강력하게 대두되어 왔다.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의 주창자들도 국제 기준으로 여겨지는 정책이나 제도 중에 국민정서나 사회관행에 잘 맞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수송과 통신의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하여 상품의 교역비용이 줄어들고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국경 없는" 세상에서 이러한 감정적인 이유에 치우쳐서 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나라는 당장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글로벌 스탠더드의 추구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천명 이후, 그리고 특히 1997년 환란 이후, 우리의 "비정상적인", 혹은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 정책과 제도를 고치지 않으면 우리의 앞날에 희망이 없다는 주장이 여론의 주류가 되었다.


세계화는 선택이 아닌 필연인가?


그러나 과연 이러한 주장이 맞는 것인가? 정말 세계화에 의해 국경이 허물어져 결국은 완전히 없어질까? 그리고 이러한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의 정책과 제도를 완전히 뜯어 고쳐 국제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과연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인가?


세계화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논의 밑에 깔고 있는 것은 세계화를 가져 온 것이 궁극적으로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국제 교역과 통신의 비용의 급감(急減)이라는 전제이다.


이러한 비용의 급감은 무역을 증가시켰고, 생산설비 이전을 촉진시켜 기업의 초국적화(超國籍化)를 가져왔으며, 금융자본의 순간적 국제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등 종전의 국경을 무의미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경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 혹은 "하나의 세계"(one world)가 태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논의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물론 선진국과 일부 중진국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퍼지기 시작한 인터넷과 이메일이다. 인터넷은 세계 어디에 앉아서도 전화선만 있으면 전 세계의 정보를 접하게 해주었고, 이메일은 빨라도 며칠씩 걸리는 국제 특급우편, 그리고 빠르기는 하지만 번거롭고 비용도 비싼 팩스를 대신하여 아무리 많은 양의 정보도 1-2분 안에 세계 어느 곳에나 받아보고 보낼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많은 사람의 생활을 바꾸어 놓았다. 이렇게 첨단 기술의 혜택이 소수의 엘리트만이 아닌 대중에게까지 퍼지면서, 세계화는 기술발전에 의한 현상이라는 관념이 광범하게 퍼지게 되었다.


“세계화 반대는 진보를 부정하는 과거 지향적?”


세계화를 이 같이 과학-기술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로 보게 되면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진보를 부정하는 과거 지향적인 인물들로 보일 수밖에 없다. 세계화론자들이 종종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영국 산업혁명 초기에 기계를 파괴함으로써 산업화의 폐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러다이트(Luddite) 운동가들에 비유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시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과연 과학-기술 발전의 필연적인 결과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으로 돌아가 그 이후 세계화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대략 1870년대부터 1914년의 1차 세계대전 때까지) 세계경제는 요즘만큼 "세계화" 되어 있었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국민 경제에서 국제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요즘보다 같거나 높았으며, 무역장벽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식민지화 되어있고 중국, 태국, 터키, 남미제국 등 식민지화 되지 않은 나라들은 불평등조약에 의해 관세자주권을 박탈당했기 때문에 요즘보다도 훨씬 낮았다.


기업의 초국적화도 요즘만큼은 못하지만 고도로 진전되어 있었다. 특히 선진국간의 자본의 흐름은 국민소득 대비로 하면 지금의 1배반 내지 2배에 달하였으며, 총인구 대비 이민의 비율(즉, 사람의 국제적 흐름)은 지금과 비하면 5배가량으로 월등히 높은 등 여러 면에서 이 당시 세계 경제는 지금보다도 더 "세계화"되어 있었다.


오히려 100년 전에 유행했던 ‘세계화’


그러나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세계화는 계속되지 않았다. 제국주의를 추구하는 선진국간의 세계 분할 투쟁 때문에 일어난 1차 대전, 그리고 투기 자본의 국제적 이동이 한 원인이 되어 일어난 1929년의 대공황을 거치면서 국제 무역과 국제 금융이 붕괴되고, 2차 대전 때에 이르면 세계화는 20세기 최저의 수준으로 추락하게 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는 20세기 초반에 무절제하게 진전된 세계화에 따른 국제 경제체제의 붕괴를 맛본 여러 나라들은 경제 개방에 신중을 기하였고, 따라서 국제적 무역, 금융 제도도 무절제한 세계화 보다는 규제된 경제 통합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었다.


세계화가 급격히 진전된 것은 주요선진국들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정책을 변경해 개방을 추구한 1980년대 이후인데, 세계화의 정도는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야 19세기말 20세기 초의 수준을 회복하였던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인터넷을 빼고는 이미 현대적 수송, 통신 기술이 모두 존재하고 있었던 1960년대, 1970년대의 세계화 수준이 증기선과 유선전신에 의존하던 19세기말 20세기초보다도 낮았다는 점이다.


1960-70년대에 세계화 수준이 낮았던 것은 2차 대전 이후 세계 각국이 국가적으로 그리고 국제적으로 세계화의 속도를 규제하는 정책을 폈기 때문이지, 수송, 통신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세계화가 수송, 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필연적 결과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 한다고 세계화의 정도를 결정짓는 데에 기술발전이 무관하다는 것은 아니다. 증기선이나 유선전신도 없었던 19세기 중반 이전에는 고도의 세계화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 세계화가 어느 정도 일어나는가 하는 것은 (특히 강대국에 의하여) 정치적, 정책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지 기술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기술수준은 세계화의 한계를 규정하지만, 그 한계 내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 세계화가 일어나는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화가 기술이 아닌 정치의 문제라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세계화의 방식과 정도를 비판하는 것은 결코 세계화론자들이 흔히 주장하는 것처럼 "과거 지향적"이거나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도리어 세계화론자들이 추구하는 무절제한 세계화는 20세기 초에서와 같이 세계 경제 시스템의 혼란과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세계화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세계 경제의 통합을 돕는 길인 것이다.

세계화가 자본주의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것으로 의심을 하고 있어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 곳에는 우리의 하느님이 가르쳐 주신 진리의 말씀인 토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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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종말 -세계 언론들의 평가


세계경제의 흐름을 상징하는 화두로 자리 잡은 이른바 `세계화'가 `강자의 지배'를 미화하는 허구 논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아온 가운데 `세계화의 수명이 다됐다'는 분석이 4일 미국과 유럽의  유력지들에  동시에 게재돼 눈길을 끈다.

영국의 가디언은 '변칙인 세계화의 수명이 다됐다'는 제목의 제임스 쿤슬러 기고를 통해 그간 싼 에너지와 상대적인 평화 덕택에 어렵사리 지탱해온 세계화란 `거짓 논리'가 고유가 시대를 맞아 한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쿤슬러는 '장기간의 긴급 사태(Long Emergency): 집중되는 21세기의 파국에서 살아남기'란 책을 썼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도 `지금의 상황이 1914년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제목의  마이클 세싯 국제문제 전문기자 분석에서 '세계가 전쟁 주기에 접근했다'면서  투자자들이 이런 지정학적 불안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신문은 지난 1870-80년에서 1차 대전이 터진 1914년까지를 `1차 세계화 시기'로 표현하면서 당시는 석탄과 증기가 에너지원이었으나 이후 석유로 급격히  대체되면서 석유주도권 다툼이 두 차례 세계 대전의 실질적인 원인의 하나였다고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는 당시와 지금이 너무도 흡사한 측면이 많다면서 자본시장  규제완화, 저인플레, 원자재 가격상승, 새로운 강국 부상, 테러 급증과 이로 인한  안보우려 고조, 그리고 열강의 재정적 어려움 등을 거론했다.

다음은 두 신문의 분석을 간추린 것이다.


가디언 = 미국이 효용성에 특히 목청을 높여온 세계화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국제사회의 평화 구도와 싼 에너지 가격에 크게 힘입은 극히  일시적인 특수 환경의 산물이다. 이런 조건이 사라질 경우 일시에 붕괴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화를 주도해온 미국의 파워 엘리트들이 위기 속으로 몽유병환자  걸음을 하고 있는 위험한 형국이다.

제1차 대전이 터지기까지의 1870년부터 1914년까지는 도로 등 건설이 붐을 이루면서 대양을 오가는 교역이 크게 번성하던 `1차 세계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의 상대적인 평화기이기도 하다.

크림과 보불 전쟁 등이 있기는 했으나 국제사회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의 남북전쟁 역시 그랬다.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미국과 유럽의 생활도 눈에 띄게 윤택해졌다. 강대국간 교역도 급증했다. 특히 미국에게는 당시가 진보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렇게 유지되던 20세기의 안정이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페르디난드 대공이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암살되면서 깨졌다. 그러나 세계가 1차  대전으로 빠져든 진짜 원인은 뭘까.

실제 원인은 에너지 주도권 싸움이다. 당시 산업 구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석탄 경제에서 석유 경제로 넘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 1차 세계대전이 터졌다.

당시는 카스피 해역과 중동의 석유가 개발되기 전으로, 석유를 가진 미국이  한축에 있으면서 유럽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중심이 돼 석유자원 확보에 혈안이던 시기다. 결국 1차와 2차 대전들을 거치면서 독일은 패배해 석유에서  멀어졌다.  독일의 동맹국이던 일본도 같은 운명이 됐다.

이후 미국 주도의 대량소비 산업시대가 본격 구축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그 뒤를 싼 석유가 지탱했다. 석유 만능의 또 다른 세계화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러나 유가가 폭등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제 세계는 머지않아 석유가 고갈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열강들이 남아있는 석유를 확보하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남아있는 석유의 3분의 2 가량을 특히 미국을  싫어하는 반 서방 세력이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라크 전쟁이 이와 무관치 않음이 물론이다.

이 와중에 중국도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화의 덕을 톡톡히 본  사례이다.  미국 대량 소비를 중국이 뒷받침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세계화의 태양은 곧 지려고 한다. 1차 세계화 시대가 종말을 고할 당시와  너무도 흡사한 상황이다.


뉴욕 타임스 = 국제 금융시장의 투자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지정학적 변수다.

하버드대의 니올 퍼거슨 교수는 최근 투자은행 메릴 린치의 중역과 주요 고객들에게 행한 강연에서 이는 큰 실수라고 경고했다. 지금의 지정학적 상황이 1차  대전이 터지던 지난 1914년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 UBS의 조지 매그너스 수석애널리스트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지금과 1914년의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고 지적했다. 규제완화 추세와 시장통합 움직임을 우선 지적했다. 또 무역이 붐을 이루는 것과  외국직접투자가 활발한 것, 그리고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경쟁의 치열함까지 모두가 당시와 지금이 똑같다는 얘기다.

퍼거슨 교수는 "100년 전에는 마르크스가 세상을 두렵게 하던 것이 요즘은 오사마 빈-라덴이 같은 역할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면서 테러가 극성을 떨치는 것과 이를 빌미로 '테러와의 전쟁'에 목청 높이는 것 모두가 똑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러를 빌미로 안보 필요성을 과다하게 강조하는 모습"도 당시나 지금이 다를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지정학적 불안 요소를 너무 경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모두가 1929년의 대공황을 상기하지만 실상 1914년 상황에서 더 많은 교훈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월가 일각에서 금과 채권 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퍼거슨 교수는 덧붙였다.

