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하늘을 수놓은 천문
[연합뉴스] 2008년 08월 28일(목) 오후 04:41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 출간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전공교수로 재직 중인 김일권(43) 박사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한 '천문(天文)사상' 전공자로 꼽힌다. 그가 생각하는 천문사상이란 무엇일까?이런 질문에 김 교수는 천문관측과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천문현상에 대한 관측을 뛰어넘어 천문사상은 천문에 대한 사상적 관념적 이해 방식이라는 것이다.
천문은 글자 그대로는 하늘이 그려내는 무늬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삼광(三光)이 연출하는 현상이다. 삼광이란 일(日.태양)ㆍ월(月.달)ㆍ성(星.별)이다. 드넓은 하늘은 이들이 있음으로써 지도를 그려낸다. 땅에는 산과 강, 바다가 있어 지도를 그려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교수는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와 맞는 적성을 찾아 같은 대학 종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타난 별자리 그림을 통해 고구려인들이 하늘을 어떻게 이해하고자 했는지를 탐구한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이후 줄곧 이 문제에 천착해 그 지평을 넓혔다.
황제나 왕이 주관하는 동아시아 전통 제사 중 하나인 교사(郊祀), 특히 제천(祭天)이 천문과 밀접하다는 데 착안해 그 해명에 주력하는가 하면, 고인돌 같은 데서 심심찮게 발견되는 윷판 그림을 천문도로 해석해 탐구했으며, 불교신학에서 말하는 사천왕(四天王) 신앙 또한 천문사상이라는 맥락에서 근원을 파고들기도 했다.
최근 단행본으로 모습을 드러낸 '우리 역사의 하늘과 별자리'(고즈윈 펴냄)는 이와 같은 탐구들의 중간 결산이라 할 만하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해에 박사학위 논문을 각각 '하늘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예문서원)라는 2부작으로 정리한 바 있다.
이번 단행본은 그의 연구논문 12편을 수록했다. '고대부터 조선까지 한국 별자리와 천문 문화사'라는 부제가 표방하듯이 한국사 면면에 보이는 천문사상의 단면을 포착하려 했다.
이에서 제기한 문제의식 중 고려에서 조선으로 왕조가 교체되면서 하늘을 포기했다는 주장은 주목을 끈다.
구체적으로 저자는 고려의 우주론이 중심을 "물상적이고 구체적인 천문의 북극과 제천의 하늘에서 찾았다면 그 흐름이 고려말 성리학 도입과 더불어 형이상학적인 이법(理法)의 태극(太極)으로 전환되어 간 끝에 숭유(崇儒) 정책에 힘입은 조선에서는 태극 중심의 성리학적 우주론을 정초(定礎)하였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한다. 즉, 눈에 보이는 하늘을 포기하는 대신,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점차 추상적인 관념의 하늘로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신라승려 원효와 경흥 두 사람이 불교경전 금광명경을 해설한 글을 분석함으로써 이미 당시에 반고의 한서(漢書)에서 설파한 우주론이 이용됐으며, 아울러 인도달력을 사용했다는 사실도 구명했다.
더불어 고구려 고분벽화에 드러난 별자리 그림 분석을 토대로 그 중심은 중국의 북극 5성과는 달리 북극 3성이며, 거기에 드러난 W형 별자리가 카시오페아 자리라고 주장했다. 서양 천문관측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보이지 않던 카시오페아 별자리에 대한 이런 인식은 고려시대 석관에 나타난 별자리 그림으로 계승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북두)칠성 신앙이 매우 오래 전에 불교신학과 결합했다는 주장을 거부하고, 두 요소가 결합한 것은 조선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파격적인 주장도 내놓았다. 그 증거로 김 교수는 고려말-조선초기 때 작품인 치성광불화라는 자료를 제시했다. 별자리와 불교신학을 결합한 이 불화를 분석하면 그 중심은 북두칠성이 아니라 9요(혹은 11요)라는 별자리라는 사실이 그것을 잘 말해 준다는 것이다.
하늘을 주재하는 최고신은 무엇이었을까?이런 의문에 김 교수는 고려시대에는 황천상제(皇天上帝)와 태일신(太一神)이었다가 고려 후기에는 천황대제(天皇大帝)가 부상하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옥황대제(玉皇大帝)가 하늘을 완전히 평정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두 도교신학에서 발전한 천신(天神)이다. 504쪽. 2만8천원.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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