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아프가니스탄 미군, 민심 못 얻으면 백전백패

한부울 2009. 2. 19. 14:09
 

아프가니스탄 미군, 민심 못 얻으면 백전백패

[조선일보] 2009년 02월 19일(목) 오전 03:15


작년 7월 13일, 아프가니스탄 동부 누리스탄주 와나트의 산악지대에 주둔하던 미군 173 공수사단 503 보병연대 2대대 C중대 2소대 장병들은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오전 4시20분 중무장한 탈레반(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200여명이 미군의 순찰 초소를 기습, 로켓포와 120㎜ 박격포, 기관총을 퍼부었다.


탈레반의 공세는 교전 30분 뒤,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와 무인 폭격기가 지원 사격에 나선 뒤에야 누그러졌다. 2소대는 초소는 지켰지만, 부대원 45명 중 소대장을 비롯해 9명이 전사하고, 27명이 다쳤다.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 전쟁 개전 이래, 단일 전투로는 최대의 미군 피해였다. 수습된 탈레반 시신은 2구에 불과했다.


◆반군토벌 작전의 성격 제대로 이해해야


완패로 끝난 '와나트 전투'는 발생 7개월이 지났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의 군사 전문 기자였던 토머스 릭스(Ricks)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에서 "미군은 병력과 군수품이 턱없이 부족했고, 지역 주민들을 포섭하지도 못했다. 탈레반이 첩보전도 압도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군은 "반군토벌(counterinsurgency) 작전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반군토벌 작전은 미군이 수렁에 빠진 이라크전쟁의 전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2007년에 채택한 전술.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미약한 이라크 각지에서 자폭테러와 게릴라전을 펴는 반군에 맞서기 위해, 미군은

▲지방의 부족들과 친선관계를 맺고

▲친미 성향의 민병대를 조직했다. 이라크에 증파된 미군 3만명은 이런 반군토벌 작전을 폈고, 실제로 상당 부분 안정화를 이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선 미군의 반군토벌 작전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아프가니스탄이

▲이라크보다 민족 구성이 훨씬 다양하고

▲지방분권적이기 때문.


탈레반에 동정적인 지역 부족들의 민심을 얻으려면, 미군은 이라크에서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탈레반은 와나트의 미군 초소를 기습하는 날에 기상이 나빠 미군 무인 정찰기가 뜨지 못하리라는 것과, 초소 상공을 순찰하는 아파치 헬기의 조종사 교대 시간이 오전 4시20분이란 점 등을 이미 알고 있었다. 미군으로부터 전날 이런 정보를 접한 지역 주민들이 탈레반에게 귀띔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병력 증파가 만능은 아니다


물론 반군토벌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병력 증파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버락 오바마(Obama) 대통령의 미군 1만7000명 증파 결정은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숨통을 어느 정도 틔워줄 전망이다.


그러나 미 군사·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병력 증파로는 불충분하며, 다국적군의 몰락을 막으려면 게임 자체를 바꾸는(game-changing) 전략이 급히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

************************************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 오바마의 실패도 예정돼 있다

[조선일보] 2009년 02월 16일(월) 오전 05:31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올 여름 패배로 결론 날 수 있다. (존 네이글 신미국안보연구소 연구원)


쿠바 가 케네디에 그랬듯이, 아프가니스탄이 오바마를 망쳐놓을 것이다.(제프리 커너 워싱턴타임스 칼럼니스트)


미군 3만명 증파는커녕 버락 오바마 (Obama) 미국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책을 펴 보기도 전에 아프가니스탄 정책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20세기 초 대영제국, 1980년대 소련을 무릎 꿇린 '제국의 무덤' 아프가니스탄이 오바마 대통령의 발목도 잡아챌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바마의 베트남 될 것"


오바마는 대선 당시 "아프가니스탄은 향후 미국 대(對)테러전의 주요 전장(戰場)이 될 것이며, 이라크 철군 병력의 상당수를 아프가니스탄으로 돌리겠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병력은 최대 6만명까지 늘어날 전망.


그러나 현재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집단인 탈레반은 수도 카불까지 출몰하며 전국적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무력하고 미국의 동맹국들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한다. 미군 등 다국적군의 작년 전사자는 294명으로, 전년보다 27% 늘었다.


프레데릭 케이건(Kagan) 미 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최근 뉴스위크 기고에서 "군사적 측면에서 아프가니스탄 전은 승리하기 어려운 전쟁이며 개입 확대로 진흙탕 속에 발이 빠진 결과를 낳았던 베트남과 전개 과정이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여름 전에 전세 바꿔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정책 검토 보고서를 작성 중인 네이글 연구원은 지난 11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전쟁에도 '흐름'이 있는데 현재 이 '흐름'을 장악한 쪽은 탈레반"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혹독한 겨울이 시작되면 모든 전투도 소강 상태에 접어든다. 이대로 탈레반이 장악력을 확대한 지역에 단단한 기반을 구축한다면, 지난 6년간 미군과 다국적군의 전과(戰果)는 모두 부질없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커너는 "이라크와 달리 아프가니스탄은 문명화된 적이 없고 강한 유대를 가진 거대 부족집단도 없어, '병력 증파(surge)'와 '부족 매수(bribe)'라는 양동 전술로 성공한 이라크 사례는 적용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공수되는 미군 시신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오바마의 진보적 지지층은 1960년대 베트남전 당시와 마찬가지로 반전(反戰)으로 돌아설 것이며, 다음 대선은 오바마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제국의 무덤' 재연 우려


민족·종파 분열로 짜깁기된 탓에,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들여놓은 나라는 주먹질할 뚜렷한 상대 없이 곳곳에 산재한 적들에 둘러싸인 꼴이 됐다. 실제로 영국은 1839년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점령하고 친(親)영국계 군주를 옹립했다가 반군에게 군인 4000명과 민간인 1만6000명 거의 전부가 몰살당했고, 20세기 초 완전히 축출됐다. 소련 역시 주변 열강과 퇴로 보장 협약을 맺는 수모를 겪으면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14일은 1989년 소련군이 아프가니스탄 침공 10년 만에 1만5000여명의 희생자를 내고 철군한 지 20년이 되는 날이었다.


케이건 연구원은 "확실한 것은 미국이 당장 내년이나 후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승리하거나 패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뿐"이라며 "느리고 고통스런 전개에 맞춘 현실적이고 냉철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