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造船강국 동북아 3국의 항공모함 경쟁

한부울 2008. 4. 6. 00:28
 

造船강국 동북아 3국의 항공모함 경쟁

이정훈[2007-12-10] 


한국‘독도함’, 일본‘휴가함’, 中國도 본격 가세


세계 조선업의 중추는 동북아다. 과거 일본은 세계 제1의 조선국가였고, 지금은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국가다. 그리고 중국의 조선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세계최고를 다투는 조선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바야흐로 항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경쟁에 잠재적인 조선 강국인 중국이 참여할 기세다. 머지않아 동북아 바다에서는 유럽 바다보다 많은 항모가 작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이정훈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항공모함을, 미국을 위시한 유럽국가의 전유물로 알아왔다. 미국은 상당히 많은 항공모함을 갖고 있고, 유럽에서는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이 항모를 갖고 있는 것으로 막연히 추정해온 것이다. 아시아나 남미의 경우 항모 보유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온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측은 현실과 다르다. 지금 아시아는 항모 보유 경쟁이 불붙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의 항모 보유 경쟁에는 ‘세계최고의 조선(造船)국가’인 한국도 당당히 참여하고 있다. 남미에도 항모를 보유한 나라가 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를 제외한 여타 유럽국가의 항모는 아시아나 남미가 보유한 항모보다 작은 편이다.


세계의 항공모함 추이


세계의 항공모함에는 어떤 것이 있고, 아시아의 항모 보유 경쟁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그 비밀의 커튼을 살짝 젖혀 보기로 하자.


항공모함은 한마디로 항공기를 싣고 다니는 배다. 그러나 항공기를 실었다고 해서 전부 항공모함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항공기는 크게 헬리콥터처럼 날개가 돌아가는 ‘회전익기’와 전투기처럼 날개가 고정돼 있는 ‘고정익기’로 나뉜다. 회전익기는 활주로가 없어도 이함(離艦)과 착함(着艦)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요즘 나오는 2천톤급 이상 전투함은 대부분 헬기를 탑재한다.


함정에 탑재한 헬기는 다용도로 쓰인다. 함정과 함정, 함정과 육상기지 사이에서 사람과 물자를 신속히 수송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소규모 물자와 몇몇 사람을 태우기 위해 거대한 함정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작은 헬기로 신속히 처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헬기는 잠수함을 탐색하고 추적하는 장비로도 쓰일 수 있다. 이른바 대잠(對潛)헬기로 쓰이는 것이다. 함정에서 이함한 대잠헬기는 바다 곳곳에, 잠수함에서 나오는 음파를 잡아 전달해주는 ‘소노부이’를 떨어뜨린다. 대잠헬기는 함정보다 훨씬 넓은 수역을 아주 짧은 시간에 날아다니며 소노부이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적 잠수함을 추적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다.


헬기는 대함 미사일도 발사할 수 있다. 레이더파는 직선으로 나가지만 지구는 둥글다. 지구는 둥글게 휘어져 넘어가니 레이더로는 수평선 밖에 있는 물체를 볼 재간이 없다. 그러나 헬기는 하늘 높이 떠오를 수 있으므로 가시거리가 함정보다 현저히 멀어진다. 하늘 높이 뜬 헬기는 그곳에서 장거리 대함 미사일을 발사해 적 함정을 수장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투함은 고속정-고속함-초계함-호위함-구축함-순양함-항공모함 순으로 덩치가 커지는데, 호위함 이상에는 대부분 헬기를 탑재한다. 덩치가 큰 구축함과 순양함은 헬기를 2대 이상 탑재한다. 따라서 항공기(헬기)를 탑재하느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항공모함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항공모함은 적 함정이나 잠수함과의 전투보다는 해상 비행장으로 기능하기 위해 만든 배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관제탑 같은 시설을 갑판 위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항공모함이 아무리 커도 육지의 공항보다는 작다. 따라서 갑판에 내린 항공기는 재빨리 치워서 다음 항공기가 내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갑판에 내린 항공기를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재빨리 갑판 밑에 있는 격납고로 내려야 하는 것이다.


항공기는 날개가 길어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차지한다. 따라서 함정에 싣는 항공기는 날개를 접을 수 있도록 제작한다. 헬기는 물론이고 고정익기도 착함한 다음에는 일제히 날개를 접어 차지하는 공간을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항공기는 길쭉한 모양인지라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따라서 갑판 밑에 있는 격납고가 상당히 넓어야 한다. 항공모함은 갑판 밑에 격납고라는 텅 빈 공간을 가진 배다. 일반 전투함은 빈 공간이 없도록 미사일 등 전투물자를 촘촘히 배치하지만 항모는 격납고라는 큰 공간을 갖고 있다.


