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삼한역사

백제의 ‘대팻밥 파피루스’ 발견

한부울 2006. 12. 6. 10:28
 

백제의 ‘대팻밥 파피루스’ 발견

[연합뉴스] 2006년 12월 06일(수) 오전 06:00

 

부여 능산리 절터 출토품서 확인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대팻밥을 종이처럼 사용한 유물이 사상 처음으로 발견됐다.

대패로 나무를 깎는 과정에서 발생한 대팻밥을 마치 종이처럼 활용해 그 위에 묵글씨를 쓴 유물이 실물로 출현한 것이다.

한국서예사 전공인 손환일 박사는 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2001년 출토되어 지금은 국립부여박물관이 소장한 이 유물을 실물 검토하고, 거기에 적힌 글씨를 판독한 결과 "이런 유물은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서사(書寫. 필기) 재료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6일 말했다.

나아가 손 박사는 "대팻밥을 글을 적는 도구로 활용한 이 능산리 유물이야말로 6세기 무렵 백제인이 사용한 '파피루스'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팻밥 파피루스'는 2000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국립부여박물관이 실시한 능산리 절터의 중문(中門) 남쪽 부분에 대한 제6ㆍ7차 발굴조사 결과 사비시대 백제 목간 23점과 함께 출토됐다. 크기는 길이 46㎝에 너비는 1.5-2.0㎝ 가량 되며, 두께는 1㎜ 안팎이다.

이 '대팻밥 파피루스'에서는 현재 묵글씨 10여 개가 확인되고 있으나, 양쪽 변을 따라 떨어져 나간 곳이 많아 글자 판독에는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손 박사는 이 대팻밥 종이에서 '大大廳成歲首肆○○○無' 정도로 읽힐 수 있는 글자를 판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박사는 "서체는 완연한 왕희지
체이며, 무엇보다 달필(달필)"이라고 지적하면서, "물품 내역을 주로 기록하는 목간(목간)과는 달리 책 같은 데서 뽑은 문장을 기록한 듯하다"고 추정했다.

부여박물관은 당초 이 유물 재료를 '목제수피'(木製樹皮), 즉 나무껍질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유물과 함께 출토된 백제목간들에서 '보희사'(寶憙寺)라든가 '자기사'(子基寺), 그리고 백제시대 관직 이름 등을 적은 글자들이 다수 확인되며 관심이 쏠리는 바람에 이 유물은 전혀 빛을 보지 못했으며, 관련 학계에서는 그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립부여박물관이 내년 초에 발간된 능산리 절터 6ㆍ7차 발굴조사 보고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대팻밥 파피루스'에 적힌 문자 해독을 손 박사에게 의뢰하면서 그 존재가 새롭게 드러나게 됐다.

이 유물을 사진으로 검토한 목재조직학자 박상진 경북대 산림자원학과 명예교수는 "실물을 보지 못해 뭐라 단언할 수는 없으나, 껍질이 아니라 나무 속을 이용한 서사 도구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대팻밥을 이용한 것이라면, 잎이 넓은 활엽수를 제외한 다른 나무, 예컨대 소나무나 전나무, 일본 같으면 삼나무 등을 서사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부여박물관은 조만간 이 '대팻밥 파피루스'에 대한 재질 분석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