퍼거슨 교수는 "세계화가 우리 당대에 끝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한꺼번에 터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걱정하는 3차 대전이 바로 그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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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화와 민족

1. 들어가는 말


오늘날의 기성세대가 중ㆍ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구호 중의 하나는 " 국산품 애용" 이었다. 외제 물건을 쓰는 것은 매국노나 하는 짓이었고 국산품 애용은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라고 배웠다. 양담배를 피우는 것은 도덕적인 비난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 행위였다. 그렇다고 외제 물건들이 많았던 것도 아니다.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식료품이나 전자 제품들이 "미제 장사"들에 의해 몰래 유통되었을 뿐이다(물론 이들은 적발될 경우 철창신세를 져야 했다). 요즘 가장 싸고 흔한 과일에 속하는 바나나는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전설적인 과일에 속했다. 월남(지금의 베트남 남부)이라는 나라에서는 바나나가 사과보다도 싸다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요즘의 청소년들이 들으면 호랑이가 담배 먹던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불과 10여 년 전의 일이다.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국산이냐 외제냐를 가리키는 것은 그야말로 촌스러운 일이 되고 있다. 물론 한우냐 수입 쇠고기냐, 우리 농산물이냐 중국에서 수입한 농산물이냐를 가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품질과 가격의 문제이지 더 이상 국산이냐 외제냐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써클 K라는 외국 상표의 편의점을 이용하고 맥도널드 햄버거의 집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거리에서 외국인과 마주치게 되는 일은 다반사이며, 위성방송을 통해서는 24시간 외국의 방송 프로를 직접 시청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우리나라도 88올림픽등을 계기로 국제무대로 깊숙이 진출하고 있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외국 여행은 일상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에 "제주도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은 우스갯소리의 자격을 상실했다. 우리는 지리적인 간격을 뛰어넘어 지구 저편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우리만의 느낌이 아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상황 속에서 살고 있고, 또 그런 느낌을 갖게 되었다.


"지구촌"이라는 정감 어린 말은 이런 변화된 현실을 표현하고 있다. 전 세계는 이제 하나의 마을로 변모했다. 비유하자면 한 집 건너 아무개 집에서 어젯밤 부부 싸움을 했는지, 개울 건너 아무개 집 쌀독에 쌀이 떨어졌는지를 훤히 아는 일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을이 (전원일기)의 양촌리처럼 인정 어린 곳인지 아니면 옆집 아이가 점심을 굶어도 쌀 한 됫박 주지 않는 비정한 곳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부터 지구촌을 낳은 세계화란 무엇이며, 이런 세계화 추세 속에서 우리 민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살펴보자.


2. 세계화란 무엇인가


세계화라는 말은 넓은 의미로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과 문명권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민족과 국가들끼리 정치, 경제, 문화적 교류가 점점 확대되는 과정을 세계화라고 할 때, 이러한 과정은 유사 이래로 끊임없이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피어린 정복 전쟁의 결과였기는 하지만 엄청난 영토를 지배했던 로마 시대를 거치면서 (서양) 사람들은 세계가 그리고 모든 사람이 하나의 통합체라는 "사해동포주의"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기서 세계의 통합은 단지 머리 속에서 그려진 것에 불과하지 실제로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과 문명권으로 통합되었던 것은 아니다.


근대에 이르러 실질적으로 세계화가 진전되었다. 우선 근대 과학과 기술은 교통과 통신 수단을 발달시킴으로써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실로 증기 기관의 발명은 세계화의 실질적인 출범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그러나 교통과 통신 수단은 세계화의 전제였을 뿐 그것의 직접적인 동기는 아니었다. 세계화의 직접적인 동인은 일찍 산업화를 이룬 서구의 몇몇 선진 공업국들 간의 치열한 식민지 쟁탈전이었다. 자국의 상품 시장만으로는 이윤 추구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없게 되자 자본주의 열강들은 앞을 다투어 아시아로, 아프리카로, 라틴 아메리카로 침략해 들어갔다. 이러한 침략의 발길로 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었다. 이리하여 강대국의 자본은 국경과 민족을 넘나들며 세계를 점점 더 하나의 울타리 안으로 묶어 갔다.


그러나 오늘날 말하는 "세계화"란 이상과 같은 일반적 맥락에서 쓰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함께 표면화되고 있는 최근의 새로운 국제질서와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 말이다. 현재 세계는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유기적 체계 속으로 편입되어 가고 있다. 현대의 세계화 과정은 국제 질서 속에서 국경이나 국적의 의의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우선, 다국적ㆍ초국적 기업들의 활동이 세계 경제를 선도함으로써 기업 활동의 무국적화 경향이 점차로 확산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이란 한 국가에 본부를 두고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런 기업의 고위 간부는 주로 기업의 모태가 되는 나라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지만 기본적으로 모국에 대한 충성보다는 기업 자체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하다. 이러한 경향은 초국적 기업에서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초국적 기업은 더 이상 모국에 얽매이지 않은 채 표류하고 움직이면서, 자신의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기만 하면 어느 곳에나 둥지를 틀 태세가 되어 있다. 초국적 기업들은 자신의 주재국의 이익은 말할 것도 없고 모국의 이익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 기업은 어떤 국가에도 매여 있지 않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이윤만을 추구한다. 그래서 한국 IBM이 한국 기업인가 미국 기업인가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물음일지도 모른다.


두번재로 인류 사회는 환경 위기, 자원과 식량의 부족, 인구 증가 등의 전 지구적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어느 한 나라나 몇몇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자국의 공해 산업을 제3세계로 내몰면 공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완전한 착각임이 드러났다. 제3세계에서의 환경오염은 산성비, 오존층 파괴, 열대 우림의 축소 등을 통해 선진국을 포함한 전 지구촌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인위적인 국경선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하나의 연관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소련 군함이 동해에 방사능 폐기물을 쏟아 붓는다면 그것은 단지 한국과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인 것이다. 환경 문제에 대처하려면 지구촌의 모든 민족과 국가들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 식량 부족이나 인구 증가 등의 문제도 이제 국제적인 협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세번째로는 교통과 정보 통신의 혁명이다. 교통과 정보 통신의 혁명으로 세계인들의 시ㆍ공간적 경험과 생활양식은 동질화해 가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의 긴밀한 교류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 그 교류가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전면화 되고 일상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15억 인구가 지켜본 걸프전 생중계는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의 공간 단축 위력을 여지없이 보여 주었다. 이리하여 우리는 원하기만 하면 세계 각 나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상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오늘날 세계는 점점 더 유기적인 체계로 통합되어 가고 있다. 이렇케 지구촌의 모든 구성원들의 운명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오늘날의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세계화" 이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인류의 운명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도도한 세계화의 흐름을 역사적 사실로서 인정한다 해도 그것에 대한 역사적 평가나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이제 세계화와 민족(또는 민족주의)이라는 축면에 초점을 맞추어 보자.


3. 세계화와 민족, 국가


이상에서 우리는 지구의 모든 국가와 민족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전 지구적인 상호 의존 관계가 과연 어떤 내용을 지니고 있는가이다. 과연 국경이나 민족의 고유성은 점차 사라지고 지구촌이 하나의 공동체로 되어 가고 있는가? 더불어 민족이나 민족주의는 사라져 가고 있는가? 아니면 세계화라는 현상의 이면에는 여전히 -또는 과거보다 심하게- 국가나 민족의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현재의 세계화 과정에는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EC 12개국의 통합을 추진한 마스트리트 조약은 여러 나라들을 - 느슨하기는 하지만 - 하나의 정치, 경제적 단위로 묶는 데 성공하기는 하였으나 그 협상 과정과 승인 과정에서 각 나라의 이해관계의 상층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경제의 무조건적 개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일본 문화의 공식적 수입을 결사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자본과 문화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기는 하지만, 국가 이익과 민족의 생존에 대한 관심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국가주의나 민족주의는 엄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세계화 추세 속에서 우리 민족이 취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세계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언론은 세계화를 무엇보다도 개방화와 등치시킨다. "국제주의자"를 자처하는 한 여당 국회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제는 다른 나라에 (자본이) 들어가는 것이 경제 침략이 아니다. 세계지도를 놓고 조건이 좋은 데로 입지 결정을 하는 것이 세계적 공통 현상이 되었다. 이제는 주식도 외국이 가질 수 있어 어느 나라 기업이냐는 의미가 없다. (중략) 어떻게 하면 외국 기업이 많이 들어오겠는가 하는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다." 이런 입장에 따르면 민족이나 민족 기업의 발전을 운운하면서 외국의 자본, 상품, 문화에 대해 빗장을 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식민지 치하에 있었고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세계화에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민족주의 과잉을 걱정하면서 이제 모든 문제를 민족적 관점을 넘어선 국제적 관점에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세계화가 곧 국가나 민족적 차이의 철폐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일군의 진보적인 학자들은 초국적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현제의 세계화를 식민주의의 종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강화된 식민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들 간의 동질성이 확보되지 않은 조건에서 세계화, 국제화는 곧 비교 우위를 갖는 국가와 그들 국가의 국적을 가진 기업들을 더욱 살찌우고, 약세에 있는 나라와 그 나라의 기업 국민들을 더욱 불리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좀 더 현실적인 차원에서 보더라도 농ㆍ수산물을 비롯한 외국 상품의 수입 개방과 외국 자본 투자의 유치에 대해서는 국가적ㆍ민족적 차원에서의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세계화 바람에 들떠서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쌀 시장을 냉혹한 국제 경쟁의 논리 속에 밀어 넣는다면 국제적인 농산물 파동이 발생할 때 우리 민족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의 주식인 쌀을 마음 놓고 남의 나라 농민의 손에 맡겨 둘 수 있을 만큼 세계가 운명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물론 개방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배타적인 민족주의나 쇄국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세계 시장으로부터의 격리나 고립이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은 현실에서 방어적이며 폐쇄적인 자국 중심주의는 설 자리가 없다는 데에는 이들도 동의한다. 다만 이들은 민족적 관점을 넘어 국제적 관점을 취해서 개방화 추세에 순응하는 것만이 세계화 시대에 우리 민족의 살길이라는 주장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결여되어 있는 것은 국제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오히려 민족주의적 관점이고 민족 국가이다. 물론 이때의 민족주의란 배타적인 국수주의가 아니라 전진적이고 개방적인 민족주의를 말한다. 세계화가 민족주의 일반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편협하고 배타적인 민족주의와 대립되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우리나라가 견지해야 할 세계화와 국제화의 노선은 섣부른 국제주의 노선이 아니라 개방적이고 전진적인 민족주의이여야 한다. 즉 국제 질서가 요구하는 표준에 우리를 맞추면서도 실질적으로 민족의 이익을 도모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4. 세계화와 인류 생존


세계화는 한편으로 자본주의적 경쟁을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대시켜 모든 국가와 민족을 무한 경쟁의 시장으로 밀어 넣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무한한 경제 전쟁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국제 사회의 주체적 일원으로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당면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가 개방적인 민족주의를 추구한다는 것은 단지 이러한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차원에 머무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다른 민족과 인류 전체의 삶의 개선과 발전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일부 국제화론자의 전면적인 개방과 국제 경쟁력강화 논리는 그 이면에 다른 민족이나 국민은 어떻게 살든 우리 민족과 국민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숨기고 있다.


