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접수하는’ 중국인
[중앙일보] 2008년 01월 26일(토) 오전 05:09
[중앙일보 진세근]
국제기구의 수뇌부로 진출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 2004년까지만 해도 전무했던 일이다.
첫 물꼬는 2005년 10월에 트였다. 당시 중국 교육부 부부장(차관)인 장신성(章新勝·60)이 유네스코에서 집행이사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중국인으로선 첫 국제기구 의장이 된 것이다.
이듬해 11월, 홍콩의 천핑푸전(陳馮富珍·61) 여사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당시 사무총장 직은 한국인 이종옥 박사의 급서로 공석인 상태였다. 그 다음 날,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총회는 중국 저장(浙江)성 저장정보통신대학원 부설 정보통신연구원의 자오허우린(趙厚麟·58) 교수를 사무차장으로 선출했다. 당시 중국 당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국제전문 일간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972년 중국의 유엔 가입 이후 중국인이 경선 없이 유엔 내 정치적 기구에서 간부로 일한 적은 있지만 유엔 외 기타 국제기구에서 선출을 통해 고위직에 오른 것은 2005년 10월이 처음”이라며 “세계무대에서 중국의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커졌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중국인의 행진은 계속됐다. 지난해 11월 세계무역기구(WTO)는 중국의 여성 변호사 장웨자오를 분쟁 대법관으로 임명했다. 사회주의 국가의 변호사가 자유무역을 수호하는 심판관이 된 것이다.
지난 20일에는 대만에서 망명한 린이푸(林毅夫·50)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소(CCER) 주임(소장)이 세계은행 부총재 및 수석경제학자로 내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린 교수를 추천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개발도상국 지도와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개발도상국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세계은행 부총재 겸 수석 경제학자는 앤 크루거, 스탠리 피셔, 로런스 서머스, 조셉 스티글리츠, 니컬러스 스톤 등 쟁쟁한 서구 경제학자들이 독식해 왔다.
상하이(上海)외대 국제관계 및 외교사무 연구원의 쑤창허(蘇長河) 부원장은 최근 환구시보에서 “세계 기구에서 중국인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많은 국제 문제가 중국의 참여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 고 말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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