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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산업' 끝없는 추락

한부울 2009. 2. 6. 14:06
 

미국 우주산업' 끝없는 추락

[조선일보] 2009년 02월 06일(금) 오전 05:53


세계 제일의 우주산업 강국. 미국 엔 이제 옛날 얘기다. 냉전(冷戰) 시절 유일한 경쟁자였던 소련의 붕괴 이후 독주의 단꿈에 젖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이 분야에서 2등 국가로 추락할 위기다. 관련 기술은 경쟁국들에 대부분 따라잡혔다. 시장점유율도 오래전에 뒤로 처졌다. 그 사연을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9일자)가 보도했다


1998년 세계 상업위성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은 63.7%였다. 9년 후인 2007년엔 41.4%로 낮아졌다. 36.4%(2002년)까지 곤두박질친 적도 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 등 비(非)미국 업체들의 상업위성시장 점유율은 1998년 36.3%에서 2002년엔 63.6%로 급등했다. 2007년 현재 전 세계 상업위성의 58.6%가 미국 밖에서 제작된다.


위성 발사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1998년 55.8%였던 미국의 점유율은 2002년 27%까지 추락했다. 약간 회복한 2007년에도 31.3%에 그쳤다.

 

미 우주산업의 몰락을 초래한 씨앗은 10년 전 뿌려졌다. 당시 미 의회는 상업위성 제작과 발사에 쓰이는 미국의 모든 부품과 기술을 '국제무기교역규정(ITAR)'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위성에 쓰이는 부품은 볼트·너트 같은 사소한 부품이라도 '무기'로 취급해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을 금하겠다는 뜻이었다. 중국이 미국의 우주 기술을 배워 미사일 개발에 악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취해진 조치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유럽이나 아시아의 위성 관련 업체들은 미국 업체들에 막대한 돈을 주고 미국의 제품과 기술을 사들였다. 덕분에 미국 업체들은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의 상업위성 관련 기술·제품이 ITAR의 규제에 놓이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프랑스의 탈레스 알레니아사(社)가 만든 위성에 미국 업체의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경우 이 위성은 프랑스령(領) 기아나든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이든 프랑스 밖으로는 나갈 수가 없다. 세계 최대의 위성 운용업체인 미 인텔새트사(社)의 칼팍 구드(Gude) 부회장은 뉴스위크에 "정부로부터 ITAR 수출 허가증을 받는 일은 너무 예측하기 힘들고 일관성이 없는 데다 투명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미국 기술을 마음껏 쓸 수 없게 된 유럽과 아시아 업체들은 당연히 자체적인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하게 됐다. 그 결과가 지금의 시장 판도 변화를 낳았다.


그렇다면 시장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미국의 독점적인 위성 관련 기술들은 무사했을까. 이제 그 기술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평범한 것이 됐다. 현재 위성 관련 최첨단 기술은 더 이상 미국 업체가 아니라 코스모-스카이메드(이탈리아), 사르-루페(독일), 테라사르-X(영국·독일) 같은 외국 업체들의 몫이 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게다가 전 세계 위성산업 규모는 2002년 713억달러에서 2007년 1230억달러로 연평균 11.5%씩 급성장 중이다. 위성방송,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관련 기기, 위성전화 등의 보급이 크게 늘며 상업위성의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전체 시장은 커졌는데 미국의 몫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미국 우주산업계에선 "정부의 수출 규제가 미국 업체들의 혁신 능력을 망가뜨려 결국 미국의 국가 안보마저 해쳤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잡지는 전했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