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망국 밝힐 외교문서 23~35권 책으로 펴낸다
[한겨레]2008.11.12 19:11
열강과 나눈 1864~1910년 문서
1차 작업 2권 내년초 출간 예정
고종이 즉위한 1864년부터 일본에 국권을 빼앗긴 1910년에 이르기까지, 조선(대한제국)과 주변 열강 정부가 주고받은 외교문서가 책으로 편찬된다. 19세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 속에서 조선 망국의 원인을 실증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다.
동북아역사재단의 지원으로 지난 2월 시작된 < 근대한국외교문서 > 편찬사업은 김용구 한림대 한림과학원장을 위원장으로, 우철구 영남대 명예교수와 신욱희·장인성(서울대 외교학과), 이상찬( ˝ 국사학과), 최희재(단국대 사학과) 교수가 편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3년까지 23~35권의 문서집을 낼 계획이다. 올해는 1차 작업으로 제너럴셔먼호 사건(1866)과 병인양요(1866)·신미양요(1871) 등과 관련된 미국·프랑스·일본·중국의 외교문서를 수집한 뒤 2권 분량으로 정리해 내년 초 출간한다.
김용구 위원장은 "한-일 합병 전 50년은 이후 100년의 한국 역사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시기였음에도 이 시기 외교문서가 정리되지 않아 국내외 전공자들은 대부분 일본 외교문서를 자료 삼아 연구해 왔다"며 "근대 외교사 연구에서 '일본 편향적 시각'을 걸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서 수집 과정에서 프랑스·미국이 조선 침략(병인·신미양요)을 계획하던 당시 일본이 중재 명목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려고 했던 사실 등이 새롭게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일본이 '조선은 야만국이라 당신들과 교섭이 어려우니 우리가 중재하겠다'며 프랑스·미국에 제안했던 사실을 문서를 통해 확인했다"며 "1873년 정한론이 본격 대두하기 전부터 일본 내에서 한반도 침략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정족산성 전투에서 조선군에게 타격을 입고 철수한 프랑스 함대의 로즈 제독이 이를 본국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외교부와 갈등을 겪었던 사실, 영국이 거문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 8년 전인 1877년 미국이 이미 거문도 점령 계획을 비밀리에 세웠던 사실도 새롭게 빛을 보게 됐다.
편찬위원들은 올해 초부터 미국과 일본, 중국, 프랑스의 문서보관소를 직접 방문해 조선 관련 외교문서를 열람·수집한 뒤 이를 문서화하는 작업에 매달려 왔다. 문서집에는 조약문과 교섭 당사자들의 토론 내용, 본국 정부로부터 받은 훈령과 추후 제출한 보고문 등 공식 외교문서뿐 아니라 외교관의 개인 문집에 실린 내용까지 포괄했다. 500여 건의 문서가 200자 원고지 5500장 분량으로 정리된다.
위원회는 14일 서울 다동 한국관광공사 상영관에서 지난 1년간의 편찬작업을 정리하는 학술발표회를 연다.
이세영 기자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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