그러나 세계화의 또 하나의 측면은 이러한 사고방식이 얼마나 편협하고 위험한 것인가를 보여 준다. 즉, 앞에서 보았듯이 세계화는 전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환경, 기아와 빈곤, 인구 등의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으로 대처하지 않는 이상 해결 될 수 없다. 무한 경쟁이나 양육강식의 논리는 사실 이러한 전 지구적 문제를 발생시킨 주범이며, 또 지금도 이러한 문제들을 심각한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세계화는 전 인류로 하여금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에서 벗어나 자신을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서 사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결국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개방적인 민족주의는 세계화의 추세에 단지 순응하는 것도 아니고 또 반대로 거기에 역행하는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관점에서 우리 민족의 생존을 사고하는 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구촌을 단지 먹느냐 먹히느냐의 살벌한 경쟁터로 만들어 가려는 움직임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다른 민족이나 다른 국민의 삶과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 책임 의식을 가질 때 우리 민족은 비로소 지구촌의 한 주민으로 살아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공동선과 민족의 이익을 함께 고려할 줄 아는 성숙한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적 민주화와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주체적인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 세계화의 본질

1. 세계화의 의미


세계화(Globalization)란 각 국가경제의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의미한다. 즉 세계화란 국가 및 지역간에 존재하던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 정보 등에 대한 인위적 장벽이 제거되어 세계가 일종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되어 나가는 추세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계화란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국제적 이동을 촉진시키는 생산, 금융, 정보 등의 새로운 거대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화 속에서는 정치력, 경제력 등 힘의 이동이 한 나라 국경 내의 일정한 영역에서 세계 모든 나라의 영역으로 촉진된다. 이 세계화 속에서는 생산, 판매, 투자, 저축 등 모든 경제활동이 어느 한 나라나 한 지역의 영역에서 벗어나 세계 도처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세계화는 경제적 의사결정이 국가의 국경이 고려되지 않고 단행된다. 세계화는 이른바 '국경 없는 세계'(Borderless World)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세계화는 최근 국가간에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이동을 촉진시키고 정보의 교환을 확대시키는 정보통신기술과 그 인프라(Infrastructure)가 발달됨에 따라 급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맥러한(M. McLuhan) 및 피오레(Q. Fiore)가 1967년 '매체는 메시지'(The Medium is the Message)라는 그들의 저서에서 전자기술이 발전·통합됨에 따라 지구촌(Global Village)이 생기게 된다고 주장한 이래 불과 몇십 년만에 지구촌이라는 것이 출현되고 이를 상징하는 세계화가 성큼 다가왔다.

과거에 이들 이외 여러 사람들도 정보통신기술이 점차 미묘하게 발달되고 그 유용성이 확대됨에 따라 지구촌이라는 말을 가끔 들먹거려 온 것이 사실이다. 지구촌이라는 용어는 오늘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매우 매력적인 언어로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계화는 대륙의 기류나 해양의 조류와 같은 것이어서 저지되거나 억제될 수 없는 일종의 범세계적 조류로 인식되고 있다. '공동선택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제임스 부캐넌(J. Buchanan) 교수는 "세계화는 필연적인 조류이기 때문에 거부하거나 방어할 수 없으며 이에 적응 이외는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그는 세계화가 초래시키는 충격을 단기적으로는 완화시키려고 시도할 수 있으나 세계화 조류를 거부하거나 방어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경제적 낙후를 면치 못한다고 주장하였다. 부캐넌은 각국이 세계화 적응과정에서 기존 정책 및 제도를 개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국내산업의 붕괴가 야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일본의 경영자문가인 오마에 겐이치(K. Ohmae)는 "세계화가 확대됨에 따라 각국의 국민국가가 소멸되고 또한 각국의 국민경제가 동질화됨으로써 국경 없는 세계, 국적 없는 기업이 탄생될 것이다"라고 예언한 바 있다. 또한 그가 "지금 우리는 국경 없는 세계에 살고 있다. 세계화 속에서 국민국가는 일종의 '허구'이며 정치가는 그 막강한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세계화가 만들어 낼 경이로운 드라마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제3의 길'(Third Way)을 제창한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Anthony Giddens)도 그의 저서에서 오마에 겐이치의 예언을 인용한 것을 보면 세계화는 주목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놀라운 세계경제의 현상임이 틀림없다.

세계화는 1993년 12월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정이 체결되고 이어 1995년 1월 WTO 체제가 출범됨에 따라 그 확대속도가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세계화 추세에 따라 세계 모든 나라의 정부는 그들 국가의 모든 경제정책을 무역자유화, 서비스무역자유화, 금융자유화 등 자유화를 지향하는 세계시장경제에 부합토록 조정해 나가고 있다.


2. 세계주의와 세계화


세계화란 세계주의(Globalism)와 구별되어야 한다. 세계화와 세계주의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화와 세계주의는 오히려 상반된 관념으로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양자는 그 의미가 상이하기 때문이다.

세계주의가 이념적인 면에서 좌파적(Leftist)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세계화는 우파적(Rightist) 성격을 띠고 있다. 세계주의가 윤리적·도덕적 기초 위에 입각하고 있다면 세계화는 비윤리적·비도덕적 바탕 위에 놓여 있다. 세계주의가 이상적 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세계화는 현실적 관념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주의는 자연주의를 추구하지만 세계화는 물질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주의는 다양성을 존중하지만 세계화는 표준화, 동종화, 획일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주의는 인류 전체의 공존공영을 염원하지만 세계화는 개인이나 특정국가,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세계주의는 지구환경과 자원자원의 보전을 바라지만 세계화는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자원을 약탈하는 경향을 두드러지게 드러낸다. 세계주의에서는 상호의존정신이 필요하지만 세계화 속에서는 야수적인 초이전투구식 경쟁(Dog-Eat-Dog Competition)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한편 세계화는 경제적 폐해, 사회적 혼란, 환경적 위기 등 여러 문제를 초래하고 또한 세계주의의 정서를 파괴하는 경향이 있는 데 비해 진정한 의미의 세계주의는 이에 대처하는 유일한 무기라고 볼 수 있다. 세계주의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1 대 1의 선린 적인 의존관계를 긴밀화시키지만 세계화는 이들을 1 대 1의 경쟁적인 대립관계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세계주의란 세계 모든 나라의 국민들이 하나로 뭉쳐 일체감을 가지고 조화 속에서 생존해 가기를 바라는 관념이다. UN이 세계평화를 위해 창설된 것은 이 세계주의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환경주의자들이 '하나뿐인 지구' 보전이라는 이념 하에서 '지구공동'(Global Common)의 이념이나 '지속 가능한 개발' (Sustainable Development)을 표방한 것도 이 세계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1969년 남북문제(North South Problem) 해결을 위해 UN의 요청으로 작성된 피어슨 보고서(Parters in Development)에서 "우리는 세계라고 하는 하나의 마을에 살고 있고 세계공동체에 속해 있으므로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가지지 못한 나라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일이다"라고 주장된 것도 세계주의를 명백히 반영한 것임에 틀림없다.

뿐만 아니라 이 당시 UN경제사회이사회의 자문기관인 개발계획위원회의 권고 안으로 제출된 틴버겐 보고서(Tinbergen Report), 즉 '제2차 UN개발 10년을 위한 지침의 준비 및 제안'(Preparation of Guideling and Proposals for the Second United Nations Development Decade)에서 틴버겐은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를 제공하기 위해 국제연대성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한 것도 세계주의를 잘 드러낸 것이다.

피어슨 보고서나 틴버겐 보고서에서는 "종래에 1국이 하나의 공동체였으나 지금이야말로 문명의 진보에 따라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 이루어져 가고 있으므로, 원조는 도덕적 관념에서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세계주의는 도덕적·윤리적 성격을 띠고 있다. 세계주의는 좌파적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우리가 하나의 지구상에서 자연환경과 인간정착환경을 보전하면서 UN의 깃발 밑에서 전쟁, 폭력, 공포, 약탈, 기아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생각은 세계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세계주의는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도덕적 가치와 평등의 기초 위에서 상호존중과 신뢰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세계주의는 생태계를 보전하고 필요한 자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며 경제적으로 상호 지원하는 데 가장 이상적인 목표를 두고 있다. 따라서 세계주의는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세계화는 기업, 은행 등 경제주체가 이윤의 극대화, 시장의 독점적 지배, 경쟁대상의 제거 등을 도모하기 위해 의사결정의 기준을 오직 효율성에만 두고 세계적 영업활동의 강도를 역동화시켜 나가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초국적기업이 모국의 규범과 국익을 무시한 채 현지국(Host Country)의 주권이나 국민정서와 마찰을 일으키면서 생산, 판매, 무역, 금융, 운수, 통신 등의 영업활동을 세계적으로 파고드는 것은 세계화의 추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규모의 금융자본이 투자수익이나 또는 금리 및 환율의 차이에서 생기는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되는 것도 세계화의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무역(Internet Trade), 텔레마케팅(Telemarketing), 전자결제시스템 등 초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혁신적 시스템이 세계통상에 괄목할만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야말로 세계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계화는 실업의 대량화, 생활수준의 하락, 빈부격차의 확대, 기업의 합병 및 파산, 외국자본의 횡포, 외국에 대한 종속성 심화, 국가주권의 위축, 문화적 충격, 기아·자살·이혼·폭력·매춘·범죄의 유발, 가계부도, 가정해체 등 부정적 충격을 초래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세계화는 비자발적 이민, 이에 따른 인종차별 및 갈등, 이민에 대한 공포, 외국인에 대한 증오 및 공포, 종교마찰 등을 초래시키기도 한다. 세계화는 심지어 지구환경의 파괴, 생태계의 훼손, 부존자원의 남획, 생존기반의 붕괴 등을 발생시키는 경향이 농후하다.

실제로 세계화란 우파적 성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란 결코 윤리적 기초 위에 입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 있다. 세계화 속에서는 의사결정의 기준이 최대한의 능률이다. 이 최대한의 능률이 모든 가치의 측도가 된다. 능률이 있으면 이를 어떻게 해서든지 채택하거나 수용해야 하고 능률이 없으면 이를 즉시 철폐하거나 파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능률에 입각하여 의사를 결정하지 않으면 격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이 생산비가 싼 나라로 공장을 옮기려고 하거나 수익이 높은 나라로 자본을 이동시키려고 할 경우 그렇게 하는 것이 다름 아닌 세계화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세계화는 인간사회와 경제성장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시장을 중시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이데올로기의 산물로 평가되는 수도 있다. 이 신자유주의는 자유무역, 완전경쟁, 경제적 효율 등을 가장 이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화가 촉진됨에 따라 인간적 가치가 배제되고 모든 가치는 화폐로 측정되고 있다. 국가 및 사회의 진보는 경제성장이나 금융시장상태로 측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압력은 모든 경제제도 하에서 무자비하게 가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쏜살같이 치닫는 세계화 물결 속에서는 일시적이나마 정돈상태는 패배나 쇠퇴 또는 몰락을 의미하게 된다.

국가, 도시, 기업, 가계 등은 세계라고 하는 하나의 거대한 투기장에서 격렬한 투쟁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세계화는 국가간, 기업간, 계층간의 무한경쟁을 초래시키고 말았다. 따라서 세계화가 낳은 이러한 무한하고 무자비하고 잔인한 경쟁을 가리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초이전투구식 경쟁'(FOEI Link 78, 1997)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무한한 암시를 던져주고 있다.