고정익기는 활주로를 이용해 뜨고 내린다. 그러나 시해리어라는 고정익기는 헬기처럼 수직으로 뜨고 내릴 수 있다. 시해리어는 ‘몸이 가벼울 때’는 헬기처럼 수직으로 떴다가 내려오나, 연료와 무장을 가득 실어 매우 무거울 때는 단거리 활주로를 달려 이함한다. 시해리어 같은 고정익기를 ‘단거리 이착함 및 수직 이착함기(약칭 수직이착함기)’라고 한다. 수직이착함기는 고정익기지만 헬기와 함께 운용할 수 있다. 반면 F­18 같은 고정익기는 활주로가 있어야만 뜨고 내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항모는 활주로를 갖춘 배를 가리킨다. 미 해군은 고정익 전투기가 뜨고 내리는 전통적인 의미의 항모를 12척 갖고 있다. 이러한 미국 항모의 크기는 9만~10만톤에 이른다.


시해리어와 헬기를 싣는 배는 ‘비행갑판’과 스키 점프대처럼 그 끝이 위로 올라간 단거리 활주로만 갖고 있으면 된다. 미군은 시해리어를 해병대에서 사용한다. 때문에 시해리어와 헬기를 싣는 배는 해병대 작전에 주로 투입되므로 해병대용 항공모함이라는 뜻으로 줄여서 ‘상륙모함’으로 부르고 있다. 미국의 상륙모함은 4만~5만톤 크기인데 미 해군은 이러한 상륙모함을 12척 갖고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과 상륙모함을 구분하는 유일한 국가다.

 

활주로를 갖고 있으며 수직이착함기가 아닌 고정익기를 띄우는 전통적 의미의 항모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뿐이다. 러시아는 6만톤급 쿠즈네초프 제독함을 갖고 있고, 프랑스는 4만톤급 샤를드골함을, 브라질은 프랑스 해군이 40여년간 사용하다 넘겨준 3만톤급 포슈 항모를 수리해 재취역시킨 ‘상파울루함’을 1척씩 갖고 있다.


영국을 필두로 한 나머지 국가들은 전통적인 항모를 갖고 있지 않다. 상륙모함이나 상륙모함보다 작은 대형 상륙함을 항공기를 띄우는 해상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 대형 상륙함은 해병대 상륙작전에 동원되는 공기부양정과 전차 수륙양용장갑차 등을 내부에 싣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갑판 밑에 넓은 공간이 있는데 이 공간을 격납고로 활용하는 것이다.


영국은 2만톤 내외의 대형 상륙함을 항공모함으로 잘 활용하는 나라다. 영국은 일찍이 시해리어라는 수직이착함기를 개발했으니 프랑스처럼 전통적인 항모를 가질 이유가 없었다. 시해리어를 싣는 대형 상륙함 크기의 영국 항모를 ‘인빈셔블급’이라고 한다. 영국의 성공을 본 많은 나라들이 영국 모델을 추구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 이탈리아가 인빈셔블급보다 작은 배를 1척씩 만들어 시해리어와 헬기를 탑재하는 항모로 활용하였다. 현재 유럽에서는 5개국이 항모를 보유하고 있다. 러시아(1척), 프랑스(2척)는 전통적인 항모를 갖고 있고 영국(4척), 스페인(1척), 이탈리아(1척)는 대형 상륙함 크기의 항모를 운용한다. 앞서 거론했듯이 남미에서는 브라질(1척)이 유일한 항모 보유국가다.


한국 - 일본 - 중국, 항공모함 경쟁 시동


아시아에서는 10여년 가까이 인도와 태국이 ‘유이(唯二)’한 항모 보유국 지위를 누려왔다. 인도는 1993년, 영국이 35년간 사용해온 수직이착함기용 항모인 허미즈함을 도입해 개조한 후 ‘비라트함’으로 명명해 재취역했다. 태국은 1997년 스페인에서 태국의 고대왕조 이름을 딴 ‘차크라 왕조함’을 건조해 도입했다. 인도의 비라트함은 시해리어와 헬기를 탑재하나, 태국의 차크라 왕조함은 헬기만 싣는다.


