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軍

해군특수전여단 혹한기 훈련 현장을 가다

한부울 2009. 2. 8. 12:25
 

해군특수전여단 혹한기 훈련 현장을 가다

[대한민국 정책포털] 2009년 02월 06일(금) 오전 11:02 

 

 

“총원! 입수!”


해군특수전여단의 혹한기훈련이 한창인 지난 3일 강원도 동해안 망상해수욕장. 지휘관의 구령이 떨어지자 잠수 슈트 차림의 해군특수전요원(UDT/SEAL)들이 거침없이 바다를 향해 돌진한다. 파고 3.5m, 어른 키의 두 배는 넘을 듯한 파도가 몰아치는 시커먼 겨울 바다 위로 비바람까지 몰아쳐 위압감마저 느끼게 할 정도지만 특수전요원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소용돌이치듯 격렬한 물살이 넘실거리는 바다는 순식간에 특수전요원들로 가득 찼다. 파도 위에 또 다른 파도가 겹쳐지자 겨울 바다는 화가 난듯 하얀 포말을 뿜어내며 몸부림치지만 특수전요원들은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헤엄쳐 나간다.


수시간 연속수영은 기본


해군특수전요원들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파도를 향해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모습에서 평소에 다져온 체력과 기술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 특수전요원들은 바다에서 수 마일은 거뜬히 헤엄칠 수 있는 것을 최소한 자격요건으로 정해 놓았다. 해군특수전요원들은 훈련 중이나 실전에서 라이프 재킷에 바람을 넣는 경우는 결코 없다.


라이프 재킷이 부풀어 오르면 수영 속도가 너무 늦어져 해상침투라는 전술적 상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프 재킷의 도움없이 부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수영을 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바다에서 몇 시간을 헤엄쳐도 지치지 않을 정도의 강인한 체력은 특수전요원에게는 기본이다.


도전 또 도전


수영이 끝나자 특수전요원들이 모두 고무보트(IBS·Inflatable Boat Small)를 들고 해안가에 집결했다. 구령이 떨어지자 이번에도 또다시 망설임 없이 전력질주로 바다로 뛰어들어간다. 심술 가득한 강한 파도는 IBS를 순식간에 뒤집어 버린다. 배를 띄우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특수전요원들은 끝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바다 안쪽으로 좀 들어간다 싶더니 커다란 파도 한 방에 해안선으로 IBS가 밀려 나오고 탑승한 특수전요원들도 순식간에 바다 속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지칠 만도 하건만 포기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는 듯한 특수전요원들은 또다시 IBS에 올라타고 파도를 향해 돌격한다.


그 와중에도 몇몇 IBS는 파도를 뚫고 거침없이 먼 바다 쪽으로 나갔다. 고속정도 항해하기 힘든 날씨에 IBS가 파도를 뚫고 나가는 것이 거의 기적처럼 보였다. 훈련 관계관은 “IBS는 파도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측에서 파도를 맞으면 뒤집히기 때문에 정면으로 파도와 맞서는 것이 기본 요령”이라고 말했다.


파도를 향해 돌격


비바람과 파도가 뒤섞여 한 치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 악천후 속에서 순간순간 방향을 조절하며 앞으로 나간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조금씩 흐름이 변하는 파도를 계속 주시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패들을 쥔 같은 팀 동료들의 호흡도 잘 맞아야 한다.


더구나 정면에서 밀려오는 강한 파도를 뚫고 노를 저어 인력으로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그야말로 초인적인 체력이 필요하다. 이날 해군특수전요원은 평소 자신들이 얼마나 훈련을 많이 해 왔는지, 얼마나 동료와 호흡이 잘 맞는지를 말없이 웅변으로 보여 주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 훈련을 지휘하던 해군특수전여단의 이명표 중령은 “지금 진행되는 훈련은 일반적인 전술상황을 가정해서 실시하는 훈련이 아니라 파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거친 파도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기파훈련”이라며 “마침 파도가 강해 고기파훈련을 실시하기에는 적합한 날씨”라고 말했다.