3. 세계화와 국제화


세계화는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도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세계화가 국제화와 어떻게 다른가를 엄밀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자간의 개념이 차별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화는 국가와 국가, 그리고 그 국가 내의 기업과 기업, 또는 그 개인과 개인간의 관계가 양자적관계(Bilateral Relationship)로 전개되는 경향을 말한다. 이에 비해 세계화는 이러한 모든 관계가 다자적관계(Multilateral Relationship)의 확대로 진전되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제화는 세계 여러 개별국가(Individual Nation) 사이에 대두되기도 하고 그 다른 개별국가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개별기업간에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국제화는 상이한 국가 내에서 살고 있는 국민들간에 드러나기도 한다.

세계화는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그리고 국민과 국민 사이에 있는 국경을 무시하고 있다. 세계화는 사회와 사회, 기업과 기업, 그리고 개인과 개인간에 추진되어 가고 있는 복합과정(Complex Process)이라고 볼 수 있다. 세계화는 초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되고 WHO체제가 출범됨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와 국제화간의 기본적인 차이점은 ① 경제적 의미의 국경, ② 국가의 경제주권, ③ 시장(상품. 서비스. 금융) 개방의 정도 등에서 나타난다. 국제화시대에는 경제적 의미의 국경이 존속하고 국가의 경제주권이 존중을 받았다. 그러나 세계화시대에는 경제적 의미의 국경은 소멸되어 나가고 있으며 국가의 경제주권도 위축되어 나가고 있다. 그리고 국제화시대에는 국내시장의 대외개방이 한정적이었으나 세계화시대에는 무한정적이다.

세계화과정에서는 각국의 국민경제는 하나의 세계경제 즉 상호의존적 경제(Interdependent Economy)로 통합되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종래 세계 모든 나라 안에서 이루어지던 경제활동은 세계적으로 추진되어 나간다. 그리고 종래 규제에 묶여 있던 국제적 프레임워크도 세계적으로 개편되어 나가고 있다. 그것은 세계시장 환경에 부응하여 개편되어 나가는 것이다.


4. 세계화의 충격


세계화는 긍정적 충격을 초래시키기도 하고 부정적 충격을 초래시키기도 한다. 우선 긍정적 충격으로서는 ① 효율의 극대화, ② 자원배분의 합리화, ③ 규모의 경제이익 초래, ④ 자유무역 이익의 실현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부정적 충격으로서는 ① 세계경제에 대한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 ② 국가주권의 침해, ③ 자주적 경제정책의 제약, ④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⑤ 비교열위산업의 퇴출, ⑥ 국가 및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 확대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즉 세계화는 국가간, 지역간, 기업간, 계층간의 격심한 경쟁을 통해 효율의 극대화를 초래시킨다(Rodrick, 1997). 그리고 경쟁, 특화 등을 통해 자본, 노동 등 자원의 최적 배분을 초래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계화는 세계시장의 단일적 통합과 시장광역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이익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역장벽을 소멸시키고 자유무역의 이익을 가져다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세계화는 자본수출, 경쟁력의 우위 등을 통해서 세계경제에 대한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를 강화시킨다. 따라서 세계화에 매몰된 일부 국가의 주권이 침해를 받을 수도 있다. 세계화는 상품, 서비스, 자본 등의 국제거래를 통해 각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것은 치열한 국제경쟁에 따라 각국의 비교열위산업을 퇴출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세계화는 국가간,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를 확대시키는데도 한 몫을 하고 있다(Haass, 1998).

이와 같이 세계화는 긍정적 충격을 발생시키기도 하고 부정적 충격을 초래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세계화는 긍정적 충격을 발생시켜 세계경제와 인류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데에도 불구하고 그 부정적 충격에 집중적으로 조명되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 하다. 그 이유는 세계화의 부정적 충격이 확산되어 각 경제 주체에 심각한 고통을 던져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가 그 확대과정에서 부정적 충격을 유령처럼 드러내자 이 세계화에 대한 비난이 세계도처에서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사실이다. 그 주목할만한 사실이 1996년 스위스 다보스(Davos)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노출되었다(Shniad, 1996). '지속가능한 세계화'(Sustaining Globalization)라는 주제를 걸고 개최된 이 포럼에서는 세계화가 계층간 소득배분이 불균등을 초래시키고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심각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언이 서슴없이 나왔다.

한 연사는 "기업이 인간과 도덕적 문제를 팽개치고 오직 극단적인 기업경영 혁신에만 고집한다면 세계자본주의는 파멸될 것이다"라고 역설한 바 있다(Shniad, 1996).

하버드 대학교의 경영학 교수 캔터(Rosabeth Moss Kanter)여사는 "기업이 감량경영(Downsizing)을 추진하고 그 생산기지를 외국으로 이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생존의 기반을 잃어버리게 되었다"고 역설하면서 "자본주의에 저항하는 가공할만한 보복의 시대가 다가올지도 모른다"고 경고를 한 바 있다.

캔터 여사는 "기업이 노동자에게나 지역사회에서 그 본래의 사회적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는다면 세계 도처에서 세계화와 기업을 성토하는 지도자가 나타나고 노동운동이 재연될 것이다" 라고 경고하였던 것이다.

이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스위스 대통령도 "세계화는 세계에서 불평등을 극적으로 확대시켜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세계화는 전복될 것이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Shniad, 1996).

세계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현안을 토의하기 위해 개최된 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각국에서 모인 1,000명의 최고경영자, 200명의 정부관리, 40명의 정부수뇌들이 참석했었다. 이 경제포럼은 당시 전세계의 커다란 주목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세계화에 대한 비난은 선진국인 프랑스나 신흥시장경제국가인 말레이시아나 어느 나라를 가리지 않고 마구 터져 나오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세계화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하면서 세계화가 퇴보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몇 년 전 프랑스 국민들이 "세계화 기업은 지옥에 떨어져라,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Shniad, 1996)라는 슬로건을 들고 수차례 대규모 시위를 린 것은 이를 말해 준다.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축구제전을 며칠 앞두고 에어 프랑스 항공회사 조종사들이 임금 삭감에 불만을 품고 며칠간 파업을 단행한 것도 세계화 파장과 결코 무관한 것은 아니다.

1997∼98년경 말레이시아의 정치지도자들은 국제자본거래자들을 맹렬하게 비난하면서 "그 거래자들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국제적 음모를 통해 말레이시아를 약탈해 가고 있다"(Safire, 1998) 주장한 바 있는 것도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세계화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아 오기 때문에 그것은 효율성의 경이로운 혹은 훌륭한 개념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세계화는 비도덕적, 비윤리적, 비인간적인 냉혹한 것이라고 공격을 받아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Safire, 1998).

최근 세계화의 급진적 진전을 계기로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도처에서 노동자들의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되고 있는 것은 사회경제적 재앙을 더 이상 감수하지 않고 이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995년 11월 프랑스 보수정부의 알레인 쥬페(Alain Juppe)총리가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고 프랑스를 경쟁력이 있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공공부문에 대한 광범위한 지출삭감계획을 발표하자 프랑스 노동단체에서는 이를 반대하여 대규모 집단소요와 파업을 모든 지방에서 일으킨바 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빈곤을 심으면 분노를 거두어 들인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들의 사회보장제도를 수호하기 위해 파상적이고 장기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렸던 것이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초국적기업 등 우익들이 그들의 사회보장제도를 훼손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Shniad, 1996).

프랑스의 사회보장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의 제도보다 우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우수한 제도는 오랜 세월동안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프랑스의 새 총리가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운 사이징계획을 발표하게 되자 그 계획은 노동자, 연금수혜자, 실업자들을 겨냥한 정부 재정적자 삭감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된 것이다.

프랑스 정부의 재정적자 삭감을 위한 포괄적 계획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Shniad,1996).

① 세전 소득에 대한 0.5% 조세 부과, ② 피고용자의 20% 조세공제 폐지 ③ 보건제도의 철저한 구조조정 및 공중병원 왕래비(access fee)부과, ④ 연금(full pension)을 받는 데 필

요한 노동자의 노동기간을 37.5년에서 40년으로 확대시키는 퇴직 및 연금 프로그램 도입 ⑤ 공립교육기관 및 공립대학교에 대한 정부 예산 지원 삭감 ⑥ 철로 6,000Km 폐쇄 및 국영철도 노동자 30,000∼50,000명 해고를 포함한 공공운수부문에 대한 대규모적 구조조정.

프랑스 노동자의 대규모 소요사태와 더불어 캐나다,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요사태가 발생되었다. 캐나다에서는 온타리오(Ontario) 새 지방정부가 사회복지와 노동권을 대폭적으로 축소시키자 해밀턴 등 일부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된 바 있다. 이 지방의 새 정부는 선거로 출범한 우익정부였다. 그 외에도 뉴 브런스위크(New Brunswick) 지방에서는 실업보험이 삭감된 데 불만을 품은 이 지방사람들의 대규모 소요사태가 발생되기도 했다.

정부의 다운사이징에 따른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도처에서 발생된 대규모 소요 사태는 그 어느 나라 국민이나 생활수준의 하락, 직업의 불안정성 등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이 사태를 지켜보고 대응책을 강구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한 단체에서는 초국적기업과 우익사상가들이 과거 10년간에 걸쳐 자행한 행위를 1920년대 세계경제상황에 비유한 바 있다(Shniad, 1996).

그들은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등 세계 도처에서 노동조합과 그 외 사회단체들이 앙갚음을 시도할 때 1990년대 후반기는 마치 1930년대 세계공황 당시의 사태를 방불케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세계화는 대륙의 기류나 해양의 조류와 같은 것이어서 저지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일종의 자연적 현상이다. 이 세계화는 자본가와 기업 엘리트들이 고안하여 고의적이고도 계획적인 법률의 제정 채택으로 진전된 것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그들은 자본가와 기업 엘리트들이 노리는 것은 기업을 정부의 통제나 간섭에서 해방시키고 경제력과 소득을 일부 특정 부유층에 지속적으로 집중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세계화가 급속도로 확대됨에 따라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신흥시장경제국은 그 나라대로 엄청난 충격과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진 여러 나라들이 국제 정치적·경제적 패권을 이용하여 다자간 무역 및 투자협정을 체결하여 신흥시장경제국가들의 상품시장, 서비스시장, 자본시장 등 모든 시장의 빗장을 풀어 재침에 따라 그들 선진국에서도 자업자득의 부정적 효과가 발생되고 있다.

선진국의 상품, 서비스, 자본이 신흥시장경제국가로 쏟아져 나가게 되자 선진국 내에서는 산업의 동공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종래 풍요했던 사회는 실업, 해고, 직업 불안정성, 사회적 배척, 빈곤, 범죄, 공동체 이완 등의 사회경제적 병리현상이 속출되고 있는 실정이다(FoEI Link, 78, 1997).

한편 신흥시장경제국가에서도 국내 모든 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시켰기 때문에 심각한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적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그 위기와 갈등은 선진국의 경우처럼 기업 및 은행 파산, 실업, 정리해고, 직업 불안정성, 빈곤 가정해체, 자살, 범죄 등이다. 신흥시장경제국가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은 선진국들이 갖고 있는 그것보다 더욱 심각하다.

