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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때 사라진 핵폭탄 50개

한부울 2008. 11. 17. 13:38

냉전때 사라진 핵폭탄 50개

[조선일보] 2008년 11월 17일(월) 오전 04:38


1950·1960년대 냉전기간 중 항공기 충돌, 잠수함 침몰 등 각종 사고로 미국과 소련이 분실한 핵폭탄이 50개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 대서양 안보정보센터의 오트프리트 나사우어(Nassauer) 소장은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냉전기간 중 미국 국방부가 분실했다고 공식 확인한 핵폭탄만 11개"라면서 "냉전(冷戰) 동안 전 세계에서 약 50개의 핵폭탄이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냉전 당시 미국은 핵폭탄을 실은 폭격기를 365일 내내 지중해와 북극 부근 상공에 띄워 비상 대기시켰는데, 공중 급유 과정에서 충돌사고 등으로 많은 핵폭탄을 분실했다는 것이다. 나사우어 소장은 "당시엔 폭격기들이 중간 급유 없이 대서양을 건널 수 없었는데 공중급유기와 충돌하거나 급유기를 놓쳐 연료 부족으로 바다에 추락한 사고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중 최악의 사고는 1966년 1월 스페인 남동부 해안 9000m 상공에서 미군 B52 폭격기와 공중급유기와의 충돌사고였다. 당시 B52 폭격기엔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위력이 1000배가 강한 수소폭탄 4개가 탑재돼 있었는데, 충돌 과정에서 2개의 수소폭탄 뇌관이 폭발해 플루토늄 분진이 스페인 시골 마을에 쏟아져 내렸다. 미군은 사고 후 마을 주변과 인근 해상을 완전 봉쇄하고 방사능 물질에 오염된 흙 1400t을 분리해 극비리에 미국으로 싣고 갔다.


1965년 12월 5일엔 베트남에서 일본 요코스카(橫須賀)로 이동하던 미 항공모함USS 티콘데로가호에서 핵폭탄 탑재 폭격기가 이륙 준비 과정에서 균형을 잃고 바다에 추락, 깊이 5000m의 심해에 가라앉았다.


해외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핵폭탄 분실사고가 적지 않았는데 1961년 1월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발생한 B52 폭격기 폭발사고 때는 수소폭탄 1개가 깊이가 50m 이상인 늪지에 빠져 회수되지 못했다. 이 지역은 지금도 군사 통제지역으로 남아 있다.


구(舊)소련에서도 1989년 4월 핵잠수함 콤소몰레츠호에서 발생한 화재로 잠수함과 어뢰 2기 그리고 핵탄두 2기가 1700m 심해로 모습을 감췄다.


그러나 이렇게 분실된 핵폭탄이 테러 세력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나사우어 소장은 "그동안 분실 핵폭탄을 회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으나 상당수는 현대 과학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있어 회수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파리=김홍수 특파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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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바다 속에 사라진 핵(核)폭탄

[조선일보] 2008년 11월 12일(수) 오전 05:59

 


"북극 바다 속에 핵폭탄 1발이 40년간 잠자고 있다?"


40년 전 추락한 미군 폭격기에 탑재됐던 고성능 플루토늄 핵폭탄 1발이 극지방인 그린란드 북부 툴레 인근 바다 속에 여전히 방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미군은 주변국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오래 전에 수색을 포기했고, 현지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BBC는 당시 사건 관계자 인터뷰와 비밀 해제된 미군 문서·동영상 자료 등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1968년 1월 21일, 미군의 B52 전략 폭격기 한 대가 화재 사고로 그린란드 툴레의 미국 공군기지 인근 피오르드 해안에 불시착하며 폭발했다. 비행기엔 플루토늄 핵폭탄 4발과 수많은 고성능 재래식 폭탄들이 실려 있었다. 미군은 당시 북유럽에서 소련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툴레 기지가 소련의 핵전쟁 도발로 공격 당할 경우에 대비, 즉시 핵 반격이 가능하도록 B52 폭격기들을 공중에 대기시키고 있었다. 추락한 폭격기도 그 중 한 대였다.


수많은 미군과 현지 주민이 잔해 제거 작업에 투입됐다. 당시 수거작업에 자원했던 한 현지인은 "젊고 겁없던 나와 친구들은 불행한 사고를 돕기 위해 기꺼이 현장으로 달려갔다"며 "위험 경고는 없었고 모두 보호장구 없이 일했다"고 했다. 방사능에 오염됐을지 모를 5억 갤런(약 200만㎥) 부피의 눈과 얼음에 뒤엉킨 폭격기와 폭탄 잔해 수천 개가 툴레 기지로 운반됐다. 폭격기 파편 한 조각, 핵폭탄 기판 하나라도 적국(敵國)으로 흘러들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여기서 발견된 핵폭탄의 잔해는 4발 중 3발 분뿐이었다. 미군은 1월 말 "등록번호가 '78252'인 핵폭탄 1발의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공식보고서에는 핵폭탄 4발을 모두 수거했다고 적었다고 BBC는 전했다. 미군은 이해 4월 핵잠수함 1척을 보내 주변 해역을 다시 수색했지만, 역시 사라진 핵폭탄이나 잔해는 찾아내지 못했다. 당시 미군 기밀문서에는 "수거 안 된 핵폭탄의 존재와 수색작업에 대해 외국에 알려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갖고 있는 덴마크의 신문들은 과거에도 사라진 핵폭탄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작년엔 B52 잔해 때문에 방사능에 노출돼 암에 걸렸다며 덴마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람도 있었다. 덴마크 정부는 당시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부분 검사를 받고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재고할 가치가 없는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도 확인 요청에 대해 "과거 자료를 참조하라"며 논평을 거부했다. 하지만 BBC는 "당시 사건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아직도 사라진 핵폭탄이 건강과 환경에 끼칠 영향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태훈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