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패권 야심’ 드러났다
[중앙일보] 2008년 01월 30일(수) 오전 05:54
[중앙일보 장세정] 향후 20~50년 뒤를 내다본 중국의 미래전략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철저하게 중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평화’ ‘비둘기’를 강조했지만 내막을 보면 발톱을 숨긴 독수리를 연상케 하는 패권적 색채가 다분해 파장이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중국과학원은 29일 ‘평화 비둘기 전략’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중국과학원이 2001년부터 꾸려온 중국현대화 전략연구과제 팀이 그동안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신화통신은 “중국과학원이 사상 처음으로 ‘평화 비둘기’라는 전략 구상을 창안했다”고 평화를 유독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미래에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지정학적 세력 배치 구상을 비둘기의 주요 부위에 그림을 그리듯 설명했다. 우선 중국이 지향하는 평화 비둘기의 머리에는 다자간 기구인 유엔을 놓았다. 유엔의 역할과 기능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다. 비둘기 몸통의 앞부분에는 중국이 주도해 온 아시아국가연합회를 배치하는 것으로 돼 있다. 2002년 이후 매년 중국 하이난(海南)섬에서 열리고 있는 보아오(博鰲)포럼과 아시아협력대화를 ‘아시아판 유엔’으로 키워 중국의 방패로 앞세우겠다는 구상이다.
비둘기의 오른쪽 날개에는 아태경제협력체(APEC)를 배치하고, 왼쪽 날개에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확대·발전시킨 유라시아경제협력조직을 포진토록 보고서는 제안했다.
이날 보고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자 중국 외교부 장위(姜瑜) 대변인은 “학술기구의 보고서일 뿐”이라며 더 이상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중국과학원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연구 결과를 대부분 정책으로 흡수하는 정부의 수족 같은 기구여서 중국 정부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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