1995년에 발생된 멕시코의 금융위기나 1997년에 발생된 한국·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금융위기도 자본주의경제의 세계화 확대에 따라 발생되는 일종의 현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Round, 1997 ; Coulter, 1998). 그리고 한 때 대두되던 일본 엔화의 지속적인 평가절하조치나 중국 위안화의 불안한 상태도 자본주의경제의 세계화 확대에 수반된 일종의 사태로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세계화가 평등한 국가 대우, 동등한 기회 부여, 자유로운 경제활동, 경제활동의 공동 참여, 민주화 세계의 전개 등을 초래시킨다고 자신있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세계화가 이러한 꿈과 환상을 실현시켜 준다고 요란하게 부르짖는다. 그러나 그 배후에는 이미 설명한바와 같이 세계경제의 통합화가 집요하게 유혹을 받게 되고 경제적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부정적 충격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Corporate Watch, 1997).

인터넷 사이트(Internet Site)를 두고 있는 어느 사회주의 단체가 세계화를 가리켜 '제국주의의 새로운 마스크'(New Mask of Imperialism)라고 표현한 데 커다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Neo-Liberalism and Globllzation, 1997).


5. 세계화의 과정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상이 타결되어 WTO 체제가 출범되고 이와 더불어 초첨단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된 1990년대 초반부터라고 볼 수 있다.

세계화는 그 이전에도 시도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설립된 GATT 및 IMF 체제 하에서 무역자유화와 자본이동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세계화는 조짐을 보여왔다. 그 당시에는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저해하는 장벽이 존재한데다가 정보통신기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계화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세계가 열리기 시작한 것은 중상주의시대나 혹은 열강국들은 식민지쟁탈시대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 1498년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항로의 발견이다. 인도항로가 발견되자 포루투갈은 인도 고아지방을 근거로 해상무역을 확대시키게 되었다.

1492년 칼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세계를 열어재치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 대륙이 발견됨에 따라 스페인은 멕시코, 페루, 필리핀 등 수많은 나라들을 정복하고 금, 은 등 막대한 귀금속을 획득하려고 시도하였다. 이것은 그 당시로 보아서는 스페인의 세계전략일지도 모른다.

네덜란드는 인도 항로가 발견된 후 1602년과 1621년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를 각각 세워 무역 및 항해 사업과 식민지 획득에 중점을 둔 것도 세계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앞서 영국이 1600년에 동인도회사를 설립하여 대외무역을 확대시키고 1651년 항해조례를 선포하여 세계의 무역, 해운, 어업 등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고 방대한 식민지를 획득하려고 시도한 것도 세계전략임이 분명하다. 18∼19세기동안 영국을 비롯한 세계 열강국들의 식민지 장악과 이에 따른 식민지 쟁탈전도 그들 나라의 세계전략임이 틀림없는 것이다.

1930년대 영국 등 선진열강들이 각각 경제블럭을 구축하고 특혜관세제도를 마련하여 식민지, 속령, 종속국에 상품수출, 자본수출, 식량 및 공업원료 확보 등을 추진했던 것도 세계적 국가전략의 일환이다. 그리고 당시 이들 열강들이 생산의 집중 및 집적, 은행의 집중과 이 양자의 결합으로 형성된 거대한 금융자본으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또한 수출입의 독점권을 행사했던 것도 분명히 세계전략인 것이 사실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고 GATT 및 IMF 체제가 설립됨에 따라 종래 열강국들의 세계전략은 변동되지 않을 수 없었고 새로운 국제경제질서가 형성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 양체제는 국제적 협의·협조정신 하에서 무역자유화의 실현과 각국 통화가치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출범되었기 때문에 이 체지 하에서 세계화가 싹 트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당시 세계화는 극히 초보적이고 제한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GATT 체제 하에서 수차례에 걸쳐 일반관세협정이 체결되고 또한 도쿄 라운드를 비롯하여 다자간 무역협정이 몇 차례 체결되었으나 세계무역의 광범위한 자유화는 실현되지 않았다. 각국에 설치된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 등 무역장벽이 철폐되거나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제자본이동을 저해하는 장벽을 완화하기 위해 양자간 및 다자간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세계적 자본이동의 자유화가 달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1993년 12월 우루과이 라운드가 타결되고 이어 1994년 4월 WHO 체제가 출범됨에 따라 그 동안 시도되어 오던 세계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아 급진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WTO 협정에 따라 종래 세계무역을 규제해오던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이 현저히 철폐되거나 완화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서비스 이동에 대해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가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이 결과로 세계 모든 나라의 시장은 하나의 거대한 단일시장으로 통합되어 나가게 되었다. 그 시장통합화의 보조도 일치하고 있다.

세계화를 이처럼 촉진시키고 있는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협정 못지않게 컴퓨터 발달에 따른 정보통신기술의 경이적인 혁명이다. 컴퓨터의 발달로 전자정보초고속망이 세계 도처에 거미줄처럼 깔려짐에 따라 지구상에는 '거리의 소멸' 현상이 초래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을 경이적으로 단축시켰다. 이제 시장접근은 세계 어느 시장을 막론하고 광속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세계의 무역은 인터넷교역이나 전자상거래로 바뀌게 되고 서비스거래는 전자정보초고속망을 통해 괄목 할 만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국제자본이동도 이 전자정보초고속 네트워크를 따라 광속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은 세계시장의 통합을 촉진시키고 세계화의 확대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것은 다자간 투자협정이 될 것이다. 머지않아 타결될 이 투자협정은 세계 각국의 투자 장벽을 제거하고 국제자본이동을 촉진시킴으로써 세계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기 때문이다.


Ⅲ.세계화의 특징

1. 세계적 무역자유화

1) 초고속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거리의 소멸'을 촉발시키고 정보통신의 혁명을 몰고 온 전자정보초고속도로(Electronic Information Super Highway)가 발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초고속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견인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 개념의 국경을 소멸시켜 세계시장의 통합화를 촉진한 WTO 협정이 발효된 데 그 원인이 있다.

전자정보초고속도로의 발달은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확대시키고 있는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이다. 최근 전자정보초고속망이 발달되어 정보 및 통신이 수렴되고 확산됨으로써 세계정보혁명이 초래됨에 따라 세계무역자유화는 괄목할 만하게 진전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종래 무역거래에서 실행되던 국제마케팅은 텔레마케팅으로 전환되었고 전통적 수출입거래는 인터넷 무역, 전자상거래(Electronic Commerce), 웹 상거래(Web Commerce)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수출입대금 결제는 전자결제시스템을 통해 실행되고 있다.

이 중에서 인터넷 무역이 괄목할 만하다. 인터넷은 상품의 광고, 주문, 배달, 지불 등 여러 거래과정에서 매우 주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은 기업간 또는 기업과 소비자간의 거래 확대를 도모하는 인트라넷(Intranets)과 엑스트라넷(Extranets)을 확대시키고 있다.(Ormrod,1998)

이와 같은 초고속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시장이 단일화되고 이에 따라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성숙단계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교역은 전통적인 수출업자와 수입업자의 관계를 역전시키기도 한다.

인터넷은 상품과 서비스의 이동을 가능한 한 최대로 촉진시킬 수 있도록 어느 나라의 국경이나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며 규제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 인터넷 무역의 '무형성'(Invisibility)은 이제 국내거래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국제적 거래에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 교역이 성행됨에 따라 온라인 지불 메커니즘(On Line Payment Mechanism)인 인터넷 지불시스템도 국제결제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이것이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기술적인 면에서 잘 도우고 있다.

수출입거래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오던 무역관계서류도 모조리 인터넷과 전자우편으로 대체되어 나가고 있다. 전자정보초고속망은 새로운 기술의 전격적 도입, 원거리통신망의 구조 조정, 정보통신의 세계화 등을 통해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더욱 더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전자정보통신기술이 '거리의 소멸'을 초래시키고 이것이 세계적으로 무역자유화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거리장벽이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전통적 수출입거래에 있어서는 전통적인 시스템이 채택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거리장벽이 존재하여 그 교역에 있어서는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높은 비용이 부담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교역상의 장애요인이 존재하고 불편이 수반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이 발달되어 대륙간 또는 국가간의 '거리의 소멸'이 초래됨에 따라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모든 장애요인과 불편이 현저히 해소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거리의 소멸'은 세계적 무역자유화와 이에 따른 국가경제의 세계화에 매우 깊은 암시를 던져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전자정보초고속통신망의 발달은 세계 도처에 존재하던 개별시장을 하나의 세계시장으로 통합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2) WTO 협정의 발효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WTO 협정의 발효이다(신현종, 1997). 세계적 무역자유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후 GATT 체제하에서 지속적으로 진전되어 왔다.

최근에 이르러 세계적 무역자유화는 1993년 12월 15일 우루과이 라운드(Uruguay Round)가 타결되고 1995년 1월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가 출범됨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WTO 체제 출범에 따라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진적으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은 WTO 협정, 즉 관세, 농산물, 위생검역, 섬유 및 의류, 무역에 관한 기술장벽, 무역관련투자조치, 선적전검사, 원산지규정, 보조금 및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 서비스무역, 무역관련지적재산권, 무역정책검토제도, 복수국가간 무역 등 여러 협정이 발효되고 이에 의해 관세장벽과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래 국가간에 존재하던 무역장벽은 철폐되고 경제적 국경의 개념이 소멸되어 나가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저 나라로 들어가고 저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이 나라나 또는 그 외 다른 나라로 수출되고 있다. 상품뿐만 아니라 관광, 유통, 운송, 금융, 통신 등 서비스도 국가 간에 자유롭게 이동되고 있다.

실제로 WTO가 출범된 1994년부터 세계 어느 나라의 시장에서나 외국의 상품과 서비스가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상품과 서비스의 종류도 다양하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선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상품이 쏟아져 들어오는가 하면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상품도 몰려들고 있다. 시장에는 어느 한 나라 상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의 상품이 득실거린다. 선진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 있어서도 개발도상국의 경우처럼 세계 도처에서 생산된 상품이 그 시장을 휩쓸고 있다.

이와 같이 WTO 체제하에서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촉진되고 있는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과 이에 따른 WTO 체제 출범으로 무역장벽이 철폐되고 세계 상품시장이 전면적으로 개방되어 상품의 시장접근(Market Access) 기회가 확대되고 그 자유로운 이동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에서나 또는 개발도상국에서나 외국계열의 서비스공급자나 기업이 횡행하고 있다.

WTO 체제하에서 서비스 교역의 세계적 자유화가 촉진되고 있는 것은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무역협상에서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Trade in Services: GATS)이 체결되어 이 협정이 WTO 체제 출범때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 교역협정에서는 모든 서비스 교역에 대해 내국민대우와 최혜국대우를 부여토록 되어 있다.

