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동포

음독 베트남 새댁 돕자‥온정 줄이어

한부울 2008. 5. 21. 14:19
 

음독 베트남 새댁 돕자‥온정 줄이어

[연합뉴스] 2008년 05월 21일(수) 오전 10:57


(영동=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한국으로 시집온 지 8개월 만에 파경을 맞고 음독한 베트남 새댁 뚜엣(가명.20) 씨를 돕기 위한 온정이 줄을 잇고 있다. 21일 충북 영동군결혼이민자지원센터와 뚜엣 씨가 입원 중인 영동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그녀의 딱한 사정이 연합뉴스를 통해 알려진 뒤 이름 밝히기를 꺼린 시민들이 이 병원을 찾아와 밀린 병원비로 써달라며 200만원을 맡겨놨다.


또 영동군청과 청주지검 영동지청, 영동병원 직원들이 그녀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에 돌입했으며 영동군결혼이민자지원센터 등에도 지원방법을 묻는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녀는 작년 8월 정신질환을 앓는 남편(39)을 대학 나온 번듯한 직장인으로 소개받고 충북 영동으로 시집왔으나 지난 3월 남편이 병세악화로 입원하자 말도 통하지 않는 시아버지와 단 둘이 외롭게 생활하다가 지난 4월 21일 음독한 채 발견됐다.


응급실에 실려올 당시 혼수상태였던 그녀는 지난 주 의식을 되찾았으며 자신을 보살펴주는 의료진에게 미소를 지어 보일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음독 후유증으로 발병해 생명까지 위협하던 폐렴 증세도 호전돼 머잖아 목에 삽관한 산소호흡기만 떼어내면 식사도 가능할 전망이다.


의료진은 "그녀의 회복이 빨라 앞으로 10일 정도 치료하면 산소호흡기를 제거해 말을 하고 음식물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식을 되찾고도 한동안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만 응시하던 그녀의 얼굴에 며칠 전부터 생기가 돌고 가끔 미소도 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를 돌보는 영동결혼이민자지원센터 정봉구(42) 목사는 "입원 초기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놓는 듯하던 그녀가 머잖아 베트남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속에 심리적인 안정도 찾은 것 같다"고 반가워했다.


정 목사는 사경을 헤매던 그녀로부터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듣고 시아버지.시누이 등을 만나 건강을 회복하게 되면 베트남으로 되돌려 보내기로 합의해 놓은 상태다. 정 목사는 "각계의 온정이 모아지면 짧은 한국생활 속에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생계지원을 위해 몇 푼의 돈이라도 손에 쥐어 베트남으로 돌려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국결혼이민자지원센터 전만길(50.여) 공동대표는 "뚜엣 씨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난립한 결혼중개업체의 부실 중매행위부터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며 "오는 6월 '결혼중개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중매업이 등록제로 바뀔 예정이지만 정부차원에서 중매업체 관리를 위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