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고려인삼

한부울 2008. 9. 25. 17:19
 

고려인삼

[문화일보 2008.05.16 13:47:59]

 

“진시황은 영원히 살고자 서복(徐福)에게 동남동녀 3000명을 거느리고 해 뜨는 동쪽나라(한반도)로 가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한 대목이다.


후한서(後漢書)의 상한론(傷寒論)에도 고려인삼 처방전이 나와 있다. 중국 본초강목(本草綱目)도 “고려인삼이 가장 좋다”고 적고 있다. 신라 문무왕은 나·당 연합의 선물로 인삼 200근을 보냈고, 고려 때 벽란도는 고려인삼을 사러온 외국 상인들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진시황이 찾았다는 불로초는 아마 고려인삼이리라는 게 거의 정설이다.


고려인삼의 학명은 ‘Panax Ginseng C. A. Meyer’- Panax는 그리스어 Pan(모든 것)과 Axos(의학)가 결합된 복합어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이다. 17세기 유럽에 고려인삼이 소개되면서 코리아는 곧 신비의 나라였다. 코리아의 고려인삼은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에게까지 진상됐다던가. 이렇듯 수 천년 전부터 약용으로 사용돼온 고려인삼이다. 16세기부터는 인공 재배가 시작됐다 한다.


인삼은 기후와 토양에 예민하다. 우선 동북향 완만한 경사지로 배수가 잘되고,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곳이라야 한다. 화학비료와 병충해에도 매우 약하다. 인삼은 같은 종자라도 재배지에 따라 모양과 성분이 달라진다. 그 중에서도 고려인삼은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화강암 토양과 뚜렷한 4계절, 타는 목마름으로 견뎌야 하는 가뭄, 오줌 같은 장맛비, 40도 가까운 더위와 살을 에는 추위, 조화로운 해풍과 육풍 등 한반도 고유의 특성에 의해 만들어진 결정체다. 한국 인삼을 다른 나라에 옮겨심으면 우무만 못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명품 고려인삼이 홀대받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과 캐나다 등이 인삼 재배를 시작하면서부터 국제 인삼 거래의 중심지인 홍콩에서 고려인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격기준 10.4%, 물량기준 2.2%까지 떨어졌다. 가격기준 73%까지 차지했던 한시절과는 가위 격세지감이다.


최근 인삼업계는 품질과 홍보로 고려인삼의 명예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맨유의 박지성 선수와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태릉 선수촌 선수들에게 인삼을 보내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들이 승전, 승리의 비결을 묻는 각국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고려인삼 한마디를 빼놓지 않게 됐으면….


[오창규 / 논설위원]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