따라서 외국계의 서비스공급자나 기업은 현지국에서 일체의 차별조치를 받지 않고 그 나라의 서비스업체와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 영업활동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국가간 이동에는 국제경쟁력이 지배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는 어느 나라에나 파고 들 수 있으나 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것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제비교우위도가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수출이나 국내시장 판매가 가능하지만 그 우위도가 낮은 것은 존속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무역자유화가 도도하게 진전되고 있는 WHO 체제하에서는 비교우위상품이나 서비스라도 그 존속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절대 우위를 갖춰야만 한다. 절대 우위를 확보한 상품이나 서비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어느 한 지역에 있는 여러 개의 동물원의 울타리를 한꺼번에 헐어제쳐 그 안에 있던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그대로 풀어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맹수들은 순한 짐승들을 잡아먹게 되고 순한 짐승들은 씨마저 말려지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야수적인 약육강식의 비정한 세계경제질서의 형성이다. 국제경쟁력이 강한 상품만이 살아남고 그 경쟁력이 약한 상품은 도태되지 않을 수 없는 처절한 무한 경쟁이 WHO 체제 하에서 을씨년스럽게 펼쳐지고 있다. 세계화를 촉진시키는 WTO 체제 하에서 격화되고 있는 경쟁을 초 이전투구식 경쟁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진적 속도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WHO 협정이 발효되고 이에 따라 무역장벽이 철폐되어 상품과 서비스의 시장접근기회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WHO의 주요 협정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즉 WHO의 관세협정은 관세율 인하, 관세양허품목 확대,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화 등을 도모함으로써 종래 국가간에 존재했던 관세장벽을 대폭적으로 완화했던 것이다. WHO 관세협정 중 공산품 및 수산물에 대한 관세율이 WHO 출범 후 5년 내에 우루과이 라운드 다자간 무역협상이 추진되던 1986년 9월의 경우에 비해 33% 이상 인하토록 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관세양허품목의 비율이 1986년의 경우에 비해 선진국에서는 78%에서 99%, 개발도상국에서는 22%에서 72%로, 또한 시장경제전환국에서는 73%에서 98%로 대폭 확대된 것을 보면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총 13개 분야 192개 품목(HS단위)에 대해 무관세화토록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농산물협정도 농산물에 대한 '예외없는 관세화', '최소시장접근방식' 도입, 농업분야에 대한 각종 보조금의 점차적 철폐 내지 감축 등을 도모함으로써 농산물에 대한 관세장벽을 현저히 완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일부 농산물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수출입에 대해 비관세장벽을 철폐 내지 감축 등을 도모함으로써 농산물에 대한 관세장벽을 현저히 완화시킨 것이 사실이다. 일부 농산물의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의 수출입에 대해 비관세방벽을 철폐하고 이를 관세화토록한 '예외없는 관세화'는 농산물에 대한 수입부과금, 수입수량제한, 최소수입가격, 수입허가증, 수출자율규제, 국영무역 등 비관세장벽을 통한 농산물 수입규제조치가 철폐되어 농산물 무역의 자유화를 촉진시킨 조치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에 있어서 관세유예기간에도 그 농산물 국내 소비량의 일정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최소시장접근방식도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완화시킨 일종의 조치인 것이다. 또한 허용보조금을 제외하고 모든 농업보조금을 감축하기로 한 것도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장벽을 허물어 농산물 수출입의 자유화를 촉진시키는 조치임에 틀림없다.

섬유 및 의류협정도 다자간섬유협정의 다자간체제(WTO)복귀, 섬유류에 대한 차별적 수입규제 금지 등을 통해 세계섬유류 및 의류교역의 전면적 자유화를 촉진시켜 오고 있다.

서비스교역협정도 서비스교역의 세계적 자유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모든 서비스 교역에 대한 내국민대우 및 최혜국대우 부여, 서비스교역 자유화 대상분야에 대한 포지티브 방식(Positive List System) 적용, 시장접근 및 내국민대우 관련규제에 대한 무역, 유통, 금융, 관광, 통신, 건설, 운송분야 등의 시장을 개방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교육, 문화, 보건 등의 여러 분야의 시장도 열어 나가고 있다.

서비스교역협정은 서비스 그 자체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뿐만 아니라 외국인직접투자, 인력이동 등 광범위한 분야의 자유화를 도모하고 있다.

WHO 체제 하에서 세계적 무역자유화는 반덤핑협정, 보조금 및 상계관세협정, 긴급수입제한협정 등에 따라 비관세장벽이 철폐되어 더욱 더 촉진되어 오고 있다. 반덤핑협정은 덤핑 규제요건 강화, 덤핑 규제남발 억제, 덤핑 마진 산정 및 피해판정기준의 명료화 등을 도모함으로써 무분별한 덤핑 규제를 억제하여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촉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보조금 및 상계관세협정도 각종 보조금 지금에 대한 규제 강화, 상계관세 부과요건 강화 등을 꾀함으로써 특정국가 특정산업의 국제경쟁력 구조의 인위적 변동을 억제시켜 세계적 무역자유화의 왜곡을 규제토록 한 것이다. 그것은 보조금이 산업의 경쟁력구조를 인위적으로 변동시키고 수출증대 및 수입억제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세계무역질서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긴급수입제한협정도 세계적 무역자유화를 확대시켜 나아가고 있는 주요한 협정 중의 하나이다. 이 협정은 외국상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의 발동요건 강화, 이 조치 발동 남발의 억제, 최혜국대우의 일반적 적용 재확인, 회색지대조치(Gray Area Measures : 수출자율규제, 시장질서협정 등)의 4년 내 철폐 등을 도모함으로써 무역자유화의 세계적 확대에 커다란 작용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협정,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 선적전검사협정 등 WHO의 여러 협정도 세계적 무역자유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오고 있다. 이러한 여러 협정은 세계 여러 나라의 경제적 의미의 국경을 소멸시켜 세계 도처의 시장을 하나의 글로벌시장으로 통합시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금융의 세계화

1) 세계금융시장의 확대


오늘날 세계경제질서의 주요한 특징은 금융의 세계화가 확대되고 있는 점이다. 금융의 세계화는 그 동안 양자간협정에 따라 점차 확대되어 오다가 OECD의 자본이동자유화규약(Code of Liberalization of Capital Movements)과 국제투자 및 초국적기업에 관한 선언(Declaration on International Investment and Multilateral Enterprises)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오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는 최근 다자간투자협정의 발효를 앞두고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그것은 다자간투자협정이 투자장벽을 제거하고 국제자본이동을 촉진시킴으로써 금융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때문이다.

금융의 세계화는 세계자본시장이 성장되고 통합됨으로써 촉진되고 있으며 이 세계자본시장의 성장과 통합은 세계화의 엔진임이 틀림없다.

세계자본이동규모는 엄청나게 크다. 그 규모는 1991년에 5,360억달러였던 것이 그 후 4년동안에는 1조 2,58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 세계자본이동총액 가운데 외국집적투자를 제외한 규모는 1986∼1990년간 연평균 262억달러였던 것이 1996년에는 2,500억달러를 초과하였다. 세계유가증권의 유동성금융자산(Liquid financial Assets)는 1980년에 10조 7,000억달러에서 1994년에는 41조 5,000억달러로 증가되었다. 그 자산규모는 2000년에 80조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Fraser, 1997).

1998년경 세계 주요 외환시장에서 하룻동안 거래된 외환규모만도 1조달러에 이르렀으며 국제자본거래량의 규모는 1조 5,000억에 육박하였다(Globalizand vs Sovereignty, 1997).

국제자본이동의 근간인 외국직접투자의 규모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직접투자는 1973년에 불과 250억달러에 지나지 않던 것이 1996년에는 3,150억달러로 약 14배가 증가되었다. 외국인직접투자는 최근 경쟁적 압력, 새로운 기술, 기업의 사유화, 각국의 정책등으로 말미암아 앞으로도 점차 증가될 전망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외국인 직접투자는 생산조직의 지역적 통합화를 촉진시키는 EU, NAFTA, APEC, ASEAN, MERCOSUR 등 경제통합체가 활성화되고 이 지역적 경제통합체가 기업의 세계화를 촉진시킴에 따라 더욱 더 확대되어 나가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공업국의 주도로 그들 나라 간에 성행되고 있다.1996년의 경우 선진공업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규모는 2,030억달러에 이르렀으며 이들 나라로부터 유출된 그 규모는 2,710억달러나 되었다. 그 증 미국으로 유입된 해외직접투자규모는 600억달러, 유출된 것은 960억달러였다. 따라서 해외직접투자는 미국의 기업이 주도해 나가고 있고 그 기업은 초국적기업이다.

미국과 더불어 해외직접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독일, 영국, 일본 및 프랑스(순서별)들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견인적 역할을 해온 세계 100대 다국적기업은 앞으로 강력한 대외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초국적기업은 유럽을 미래에 첨단기술 및 소비재산업 부문에서 가장 매력적인 투자대상지역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유럽의 초국적기업은 미국을 그들의 해외직접투자 수행 상 가장 훌륭한 입지로 보고 있다. 한편 일본의 추국적기업은 아시아를 가장 전망 좋은 투자대상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막대한 규모로 이동되는 자본은 산업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투자를 위한 자금이거나 국가간, 금융기관간, 금융기관·기업간 차관성격의 자금이다. 그리고 그것은 뮤추얼 펀드(Mutual Fund: 투자신탁기금)의 투자자금이거나 또는 헤지 펀드(Hedge Fund)의 투기자금이다.

세계금융자본은 최근에 혁신적으로 구축된 전자정보초고속망을 따라 하루 24시간 동안 지구 도처로 이동되고 있다. 어느 나라 금융시장에 광속으로 들어왔다가 초광 속으로 빠져 나가기도 한다. 이 자금은 투자수익이나 자본원본의 가치 보존 등을 위해 어느 때나 어느 나라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모든 국가를 드나들고 있기 때문에 '국적 없는 돈'(Stateless Money) 또는 '무국적 자본'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 자본은 실물투자, 증권, 채권 등 투자수익을 취득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될 뿐 아니라 환율 및 금리의 차를 얻기 위하여 부단하게 이동되기도 하고 심지어 투기를 노리기 위해서도 이동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자본은 환율, 금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외환정책, 재정금융정책 등 정부정책에 따라 민감한 반응을 보여 준다.

금융자본은 자본이 풍부한 나라에서 부족한 나라로 이동되기도 하고 또한 자본의 수익률이 낮은 나라에서 높은 나라로 이동되기도 한다. 금융의 세계화는 자본희소국의 자본부족을 완화시키고 자본투자나 그 이용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서 세계경제발전에 커다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본이 부족한 나라는 외국으로부터 자본을 도입하여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그 나라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는 투자된 나라의 외환보유고를 고갈시켜 경제위기를 초래시키는 경우도 있다. 자본이동이 투기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당해국의 보유외환의 고갈,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초래시킨다. 1994년 12월에 발생된 멕시코 외환위기는 멕시코에 투자된 수백억 달러의 외국자본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시적으로 유출된 데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1997년 하반기에 불거 터진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여러 나라의 통화위기도 이들 나라에 유입된 막대한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데 그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97년 12월에 초래된 한국의 외환위기도 보유외환 고갈에서 촉발되었고 외환이 고갈된 것은 외국자본의 유입이 중단되고 그 유출이 촉진되었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나 동남아 일부 국가에서나 외국자본이 유출됨에 따라 엄청난 경제위기가 초래되었던 것이다. 보유외환은 고갈되어 바닥을 드러내고 국내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하여 환율이 폭등하였다. 국내유동성이 부족하여 금리가 치솟았다. 기업이 연쇄적으로 파산하여 실업자가 홍수처럼 쏟아졌던 것이다. 또한 물가가 폭등하여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떨어질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들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 때 이들 나라의 경제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그 위기가 유령처럼 엄습하고만 것이다

멕시코나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이들 나라와 지역의 금융시장 개방이 괄목하게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이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특징이다. 이들 금융시장의 대폭적 개방은 금융위기나 외환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다. 외환보유고가 고갈상태에 직면하여 그들 통화의 대외가치가 폭락하고 금리가 폭등하기 때문에 IMF나 국제금융기관으로부터 막대한 외화자금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전면적 개방이 불가피했던 것이다.