인도 - 태국 양강 체제를 유지하던 아시아의 항모 경쟁은 2007년 한국이 독도함을 취역(실전배치)함으로써 3강 체제로 바뀌었다. 독도함은 태국 항모보다는 크고 영국의 인빈셔블급이나 인도의 비라트함과 비슷한 크기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시해리어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함정은 진수하고 난 후 1년여 동안 각종 실험을 한 후 실전배치(취역)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은 2만~6만톤에 이르는 고정익기용 정통 항모를 건조해 보유했던 나라다. 패전 후 새로 만든 일본의 평화헌법은 전쟁을 부인하는 조항(9조)을 갖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일본은, 법적으로는 정규군이 아니나 실제 파워는 초강대국 수준인 자위대를 갖게 되었다.


정규군이 아니기 때문에 자위대는 형식상 공격무기를 갖지 않는다. 여기서의 문제는 ‘무엇이 공격무기냐’는 것이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항공모함과 공대지전투기, 지대지미사일 등을 공격무기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오랫동안 항모를 보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모를 갖고 싶다는 해상자위대의 열망이 워낙 강했기에 이들은 헌법정신을 지키면서 항모를 보유하는 희한한 방법을 찾아냈다. 놀랍게도 일본은 핵심 전투함인 구축함을 방어무기로 분류한다. 구축함은 일본을 침략하는 적 해군을 막는 세력이기에 방어무기라는 것이 일본의 해석이었다.


이러한 논리 덕분에 일찍이 일본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이지스구축함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일본은 그들이 갖고자 하는 항공모함을 구축함으로 분류하는 아이디어를 창출했다. 구축함은 본래 적 잠수함을 추적해 공격하는 함정이다. 현대에 들어 이러한 작전은 주로 대잠(對潛)헬기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한 일본은 11대의 대잠헬기를 싣는 구축함을 건조하겠다고 한 것이다. ‘대잠헬기를 실으니 이 배는 항모가 아니고 구축함이다’라는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은 항모를 건조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 헬기 탑재 구축함을 오랫동안 16DDH라는 닉네임으로 불러왔다.


16DDH는 지난 8월 23일 드디어 진수했는데, 일본은 이 배를 2차 세계대전 때 미드웨이 해전과 레이테 해전에 참가하고 파괴된 전함 ‘휴가(日向)함’을 이어받는다는 뜻으로 ‘휴가함’으로 명명했다. 휴가함은 독도함보다 약간 작다.


독도함은 (대형)상륙함으로 건조됐다. 상륙함은 적 함정과 싸우는 전투함이 아니므로 속도가 빠르지 않다. 따라서 독도함에는 2개의 디젤엔진만 탑재돼 있다. 구축함은 전투에 투입되는 함정이므로 디젤엔진 2개에다 고속(高速)을 내는 가스터빈 1개를 추가한다. 휴가함은 가스터빈 1개를 더 달았기에 독도함보다 10노트 정도 빨리 달릴 수 있다. 휴가함 진수로 일본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항모를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일본과 더불어 동북아 패권을 다투는 중국은 어떠할까. 중국은 아직 항모가 없다. 과거 러시아는 쿠즈네초프 제독함에 이어 바략함이라 명명한 항모 건조를 시도했으나 기술과 자금 부족으로 완성하지 못했다. 중국은 건조가 중단된 바략함을 도입해 ‘중국 1호 항모’를 건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꽤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아직 완성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뒤늦게 항모를 보유하게 됐지만, 두 나라의 항모 전력은 조만간 인도와 태국을 앞서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전에 한국과 일본은 독도급과 휴가급 함정을 2척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제사정이 좋으면 두 나라는 독도급과 휴가급을 4척까지 늘리려 한다. 독도급 항모는 한국 해군 기동전단의 지휘함이 되고, 휴가급 항모는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대군(扈衛隊群)의 지휘함이 된다.


세계 조선업의 중추는 동북아다. 과거 일본은 세계 제1의 조선국가였고, 지금은 한국이 세계 1위의 조선국가다. 그리고 중국의 조선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세계최고를 다투는 조선국가인 한국과 일본이 바야흐로 항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러한 경쟁에 잠재적인 조선 강국인 중국이 참여할 기세다. 머지않아 동북아 바다에서는 유럽 바다보다 많은 항모가 작전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동북아 3강이 육지에서 바다로 경쟁의 무대를 옮기는 것이다. 셋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아시아, 특히 동북아의 항모 경쟁은 눈여겨볼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