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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터넷에서 '역사 좀도둑'된 한국

한부울 2008. 8. 15. 17:43
 

중국 인터넷에서 '역사 좀도둑'된 한국

[조선일보] 2008년 08월 14일(목) 오전 00:00


지난 2월 국보 1호 숭례문이 불탔을 때다. 전 국민이 시커먼 흉물로 변한 숭례문을 보면서 가슴을 치고 있을 때 한국인들을 향해 날아온 중화권 네티즌들의 일부 반응은 정말 의외였다. "저들을 욕하지 마. 어찌됐든 저들도 한국성(省)의 인민이잖아!" "고려성(高麗省)의 성도(省都) 한성(漢城)" "한국 너무 욕하지 마. 저 나라에는 그 무슨 국보라는 게 없어. 저 문 하나가 타버리면 한국인은 내세울 만한 국보조차 없지." 중국 포털 런민왕(人民網)에 붙었던 댓글들이다.


요즘 전 세계 중화권 인터넷에서 한국, 한국인은 누구나가 언제라도 갖고 노는 탁구공 신세에 다름 아니다. "한국인은 공자, 노자, 석가모니를 한국인이라 주장하고, 만리장성도 자신들이 축조했다 한다. 중국 미인 서시(西施)도 한국인이라 할 정도다. 우리(중국) 역사를 훔치는 한국인들은 얼마나 후안무치(厚顔無恥)한 민족인가…."


얼마 전 '한국에선 손중산(孫中山·중국 신해혁명의 아버지)도 한국인이라고 한다'고 중국 광저우(廣州)의 신쾌보(新快報), 대만의 연합보·중국시보 등이 보도한 데 이어 중화권 언론들은 자국의 역사 인물들을 거론하며 '한국인은 남의 역사 인물까지 훔치는 염치없는 민족'으로 반복 보도하고 있다. 두오웨이(多維) 등 해외의 중국 포털들에서도 한국 폄하(貶下) 보도가 계속해 이어지고 있다.


중화권에서 '한국인의 중국 역사 훔치기'를 잇달아 날조해 보도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딱히 '이것이다'라고 이유를 꼬집을 수는 없겠지만, 중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인터넷을 통해 혐한증(嫌韓症)을 부추기고 중화 민족주의를 자극함으로써 56개 소수민족을 쉽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개혁·개방 이후 동서(東西) 간, 도시·농촌 간 갈등을 역사의식의 무장으로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대만 역시 경제적 어려움과 외교적 고립을 역사 우월주의를 통해 어느 정도 극복하고, 정신적 위안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시도가 시간이 흐르면 절로 잦아들 것이라 보면 순진한 생각이다. 최근 있었던 '손중산…' 파문의 확산 과정을 보자. 대만에서 1보를 날린 언론사는 유력지 중국시보(中國時報). 시점은 7월 31일 오전으로, 보도되자마자 포털 '야후'(Yahoo)로 넘어갔고, 이어 톈쿵(天空)신문, 신랑(新郞)뉴스를 거쳐 공중파 방송과 위성방송 '둥썬(東森)TV'로 번졌다. 순식간에 신문사 닷컴에서 포털, 위성방송으로까지 급속히 번진 것으로 볼 때 향후 왜곡 보도나 오보(誤報)가 언제라도 전 세계 15억 중국인들에게 급속히 도달할 수 있는 뉴스 공급체계가 갖춰졌다고 봐야 한다.


최근 인터넷 공간은 세계 네티즌들에게 자국 이익을 전파하는 선전(宣傳)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수억 명의 중국 네티즌들을 겨냥, 자국에 우호 여론을 심고 또 반일(反日) 여론을 사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엄청난 숫자의 인터넷 스파이를 활용하고 있다 한다. 중국 포털 '텅쉰왕'(騰訊網, QQ.com)은 또 친일(親日) 논리를 전파하는 대표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중일(中日) 영토분쟁지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문제에서 텅쉰왕은 일본측 논리를 중화권 네티즌들에게 적극 전파한다.


중국 인터넷의 한국 때리기는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우리도 가만 앉아서 국제적인 바보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찌해서 중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민족은 한국인, 가장 싫어하는 드라마는 대장금(大長今)이 됐는지' 이유를 곰곰이 파헤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인터넷을 활용한 국가 이미지 관리에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광회·인터넷 뉴스부장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