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 러시아 잠수함 도입할 뻔
[연합뉴스] 2008년 02월 01일(금) 오후 04:34
대우조선 안병구 상무 '잠수함...' 책 펴내
(거제=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1990년대 한국 해군이 러시아와 관계개선과 경협차관을 돌려받기 위해 러시아 재래식 잠수함을 도입하려 했으나 잠수함을 직접 타본 해군 전문가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민국 해군 최초 잠수함인 '장보고'함 함장을 지낸 대우조선해양 안병구(59) 상무는 지난달 말 펴낸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란 책에서 해군이 러시아 K(킬로)급 잠수함을 도입할 뻔했던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했다.
책자에 따르면 안 상무는 1996년 말 해군본부의 요청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러시아 해군기지, 잠수함 설계회사, 승조원 교육기관을 방문했다. 당시 경제상황이 극히 나빴던 러시아는 한국이 제공한 경협차관 14억7천만 달러를 상환할 수 없어 대신 무기구매를 제의했고 리스트에 K급 잠수함이 포함됐다.
러시아와 정치.외교적 관계를 두텁게 할 필요성을 느끼던 정부 일각에서는 K급 잠수함을 구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여서 운용주체인 해군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문가들이 러시아 출장까지 나서게 된 것이다.
1980년 등장한 러시아 K급 잠수함은 당시 해군장교들 사이에 '미 해군조차 경계하는 잠수함', '북한이 갖게 될까 봐 걱정되는 잠수함'으로 알려질 정도로 베일에 싸인 무기체계였다. 이에 따라 안 상무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잠수함 설계회사 루빈(Rubin)사, 에드미럴티(Admiralty) 조선소, 발틱해 연안 크론슈타트(Kronshtadt) 잠수함기지를 방문해 K급 잠수함의 실체를 직접 경험했다.
그는 "러시아에 가기전에는 '우리 해군이 독일형 장보고급 잠수함 전대와 러시아형 K급 잠수함 전대 를 나란히 가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기대가 컸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실제 K잠수함을 시승해 잠항시험까지 하면서 무엇보다 잠수함의 추진체계와 전투체계가 장보고급 잠수함보다 한세대 이전인 훨씬 구식이었고 모든 잠수함에 기본적인 비상호흡장치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
먼지하나 없어야 할 잠수함 제조공장에 쌓인 쇳가루와 먼지, 구멍뚫린 천장은 물론, 유지능력이 없어 벌건 녹물이 흘러내린채 기지 여기저기에 방치된 잠수함들은 K급 잠수함에 대한 환상을 깨기에 충분했다.
안 상무는 "러시아 무기수출부서 책임자가 K급 잠수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잠항중인 잠수함에서 지상을 공격할 수 있는 '잠대지(潛大地)시스템'까지 끼워팔 수 있다는 제의까지 했었다"고 기억했다.
출장에서 돌아온 안 상무 일행은 "K급 잠수함이 도입되면 착실히 진행되던 현재의 잠수함 전력 구축사업이 뿌리째 흔들릴 것 같다"고 정리했고 "경협차관대금 상환물로는 고사하고 공짜로 준다고 해도 들여와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해군 수뇌부에 전달했다.
안병구 상무는 1988년 잠수함사업단 요원을 시작으로 1990년 한국해군 제1번 잠수함 초대함장으로 선발된 후 독일에서 2년간 잠수함 교육훈련을 받고 1992년 현지에서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을 인수했다.
이후 잠수함 장교 출신 첫 전대장, 첫 잠수함 전단장을 지내는 등 국내 최고의 잠수함 전문가 중 한명이다. 해군 준장으로 전역해 현재 대우조선해양에서 잠수함 등 방위산업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첫 잠수함장으로서 겪은 경험이 훗날 한국 잠수함 부대의 역사를 정리할 때나, 우리나라가 새로운 무기를 도입할 때 겪게 될 시행착오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심정으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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