이 중령은 “실전에서 기상이 좋을 때도 있지만 예상치 못한 악천후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훈련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날은 원래 C-130 수송기를 이용한 해상 강하훈련이 예정돼 있었지만 비가 많이 내리고 풍속도 강해 해상 강하훈련이 취소된 상태였다. 하지만 악천후를 핑계로 쉬는 대신 고기파훈련을 선택했다. 그것이 해군특수전요원들의 기질이다.


해상대테러도 걱정없다


4일 강원도 동해시 앞바다. 해군특수전여단 대테러요원들이 탑승한 고속단정(RIB·Rigid Inflatable Boat)이 가상 테러 피해선박 역할을 하는 해군 상륙함(LST) 주변으로 조용히 접근해 갔다. 선박등반 명령이 하달되자 또 다른 RIB에 탑승한 저격수들이 선체 곳곳을 겨누고 있는 사이 검은색 대테러복 차림의 대테러요원들이 탑승한 RIB가 신속하게 LST 현측에 자리 잡았다. 이내 갈고리처럼 생긴 습격 사다리를 현측에 걸치더니 거침없이 LST 위로 오른다.


해상에서 선박과 선박을 붙이는 해상계류는 그 자체가 위험한 임무다.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2~3층 건물 높이의 선박 측면을 사다리로 오르는 것도 역시 만만치 않은 기술.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테러요원들은 물 흐르듯 매끄럽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 나갔다.


순식간에 갑판 위로 올라간 대테러요원들은 조를 나눠 함교로 돌진했다. 선박에 올라선 이후에도 대테러요원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계단을 오를 때도 한 명은 후미에서 본대를 보호하고 갈림길을 만나면 접근 가능한 모든 통로를 세심하게 경계하는 것은 기본이다.


문 앞에 서자 실내 공간을 동시에 제압 가능하도록 대형을 잡는 것도 순식간이다. 해상대테러요원들이 LST에 RIB를 붙인 후 가상 테러범이 위치한 함교를 제압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수 분, 전광석화 그 자체였다.


바다 속 기뢰 제거도 우리 몫


같은 날 강원도 동해 군항 내, 해군특수전여단 폭발물처리대(EOD) 잠수요원들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들의 임무는 바다 속에 설치된 가상 기뢰를 찾아내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


EOD 잠수요원들이 소리의 반사로 물속 내부의 이물질을 찾아낼 수 있는 핸드소나로 의심나는 물체를 찾으면서 조심스럽게 물속을 헤엄쳐 갔다. 수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방향감각 유지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육지에서의 방향감각은 완전히 사라진다.


해저 지형이 보이지 않는 깊이에서의 잠수라면 뚜렷하게 참조할 참조물도 없다. 수중에서 사용 가능한 전투 나침반의 도움을 받는다 해도 방향감각을 제대로 유지하는 방법은 결국 반복되는 훈련으로 경험을 쌓는 길뿐이다.


바다 위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기뢰를 부상시키기 위한 부동낭이 물 위로 떠오른다. 잠수요원들이 성공적으로 기뢰를 발견한 것이다. 폭발물처리대의 관계관은 “각군에 모두 EOD요원들이 있지만 바다 속에서 폭발물이나 기뢰를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해군특수전여단 EOD만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강원도 동해바다는 강철 같은 체력과 프로의 실력을 갖춘 해군특수전요원들의 훈련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돼 오는 13일까지 계속되는 해군특수전여단의 혹한기훈련은 해상·공중·해중침투, 독도법, 정찰감시, 오리발수영, 선박등반, 해상저격수사격, 기뢰탐색 및 인양훈련 등 임무형 특수작전 절차를 숙달할 수 있는 다양한 훈련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령은 “이번 훈련 목적은 혹한기 전장 환경 속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UDT·SEAL뿐만 아니라 대테러·EOD 등 해군특수전여단의 각 요원들이 한 곳에 모여 훈련하는 유일한 기회여서 특전요원의 한마음 조성과 자긍심 고취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책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