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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지막 황제 총살 90년 만에 복권

한부울 2008. 10. 3. 11:37

러시아 마지막 황제 총살 90년 만에 복권

[중앙일보] 2008년 10월 03일(금) 오전 01:03

 


[중앙일보 유철종] 사회주의 혁명의 와중에 볼셰비키에 의해 1918년 총살당했던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사진) 일가가 90년 만에 정치적으로 복권됐다. 러시아 최고법원은 1일(현지시간) “니콜라이 황제와 그의 가족이 부당한 정치 탄압에 의해 희생됐으며 복권돼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300년 이상 이어졌던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일가가 ‘인민의 착취자’란 비난을 받으면서 총살된 지 90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것이다. 게르만 루키야노프 로마노프 왕가 변호사는 “정의가 승리했다. 러시아가 올바른 역사 발전의 길로 들어섰다”고 환영했다.


로마노프 왕가의 후손들은 그동안 황제 일가가 부당하게 처형됐다며 2005년부터 검찰과 법원을 상대로 정치적 복권 운동을 벌여왔다. 그러나 검찰은 황제 일가의 죽음이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매번 사건을 기각했다. 최고법원도 지난해 11월 니콜라이 2세 일가의 처형은 정치적 탄압이 아니며 단순 살인 사건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로마노프 왕가는 국가기관에 의해 행해진 모든 강제력은 정치적 탄압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일부 학자는 로마노프 왕가 후손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궁전과 같은 국가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것을 우려해 러시아 정부가 복권을 꺼리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다 최고법원은 결국 항소심에서 로마노프 왕가의 손을 들어줬다.


니콜라이 2세 가족은 사회주의 혁명 이듬해인 1918년 레닌의 지시로 우랄산맥 인근 도시 예카테린부르크로 유배됐다. 황제와 황후, 4명의 딸과 11살 난 아들, 주치의, 시종 등 모두 11명이 한 상인의 저택에서 살았다. 그러다 시베리아를 장악한 반혁명군(백군)이 예카테린부르크를 압박해 들어오자 당황한 혁명군(적군)은 그해 7월 저택 지하실에서 황제 일가를 총살했다. 한 볼셰비키 경찰 장교가 처형 명령을 내렸다. 처형자들은 시신을 인근 광산으로 옮겨 석유를 뿌리곤 불태운 뒤 폐광에 버렸다.


91년 소련 붕괴 후 황제와 황후, 공주 3명의 유해가 먼저 발견됐다. 오랜 기간의 유전자 확인 작업 끝에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98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성당에 안치됐다. 러시아 정교회는 2000년 이들을 성인으로 추대했다. 지난해 7월에는 행방이 묘연했던 셋째 공주 마리야와 황태자 알렉세이의 유해도 추가로 발견돼 신원이 확인됐다.


유철종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