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부

관유쯔(官油子)

한부울 2009. 4. 13. 12:13
 

관유쯔(官油子)

[중앙일보] 2009년 04월 13일(월) 오전 02:41


요즘 중국 사회에선 ‘관유쯔(官油子)’라는 말이 유행이다. 기름 칠한 듯 처신이 매끄럽고 재주는 넘치지만 덕망이 부족한 ‘뺀질이 공직자’를 뜻한다. 차기 지도자로 가장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최근 “재능과 덕성을 겸비한 인재를 적극 발탁하되 재능이 비슷하다면 덕이 있는 인재를 우선 발탁한다(德材兼備, 以德爲先)”는 당과 정부의 인재 발탁 기준을 발표하면서 관유쯔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재능은 뛰어나지만 덕성이 부족해 중용될 경우 당과 국가에 먹칠을 할 수도 있는 부적격 간부의 대명사가 관유쯔이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성실한 관료인 라오스관(老實官)을 중용하고, 관유쯔를 도태시켜야 한다”며 흥분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관유쯔를 솎아낼 때 잣대로 삼을 만한 10가지 특징을 열거해 공직사회에 경각심을 불어넣고 있다. ‘경력이 화려하고, 공직사회 내부의 불문율에 익숙하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밝지만, 실질적인 일은 등한시한다. 허풍을 떨고 책상머리에서 지시하는 데 익숙하다. 학습에는 게으른 대신 사교에는 능하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상관이나 지도자 꽁무니만 따라다닌다. 장기적인 안목 없이 단기 성과와 공을 내세우는 데 급급하다. 도박과 재물·여색에 빠져 있다 ’. 관유쯔는 불량배 같은 공무원인 ‘관피쯔’, 얼렁뚱땅 일을 처리하고 나랏돈만 축내는 ‘훈스관(混事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과 같은 차세대 리더인 리커창(李克强)에 이어 다음 세대 지도자를 발탁하는 과정에서도 관유쯔를 철저히 배제해 나갈 방침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