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천년전 동이족 역사도 앗아갔다”
[한겨레신문] 2007년 02월 01일(목) 오후 06:10
[한겨레]
“고구려 역사뿐이 아닙니다. 5천 년 전 동이족 역사와 철학도 빼앗겼어요.”
이기동(57·사진) 성균관대 교수(유학·동양학부)는 조용한 말투에 자극적인 내용을 담았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다.
“유학 즉 공자의 사상은 동이사상입니다. 핵심은 인(仁)인데, 인(仁)은 우리 민족을 가리키는 동이(東夷)의 이(夷)와 같아요.” 그는 〈대한화사전〉 559쪽을 펼쳐 보였다. 이(夷)의 첫 풀이가 ‘동방 군자국의 사람’. “(옛 문헌인) 〈설문통훈정성(說文通訓定聲)〉에 고문(古文)의 인(仁)과 같다”는 해설이 이어진다. “인(仁)자를 찾아보면 사람(人)으로 풀이되어 있어요.” 이 교수는 ‘夷=仁=人’임을 설명하고 “옛날에는 이 세 글자가 통용되었다”면서 “여기에 비밀의 단서가 숨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유학=중국사상’이라는 통설을 뒤집는 것이어서 학계의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최근 〈서경강설〉을 마무리하면서 1987년에 〈대학〉으로 시작된 20년에 걸친 사서삼경 번역 및 강설 작업의 대장정을 마쳤다. 그 결과는 성균관대출판부에서 6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4천 쪽이 넘는 분량이다. ‘강설’은 자구의 뜻풀이 외에 자신의 시각으로 해설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한사람이 사서삼경을 강설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이라며 자부심을 내보였다. 그렇게 사서삼경을 두루 꿰고 보니 거기에 오래 전부터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이 보이더라는 거다.
“논어에 보면 공자는 배를 타고 떠나고 싶다거나 구이(九夷)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는 말이 나와요. 공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인 이(夷)가 후대로 내려오면서 나쁜 뜻으로 바뀝니다. 거만하다, 상스럽다, 오랑캐다, 하는 식이죠.” 그의 논거는 〈서경〉으로도 확대됐다. 한족한테 패권이 넘어가면서 이뤄진 바꿔치기의 결과로 본다.
그가 사서삼경 강설작업을 하게 된 것은 일본유학에서부터. 쓰쿠바대학에서 완성한 박사논문은 〈주자학의 지역적 전개〉. 한중일 삼국의 유학사상을 비교했다. 한국의 그것은 몸, 성선설, 하늘 등 세 코드로 정리할 수 있는데 중국이나 일본과는 뚜렷이 구분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동양학 하면 중국이나 일본만 거론될 뿐 한국은 치지도외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한국인의 시각으로 유학사상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계기다.
〈시경〉을 번역하다가 뜻 아닌 시인이 됐다. 시를 옮기면 시가 되어야 한다고 믿음. 번역을 중단하고 시 공부를 했다. 시집 〈얼마나 그리웠으면〉(문학마을사, 2000)이 그 증거다.
〈주역〉을 번역하다가는 괘 읽는 원칙을 발견했다. 아래서 위로, 상괘와 하괘를 구분한다 등 13가지. 그것을 바탕으로 괘사를 푸니 주역이 떠르르 읽혔다. “욕심을 버리면 주역의 핵심인 ‘성인이 남긴 자연의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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