최근 이들 지역을 비롯해서 괄목할 만하게 확대되고 있는 금융의 세계화는 시장논리에 그 원인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세계금융시장의 패권을 도모하는 일부 선진국의 전략일 수도 있는 것이다.


2) 다자간 투자협정의 추진


최근 금융 및 투자의 세계화는 OECD가 추진하고 있는

다자간 투자협정(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MAI)으로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다자간 투자협정이란 외국인의 자유로운 투자와 송금을 보장하는 국제규범을 말한다. 이 다자간 투자협정은 외국인직접투자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 지적재산권 등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형 및 무형의 자산의 세계적 이동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규범을 뜻하는 것이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국제투자에 대한 각종 제한조치나 차별적 조치가 경제적 발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국제자본투자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를 제거하기 위해 세계적인 자유투자제도(Liberal Investment Regime)로서 마련된 것이다.

이 다자간 투자협정은 세계 각국의 투자정책의 이질성과 투자규정상의 불일치를 제거하고 양자간, 지역별, 복수국가 등 기존투자규범의 미비점을 보완하여 각국의 기업들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그 나라의 국내기업과 같은 조건 하에서 투자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이다.

따라서 국가 간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MAI는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체결된 GATT나 또는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체결된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서비스 교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모든 경제분야에 관한 포괄적 투자협정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여진다. 다자간투자협정상의 '투자'란 직접투자, 증권투자, 부동산투자, 계약하의 모든 권리(지적재산권 등) 등 광범위한 투자를 말한다. 따라서 이 협정상에서 사용되는 투자라는 것은 종래의 개념과는 달리 포괄적 개념을 지니고 있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모든 정부(중앙, 연방, 주, 지방 등의 정부) 차원에서 시행되는 조치를 커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그 조치란 법률, 규정, 행정관행 등을 말하는 것이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내국민대우(National treatment)와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Treatment)의 원칙에 따라 투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게 될 것이다.

내국민대우란 다자간 투자협정상의 당사자가 외국인 투자자와 그 외국인 투자를 그들 나라 국민의 투자자보다 일체의 불리한 대우를 취하지 않고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MAI, 1997).

따라서 내국민대우는 외국인 투자자나 그 외국인 투자에 대해 내국민투자자나 그 내국민투자에 대해 부여하는 이상의 혜택을 제공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한편 최혜국대우란 다자간 투자협정상의 당사자가 외국인 투자자와 그 외국인투자를 다른 제3의 외국인 투자자와 그 투자보다 차별대우를 치하지 않고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각국은 주로 양자간 투자협정을 통해 외국인 투자의 유치촉진, 자국투자보호등 자국의 투자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만 급급해왔다. 그러나 양자간 투자협정은 성격, 범위, 규제방법 및 대상등 여러 측면에서 각국간의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국제적인 투자규범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양자간 투자협정은 최근 급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세계경제에 국제투자규범으로서 부적합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양자간 투자협정은 OECD국가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NAFTA등 지역적 투자협정은 그 지역을 커버하는 투자협정에 지나지 않는다. OECD투자협정도 '국제투자 및 초국적 기업에 대한 자유화 규약. 선언. 결정'도 투자에 대한 제도적 다자간 접근을 제공하고 있으나 그것은 상호연계성이 결핍할뿐 아니라 포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또한 투자자 및 피투자자 상호간의 분쟁해결 절차도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

다자간 투자협정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자간투자협정은 모든 경제분야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즉 WTO, GATT, GATS 등 다자간통상협정의 경우에는 협정에 포함된 일정한 부문에만 적용될 뿐 그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부문에는 적용되지 않으나 다자간투자협정의 경우에는 그 정의에 입각하여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다자간투자협정의 경우에는 특별한 유보조치에 따라 보호조치가 불가피한 특수부문에 대한 협정 적용은 연기될 수 있을 뿐이다.

둘째, 다자간투자협정은 투자의 모든 유형에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투자자는 자연인이나 법인이나 어느 누구라도 될 수 있으며 투자는 투자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직간접적 모든 자산에 해당된다. 실제로 다자간투자협정은 전통적 의미의 외국인직접투자(예컨대 지사 및 지점 설립, 현지 기업의 취득, 유형재산 취득 등)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이 협정은 증권투자(투자목적을 위한 주식 참여), 금융투자(국공채, 회사채, 대부금), 유형재산 등을 대상으로 한다. 미래에 새로운 유형의 투자가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투자도 다자간투자협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셋째, 다자간투자협정은 투자의 모든 과정에 광범위하게 적용된다. 그 적용범위는 투자의 설립, 취득, 확대, 운영, 관리, 유지, 사용, 향유(Enjoyment), 매매, 그 외 청산 등이다.

넷째, 다자간투자협정은 계약당사자가 투자를 제한하는 모든 조치에 적용된다. 그 조치는 법률, 규정, 사법적 판결, 국제조약 등을 말한다. 다자간 투자협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모든 행정주체에 적용된다.


3. 생산의 세계화

1) 생산의 세계화 주역 - 초국적기업


최근 세계경제의 특징 중의 하나는 생산의 세계화가 급진적으로 진전되고 있는 점이다. 생산의 세계화는 세계적 무역자유화와 금융의 세계화를 통해서 더욱 더 촉진되어 나가고 있다. 생산의 세계화를 촉진시키고 있는 주역이 초국적기업이다. 초국적기업은 거대한 자본, 첨단화된 기술, 우수한 경영능력, 방대한 판매망, 막강한 로빙능력 등을 통해서 또는 모국의 정치적·경제적 비호를 받아가면서 세계 도처에 생산 및 판매거점체제를 구축하여 극대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이윤극대화를 도모하기 위해 ① 가장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곳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② 금융비용이 가장 싼 곳에서 자본을 조달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③ 세금이 가장 낮은 곳에서 생산거점을 구축하거나 또는 이곳으로 기업소득을 이전시키고, ④ 자본수익과 환차익이 가장 높은 곳으로 자금을 이동시키고 있다. 그리고 초국적기업은 ⑤ 판매와 수출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정치적·경제적 안정성이 유지되는 곳에서 사업활동을 한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은 ① 해외자회사의 이윤 극대화, ② 범세계적 자본조달비용의 극소화, ③ 범세계적 조세부담의 극소화, ④ 범세계적 자본수익 및 환차익의 극대화, ⑤ 범세계적 판매 및 수출의 최대화, 범세계적 정치적·경제적 안정성 추구 등을 도모하고 있다.

따라서 초국적기업이야말로 국경과 국적을 초월하여 여러 나라에서 동계 자회사를 설립한 후 현지국 국민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면서 생산, 판매, 무역, 서비스, 연구개발 등 모든 활동을 추진하는 거대한 경제조직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거대한 초국적기업은 최근 전자정보기술혁명이 촉진됨에 따라 그 웅장한 자태를 송두리째 드러내고 있다. 초국적기업이 한 나라보다 더 많은 자본이나 상품을 전세계에 이동시키고 또한 이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정보를 전세계에 유통시키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꿈, 제국적기업 그리고 새로운 세계질서'(Global Dreams, Imperial Corporation and the New World Order)를 저작한 바넷(R. J. Barnet)과 캐바나(J. Cavanagh)는 세계광역조직망을 가진 소수의 초국적기업이 새로운 세계경제구조인 세계문화바자(Global Cultural Bazaar), 세계쇼핑몰(Global Shopping Mall), 세계산업현장(Global Workplace), 세계금융조직(Global Financial Network)의 상업적 활동을 송두리째 장악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들은 이러한 경제활동의 세계광역조직망이 종래 세계 어느 국민국가도 달성하지 못한 세계경제의 통합화를 이루어내고야 말았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경제 통합화의 추진력은 미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네덜란드, 영국, 일본 등에 영업본부를 두고 있는 일부 거대한 초국적기업에서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 두 사람의 주장이다. 이들은 초국적기업과 이에 버금가는 대규모 은행이야말로 세계화의 조산원(Midwife of Globalization)이라고 일컬었다. 초국적기업 등이 세계화의 배후에서 군림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한 사람도 바로 이들이다.

생산의 세계화는 초국적기업이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초국적기업이 생산의 세계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에 있어서 초국적기업의 역할을 보면 알 수 있다. 초국적기업의 총생산량은 세계총생산량 중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초국적기업의 무역량은 세계총무역량 중에서 매우 높은 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초국적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개별국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초국적기업의 생산량이나 무역량은 세계의 생산량이나 무역량의 증가율을 훨씬 앞서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직접투자도 초국적기업이 주도해 나가고 있는 것을 보면 초국적기업의 세계경제적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초국적기업은 생산의 세계화를 촉진시켜 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의 세계화도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WTO 협정에 따라 서비스에 대한 최혜국대우와 내국민대우가 부여되게 되자 초국적기업은 서비스를 세계규모로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1970년대 이 세계에는 7,000개사의 다국적기업이 존재했으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 수는 무려 35,000개사로 늘어났다. 최근 초국적기업의 무역량은 세계무역량 중에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 막대한 규모의 무역량은 초국적기업 상호간에 교역된 것이다.

초국적기업의 경제규모가 일부 개별국가의 경제규모를 능가하고 있다. 세계 100대 경제주체 가운데 초국적기업이 차지하는 것이 51개사이고 국가가 차지하는 것이 49개국이다. 미국 포드(Ford) 자동차회사의 경제규모는 사우디 아라비아나 노르웨이의 경제규모보다 크다. 일본 미쓰비쉬(Mitsubishi)사의 경제규모는 인도네시아를 능가한다. 필립 모리스(Phillip Moris)사의 연간 매출규모는 뉴질랜드의 국내총생산(GDP)를 앞지르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200사의 총매출고는 세계총생산의 약 2/3에 해당되고 있다. 세계 최대 200사의 초국적기업이 세계 도처에서 기업활동을 해내고 있지만 그 고용자수는 1억 8,80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초국적기업이 세계경제에 있어서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일부 다른 자료에서도 밝혀지고 있다.세계에서 가장 큰 300개 초국적기업은 전세계 생산시설의 약 ¼을 소유하거나 관리하고 있다. 그것은 약 3조달러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국적기업의 연간 총매출고는 어떤 나라의 연간 GDP에 상당하거나 이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이토츠(Itoch)사의 매출고는 오스트리아의 GDP를 능가하고 로열 더취 쉘사의 매출고는 이란의 GDP 규모와 같다. 미쓰이(Mitsui) 및 GM자동차회사의 매출고는 덴마크, 포르투갈, 터키 세 나라의 GDP를 합한 것보다 크다는 것이다.

