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김일성 고지 750m 앞… 저쪽서 쏘면 모든 실탄 응사

한부울 2009. 2. 23. 12:49
 

김일성 고지 750m 앞… 저쪽서 쏘면 모든 실탄 응사

[중앙일보] 2009년 02월 23일(월) 오전 03:49

 

 

20일 0시15분. 해발 1242m에 체감온도 영하 30도. 흰눈에 둘러싸인 채 강풍이 감돌고 있는 하늘 아래 첫 최전방 초소인 가칠봉중대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부중대장 김명환 중위는 초병들의 활동을 점검하기 위해 철책으로 나섰다. 철책은 가칠봉중대 벙커 바로 앞에 배치돼 있었다.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경계로를 따라 김 중위가 10분쯤 걸어가자 경계근무를 하던 초병이 갑자기 소총을 겨누며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고 외쳤다. 김 중위는 부하들의 목소리인데도 두 손을 들고 주춤 섰다. 초병이 “화랑”이라고 문어(암구호)를 말하자 김 중위는 “선녀”라고 답했다. 문어는 매일 바뀐다. 초병은 김 중위를 다가오게 한 뒤 얼굴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경례를 했다. 김 중위는 “가칠봉중대에선 문어를 세 번 이상 답하지 못하면 아군이라도 사살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가칠봉중대는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21사단(백두산부대)에 소속돼 최전방 철책의 경계를 맡고 있는 관측(OP)중대다. 비무장지대 내의 가칠봉 꼭대기에 구축된 콘크리트 벙커 속에 있다. 전군의 최전방 초소 가운데 가장 높은 고지다. 군사분계선(MDL) 너머 맞은편의 북한군 김일성 고지의 자주고지초소와의 거리는 불과 750m. 북한군 초소에서 우리 진영으로 뛰어오는 데 단 5분이 걸린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 조짐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19~20일 1박2일 일정으로 가칠봉중대에 합류해 긴박한 최전방의 상황과 국군의 대비 태세 등을 점검했다.


중대장 김은렬(28·학사 43기) 대위는 “북한이 내륙에서 도발한다면 이곳 가칠봉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떤 도발도 초전 격퇴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부대 관계자는 “북한군이 우리 초소 쪽으로 총을 쏘면 세 배로 대응하도록 돼 있다”면서 “북한이 도발하면 비축해둔 실탄을 모두 쏘라는 지침이 내려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합참으로부터 북한이 성동격서(聲東擊西)식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위협하면서 실제로는 비무장지대에서 도발할 수 있으니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시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보를 맡는 다른 부대 관계자는 “최근 북한군의 훈련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포병 사격 연습을 자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북한군 초소에서 남한이 지원해준 쌀 수십 포대를 트럭에서 내리는 장면을 촬영했다”면서 “북한군은 이를 두고 ‘남한이 우리(북한)의 핵무기가 겁나서 바친 조공’이라고 교육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먹고 난 쌀 포대를 진지 구축에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가칠봉=김민석 군사전문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