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부대원 10명 무술 33단…귀신도 울고가는 '여(女)전사들'

한부울 2009. 4. 28. 11:40
 

부대원 10명 무술 33단…귀신도 울고가는 '여(女)전사들'

[조선일보] 2009년 04월 28일(화) 오전 00:13


22일 오후 1시쯤 서울 관악구 남현동 남태령역 부근에 있는 수도방위사령부 래펠(rappel) 훈련장. 35특공대대 여군 특임(특수임무) 중대 김원희(29) 중사와 유경아(27) 하사가 높이 11m 탑 꼭대기에서 밧줄에 몸을 맡기고 까마득한 땅 아래를 바라보며 비스듬히 섰다.


인간이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는 높이. 꼭대기 난간 끝에 발을 걸친 채 이들은 "중사 김원희, 하사 유경아 하강 준비 끝"이라고 외친 뒤 밧줄을 타고 몸을 날렸다. 착지(着地)까지는 1.5초. 이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함께 온 다른 대원 8명도 차례로 건물 5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 유 하사는 "처음엔 조금 무서웠지만 이제는 즐겁다"고 했다.


이들은 이에 앞서 오전 11시쯤 가진 사격훈련에서 15m 떨어진 과녁에 인질을 잡고 있는 테러범 그림을 걸어놓고 인질이 다치지 않게 테러범 얼굴을 정확히 맞히는 훈련을 마쳤다.

 

 

유나영(26) 중사가 쏜 38구경 총알 9발은 정확히 테러범 얼굴에 손바닥만한 넓이 탄착군을 이루며 관통했다. 유 중사는 올 1분기 '방패'(수방사 부대 이름) 특급전투원 선발대회에서 전체 경쟁자 120명 중 '금장(金章)'을 받은 7명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이른바 '독거미 부대' 대원들로 특수전사령부 707연대 여군 중대와 함께 한국 여군의 최정예 부대로 꼽히는 전사(戰士)들이다.


평시(平時)에는 테러 진압이나 요인 경호 등을 주로 맡지만, 전시(戰時)에는 간호사나 사무실 여직원 등으로 변장,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로 변신하는 특수요원들이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특공무술, 권총 저격, 헬기 낙하, 잠금장치 해체술, 변장술, 간호술 등 다양한 훈련을 소화한다.


부대원 10명 무술 단수를 다 합하면 33단. 전원이 태권도와 유도, 합기도 등을 몸에 익혀 육박전에서도 남자 서넛은 거뜬히 제압한다는 게 대대장 박진용(42) 중령의 자랑이다.


매년 갖는 특공무술 시범 때 맥주병 5개를 고정해 놓고 뚜껑 부분을 손날로 쳐 깨는 묘기도 선보인다. 정예 특수 요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대장과 중대장이 여군 부사관학교를 직접 찾아가 면접과 체력 측정, 훈련 점수 등을 통해 대원들을 뽑는다.


여군 특임 중대는 1991년 3월 수도권 대테러 작전을 위해 35특공대대가 창설된 뒤 3개월 후 "여군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 있다"는 필요 아래 결성됐다. 당시 전 군에서 전투력이 높다고 평가받는 여군 13명을 뽑아 집중 조련했다. 대원들은 전원 미혼. 결혼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아무래도 부대 생활이 부담스러워져 자연스레 생긴 전통이라는 설명이다.


이위재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