초국적기업은 독점력을 행사하여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대 5개 자동차회사가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5개 석유회사가 세계 석유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화학부문에 있어서도 약 35%, 전자 및 철강 부문에 있어서는 각각 약 50%이상씩이나 세계 굴지의 초국적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초국적기업은 그 규모와 매출고가 커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곳곳에 파고 들어가고 있다. 스위스의 거대한 전기 엔지니어링 회사인 ABB는 140개 국가에 설비를 가지고 있다. 로얄 더취 쉘 석유회사는 50개 국가에서 석유를 탐사하고 있으며 34개국에서 정유해서 100객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 미국의 식품가공회사인 하인즈(H.J. Heinz)사는 세계 6대주에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최대의 곡물사인 카길(Cargill)사는 54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영국의 최대 화학회사인 ICI는 40국에서 생산활동을 해서 150개국의 지사를 통해 판매활동을 하고 있다.

UNCTAD(UN무역개발회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국적기업은 최근 극적인 속도로 확대되어 세계시장을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으며 연간 6조달러 이상의 매출고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초국적기업의 해외자산규모는 막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6년 UNCTAD 자료를 보면 1994년 영국 및 네덜란드의 로열 더취 쉘사의 총자산은 1,020억달러이며 이중 해외자산은 637억 달러에 이른다. 미국 포드사의 총자산은 2,194억달러이며 대외자산은 606억달러이다. 그리고 미국의 엑손(Exxon)사의 총자산과 해외자산은 각각 879억달러, 562억달러이다.

미국계의 초국적기업은 세계 최대의 100개 초국적기업 중 1/3을 차지하고 있다. 일본계의 초국적기업은 1990년 11개사에서 1994년에는 19개사로 증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100개 초국적기업은 총 초국적기업 중에 0.3%를 차지하고 있으나 세계적 생산과 해외직접투자에 있어서 지배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UNCTAD 자료를 보면 개발도상국계의 초국적기업도 글로벌 투자 및 생산에 있어서 매우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초국적기업은 주로 아시아 및 라틴 아메리카 국가계의 기업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 대표적 초국적기업이 한국의 대우(Daewoo)를 비롯해 홍콩의 허취손 함포아(Hutchison Whampoa), 멕시코의 세멕스(Cemaex)이다. 이들 개발도상국계의 다국적기업들은 주로 다른 개발도상국에 직접적으로 자본을 투자하여 생산의 세계화를 도모하고 있다.


2) 초국적기업의 영향력 행사


초국적기업이 세계의 모든 경제활동을 지배하게 됨에 따라 그 사회경제적 재앙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초국적기업이 몰고온 재앙은 대체로 높은 실업, 생활수준 하락, 소득불균형 확대, 다운사이징(Downsizing), 기업의 흡수 및 합병(M&A), 직업의 해외 유출, 시간외 초과수당 지불 중단, 임시고용 및 노동의 유연성 폭증, 노동자의 독자계약자로의 전환, 고용관련이익의 폐지 따위를 들 수 있다. 초국적기업은 이러한 재앙들을 세계 모든 인류에게 뱉아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일부 저널리즘에서는 초국적기업은 모국의 비호를 받으면서 세계를 휩쓰는 괴물이라고 극렬하게 비난하는가 하면 모국의 규범과 국익을 무시한 채 현지국의 주권이나 국민정서와 부딪치면서 세계를 함부로 돌아다니는 사나운 괴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초국적기업은 생산, 유통, 판매, 금융, 연구개발 등의 세계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현지국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을 뿐 아니라 GATT 등 국제경제기구에 대해서도 그 영향력을 과감하게 발휘해 왔다. 초국적기업이 현지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 대표적 사례가 세계 굴지의 미국 전화회사의 칠레 대통령후보 낙선음모사건이다. 그리고 미국의 어느 화학회사의 캐나다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사건도 이에 포함된다.

초국적기업은 국제경제기구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다. 초국적기업은 1980년대 들어오면서 국제정치적·경제적 협상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세계적인 경제력 강화에 집중적 노력을 경주해 왔다. 초국적기업은 무역장벽을 철폐시키고 자본이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유럽단일시장협정을 체결하도록 하는 데 활발한 로비활동을 전개했을 뿐 아니라 NAFTA 체결에도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리고 GATT 주체 하에서 추진된 우루과이 라운드에 대해서도 로비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던 것이 사실이다.

초국적기업이 우루과이 라운드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무역관련지적재산권(Trade Relate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 무역관련투자조치(Trade Related Investment Measures: TRIMs) 등에 관한 협정이 초국적기업에 유리하도록 체결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무역관련투자조치협정에서는 투자현지국이 초국적기업, 외국인직접투자 등 국제투자에 대해 규제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 협정은 초국적기업 등의 국제투자를 규제하거나 이 기업의 수출입을 규제하고 왜곡시키는 외국인 투자관련조치를 금지토록 한 것이다. 따라서 국산부품사용의무, 수출이행의무 등 투자현지국의 국내법에 명시된 수출장려규정, 수입제한규정 등이 철폐됨에 따라 초국적기업은 자유로운 투자, 수출입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는 특허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여 제조된 물품은 수출입거래단계에서나 또는 유통단계에서 단속 압수토록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대상으로서는 기술적 발명에 관한 특허권, 그 외에 컴퓨터 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 반도체 칩 등 집적회로의 배치설치권과 이에 관한 영업비밀권, 상업적 권리에 관한 상표권 등이다. 그 대상으로 도서, 문예, 창작물 등 저작권도 이에 포함된다.

초국적기업이 세계경제기구에 치열한 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WTO와 같은 초국가경제기구도 IMF, IBRD, BIS 등 국제경제기구와 더불어 초국적기업의 이익을 옹호하는 세계경제정책을 실시해 나가고 있는 사실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초국적기업은 1992년 6월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CED(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 UN환경개발회의)회의에서도 초국적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각료선언이 채택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한 바 있다. 이 리우 국제환경회의에서는 리우 선언(Rio Declaration)과 그 실천강력인 '의제 21'(Agenda 21)이 채택되고 기후변화협약 등 국제환경협약이 채택되었다. 리우 선언과 '의제 21'은 초국적기업의 활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계경제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초국적기업이 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세계 굴지의 어느 초국적기업인 ITT사가 칠레의 주권을 침해한 사건이나 엘틸사가 캐나다 정부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은 한동안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ITT는 1970년대 칠레의 총선에서 알렌데(Salvador Allende) 대통령후보가 낙선되도록 미국 CIA에 백만달러의 자금 제공을 시도한 바 있다. 이 음모사건은 결국 CIA의 거부로 국제경제사회에 알려지게 되고 말았다. 알렌데 대통령이 당선되자 ITT사는 다시 미국정부와 미국기업이 칠레 신정부에 대해 상업적 신용 공여 축소, 경제적 지원의 삭감 등 경제적 압력을 행사토록 종용한 바 있다. 또한 알렌데의 반정치적 인사들을 지원하도록 로비활동을 추진한바 있다. 케너컷 및 안나콘다(Kennecott and Anaconda)사가 소유한 칠레의 구리광산이 국유화되자 미국정부는 ITT사의 권고에 따라 알렌데 정부에 대해 일련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Shnaid, 1996).

ITT사의 알렌데 정부 전복사건을 계기로 UN은 초국적기업 활동의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초국적기업의 '활동규범'(Code of Conduct)을 초안한 바 있다.

외국인기업이 투자현지국의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대표적 소송사건이 에틸사(Ethyl Corporation)의 사건이다(Shnaiol, 1996). 미국의 화학약품회사인 이 기업은 캐나다 정부가 유해한 독소를 지닌 개소린 첨가제 MMT의 수입과 운송을 금지하자 이 정부를 상대로 2억 5,100만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 이유는 MMT는 유해한 화학약품이 아닌데도 캐나다 정부가 이 화학약품에 대한 수입 및 운송 금지조치를 취함으로써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에틸사는 캐나다 의회가 이 화학약품에 대한 수입금지 법률을 의회에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위협적인 소송을 시도하기도 했다.

MMT는 옥탄(Octane)을 높이고, 자동차 엔진의 녹킹(Knocking)을 줄이기 위해 개솔린에 첨가되는 망간성분의 화학물질이다. 캐나다의 입법자들은 MMT 배출에서 나오는 망간이 공중보건을 해친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자동차 제조업체에서도 MMT는 유해한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사용을 규제해야 한다고 오래 전부터 주장을 해 오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 EDF)은 MMT가 유독 캐나다에서만 사용된다는 사실을 밝혀내었으며 미국 환경청(EPA)는 개솔린에 MMT를 혼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MMT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Sforza, 1997).

세계화의 급속한 확대를 우려하고 있는 일부 지식층은 세계화의 첨병인 다자간투자협정에따라 29개 OECD회원국의 초국적기업이 에틸사의 이러한 전례를 답습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Ⅳ.결론


세계화는 대륙의 기류나 해양의 조류와 비슷한 현상이기 때문에 저지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현상이다. 최근에 이 세계화가 놀라운 속도로 확대되어 나가고 있는 것은 초첨단정보통신망이 발달되고 무역 및 자본 이동자유화가 범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세계적 무역자유화, 금융의 세계화, 생산의 세계화라고 하는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 무역자유화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은 지구상의 '거리의 소멸'을 촉발시키는 정보통신혁명이 야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제적 개념의 국경을 허물어버리고 세계시장의 통합화를 몰고 온 WTO협정이 발효된 데 그 이유가 있다.

금융의 세계화가 실현되고 있는 것은 OECD의 자본이동자유화규약과 국제투자 및 초국적기업에 관한 선언이 발효되고 또한 양자간·다자간 투자협정이 발효되어 투자장벽이 제거되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의 세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기업이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임금이 싸고 원자재조달이 쉽고 생산설비비용이 적게 드는 다른 나라로 생산시설을 옮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범세계적 자본수익 및 환차익의 극대화, 판매 및 수출의 최대화, 조세부담의 극소화, 이윤극대화, 기업환경의 안정성 추구 등에도 이유가 있다.

세계화는 긍정적 효과를 초래시키기도 하고 부정적 효과를 초래시키기도 한다. 우선 긍정적 효과로서는 ① 효율의 극대화, ② 자원배분의 합리화, ③ 규모의 경제이익 초래, ④ 자유무역의 실현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부정적 효과로서는 ①세계경제에 대한 일부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 ②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③ 비교열위산업의 퇴출, ④국가 및 계층간 소득의 양극화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는 어느 경제주체에서나 다같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기업 등 경제주체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 세계화를 이끌어 나아가고 있는 나라에서는 긍정적 효과가 많이 나타날 것이고 이에 끌려가고 있는 국가에서는 부정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세계화를 견인하는 국가라고 하더라도 긍정적 효과만이 발생되는 것은 아니고 부정적 효과도 초래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정적 효과는 세계화에 마지못해 끌려가는 나라에게는 심각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세계화가 확대됨에 따라 노출되는 부정적 효과는 인류에게는 일종의 재앙이 되고 있다. 그것은 1996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주제로 삼고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화가 계층간 소득배분의 불균등을 초래시키고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심각한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는 한 발표자의 주장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포럼에서 발표자는 "기업이 인간과 도덕적 문제를 도외시하고 오직 극단적인 기업경영혁신만을 고지한다면 세계자본주의는 파멸될 것이다."라고 역설한 것을 보면 자본주의경제의 세계화는 정말 무서운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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