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리스트/국가우주무기

지상에 만든 '우주'…토종 위성실험장비 '완공'

한부울 2007. 1. 10. 23:42
 

지상에 만든 '우주'…토종 위성실험장비 '완공'
항우硏, 8m급 대형 열진공 챔버 준공식 개최

 

우주공간과 꼭 같은 환경을 만들어 인공위성의 동작여부를 실험할 수 있는 '대형 열진공 챔버'시설이 완공됐다. 외국의 기술을 빌리지 않은 순수 토종 실험시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백홍렬)은 29일 오전 11시 항우연 위성시험동 내에서 준공식을 개최하고, 제작 완료된 챔버 시설을 공개했다.

'열진공 챔버'는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어 인공위성의 동작여부를 실험하는 장치. 온도변화가 극심한 우주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수백도 이상의 온도변화를 구현해야 한다.

특히 8m급 이상 대형 챔버를 소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 7개국 정도로 한정되는 만큼, 위성시험 기술에 관한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는 것이 항우연 측의 변이다.

이로서 항우연은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실험을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수입대체 효과도 기대할 수 있으며, 외국의 인공위성 실험을 대행하거나, 챔버 자체를 수출하는 사업 역시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 항우연은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아리랑 3호, 5호, 그리고 통신해양기상위성 등을 모두 이 챔버에서 실험할 계획이다.

특히 유례없는 저 가격에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성과로 꼽히고 있다.

2003년 9월 개발에 착수해 총 3년 이상의 연구개발을 거친 이 챔버의 제작비는 60억원 가량. 해외로 나가 대형 열진공 챔버를 1개월가량 임대하는 가격만 해도 40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수입할 경우의 가격은 가장 저렴한 것만 해도 200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제막식 장면


성능은 기존 실험 장비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공기압을 10-9 기압까지 낮출 수 있으며, 영하 20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특히 저온처리 기술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해외 선진국들의 챔버는 영하 200도까지 온도를 끌어 내리는데 보통 4~5시간이 소요되는 반면, 토종 챔버는 2시간 안에 가능하다.

백홍렬 원장은 이날 격려사를 통해 "아리랑 2호 개발로 우리나라의 위성 제작기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나 기반시설이 약한 것이 단점이었다"면서 "대형 열진공 챔버 준공으로 위성 선진국 반열로 올라 설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고 평했다.

개발을 총괄한 항우연 이주진 단장은 "인공위성 1대를 테스트 하는 것과 유사한 가격으로 독자적인 챔버 시설을 갖추게 됐다"며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다양한 수출사업 역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AIST 등 각계 자문 구해 독자적 연구..."대한민국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효 높이 8m, 길이 10m, 챔버 내부는 어지간한 대학 강의실 보다 크다. 사용된 '스테인리스스틸'만 100여 톤이 넘는다. 규모가 크다 보니 전용의 리프트를 통해서만 대형인공위성과 사람이 오르내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항우연은 지난 1995년에도 국내 기술로 소형 열진공 챔버를 개발한 경력을 갖고 있지만 이 같은 대형 시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례가 없던 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산·학·연 공동연구 형태로 진행됐다.

설계 및 기반기술 연구는 항우연에서 담당했으며, 자동화 시설 전문 업체인 SFA에서 제작을 맡았다.

특히 초저온 환경 구현 장비인 '슈라우드(Shroud)'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적이 없는 국내 첫 개발품이다.

관련 기술 개발에는 국내 대학의 도움이 컸다. 극저온 전문가로 알려진 KAIST 정상권 교수 등 각계 인사들로부터 많은 자문을 구하는 형식으로 개발해 나갔다.

개발 실무를 담당한 최석원 항우연 연구원은 "처음 해 보는 프로젝트라 성공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웠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아니라면 절대로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전용 리프트를 타고 챔버 내부로 향하는 백홍렬 항우연 원장과 이주진 단장. 중앙에 위치한 인공위성은 아리랑 2호의 '실험체'. 중형 인공위성이 들어가도 공간에 많은 여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