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 로마군에 독가스 사용
[연합뉴스] 2009년 01월 20일(화) 오전 10:22
고대 페르시아인들이 로마군과의 전쟁에서 최초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최신 연구를 인용 보도했다.
영국 레스터대학 연구진은 지금의 시리아 동부에 위치했던 3세기 로마제국의 도시 두라 성벽 기초에서 발굴된 20명의 로마군 병사 유해를 분석한 결과 이들이 독가스에 중독돼 사망했음을 밝혀냈다고 미국고고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진은 성벽 밑에서 페르시아인들이 두라시에 잠입하기 위해 판 땅굴과 굴뚝들을 발견했으며 페르시아인들이 역청과 황 결정체를 태워 짙은 독가스를 만들어 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하에 세워진 굴뚝들이 독가스를 만들어내고 살포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며 로마군도 페르시아군의 공격을 막기 위해 대항갱도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폭과 높이가 2m도 안 되는 길이 11m 땅굴에서 페르시아군이 로마군 20명을 죽이려면 초인적인 전투력이나 고도의 계략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로마군 돌격부대원들은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마 병사들의 시신은 대항갱도 입구에 차곡차곡 쌓인 상태로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이것이 침략자들이 땅굴에 불을 지르기 전 바리케이드용으로 쌓은 것이며 사산조(朝) 페르시아인들이 로마인 못지않게 포위전에 능통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페르시아군이 땅굴을 판 목적은 성벽과 인근 탑을 파괴하려는 것이었다면서 이들이 땅굴을 이용해 성벽을 파괴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도시를 정복하는 데 성공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남아있는 유적만으로는 페르시아군이 어떻게 성 안으로 뚫고 들어갔는지 알 수 없지만 훗날 로마군은 두라를 포기했으며 주민들은 살해되거나 페르시아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이 성벽은 1920년 인도 군이 땅에 묻힌 도시 성벽을 따라 방어용 참호를 파던 중 잘 보존된 상태로 발견됐으며 1920년대와 1930년대 프랑스와 미국 고고학자들의 발굴작업으로 그 구조가 밝혀졌다.
이 유적은 최근 첨단 기술을 이용한 광범위한 재조사 대상이 되고 있으며 레스터 대학의 사이먼 제임스 교수 등 학자들은 80년 전 이곳에서 발견된 기록과 유물들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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