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국가 존립 위협받는 두 나라

한부울 2009. 2. 17. 12:12
 

국가 존립 위협받는 두 나라

[조선일보] 2009년 02월 17일(화) 오전 03:00


지난달 14일 미 국방부 합동지휘본부가 펴낸 '합동작전환경' 보고서. 파키스탄 과 함께 멕시코 를 '급작스럽고 신속한 붕괴의 중대한 우려를 내포하고 있는 국가'로 규정했다. 파키스탄은 북서부 변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이, 멕시코는 마약 '군벌(軍閥)'이 점차 세력을 확대하며 정부를 이미 사실상 일부 지역에서 와해시키는 단계에 도달했다.


파키스탄 북서부 이미 '탈레반 天下'

자르다리 대통령 "국가의 생존 걸린 싸움"


◆탈레반이 국가의 생존을 위협


아시프 자르다리(Zardari) 파키스탄 대통령은 15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파키스탄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지금 방식으로는 탈레반을 이길 수 없다"며 "우리는 파키스탄 국가의 생존을 놓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파키스탄 정부는 북서부 말라칸드 지역에서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공식 승인했다. 이 지역의 탈레반 지배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15일 탈레반과 말라칸드 지역내 '스와트(Swat) 계곡'에서의 전투를 중지했고 16일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파키스탄 헌법이 아니라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면서 이 지역에선 TV 시청이 금지되고, 남자들은 수염을 기르고 여자들은 외출할 때 반드시 얼굴을 가려야 한다. 세속적인 법률에 의해 통치되는 파키스탄 내부에 탈레반이 목표로 하는 '정교(政敎) 일치' 사회가 출현한 것이다.


문제는 스와트 계곡이 파키스탄이 작년부터 강화해온 탈레반과의 전쟁을 상징하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이 지역에서의 전투를 정부가 '포기'한 것이다.


한때 '파키스탄의 스위스'라 불리며 관광 명소로 유명했던 스와트는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불과 160㎞ 떨어져 있다. 수도의 코앞까지 탈레반이 진출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탈레반과의 전쟁은 미국 의 대리전(代理戰)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민심은 파키스탄 정부군에서 떠났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서 전투를 하던 1만2000명의 정부군이 3000명의 탈레반과 휴전을 맺은 것은 자르다리 정부의 '패배'로 여겨진다.


3大 '마약 군벌'이 멕시코 분할 접수

막강한 자금·영향력  정부 통치력 위협



◆멕시코를 접수한 마약 카르텔


지난 11일 멕시코 국경도시인 후아레스 부근에서 한 멕시코 마약조직이 정부군과 총격전을 벌여 정부군 1명과 갱 조직원 14명이 숨졌다. 멕시코의 거대 마약조직들은 '군벌(軍閥)'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규모와 영향력이 커 멕시코 정부의 통치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멕시코에서 올 들어 마약과 관련해 숨진 사람은 800명이 넘는다. 작년에도 약 6000명이 마약 거래 등에 연루돼 목숨을 잃었다. 멕시코에는 '마약 카르텔(drug cartel)'이라고 불리는 3개의 마약조직이 전국을 나눠 활동한다. 마약 밀매로 범죄자금을 조달하고 무기를 이용해 치안을 위협한다.


미국 육사의 교수인 배리 매카프리(McCaffrey)는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은 국가와 자치 도시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멕시코의 헌법 통치의 위기를 보여준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그러나 펠리페 칼데론(Calde ron) 멕시코 대통령은 마약 카르텔과의 싸움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칼데론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취임 직후부터 3만6000여명의 군 병력을 투입해 마약조직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외무장관 파트리샤 에스피노사(Espinosa)는 정부가 마약 카르텔로부터 몰수한 마약과 총기, 현금이 작년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의 거리에서 팔리는 코카인값이 뛰어올랐다고 주장했다.


원정환 기자 김시현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