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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9번째 우주클럽 가입 꿈 영근다

한부울 2007. 10. 31. 21:03
 

한국 9번째 우주클럽 가입 꿈 영근다

[매일경제] 2007년 10월 31일(수) 오후 06:09


"넓은 평야지대가 아니라 적지 않게 걱정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직접 우주센터에 와 안전성과 발사 통제의 편리성을 확인해 보니 훌륭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난달 30일 전라남도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를 찾은 아나톨리 페르미노프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이 내린 평가다.

페르미노프 우주청장 일행과 함께 외나로도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여수공항에서 내려 꼬박 1시간 30분을 달려가는 동안 이렇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서 과연 한국의 우주시대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 상세 설계도 러시아에서 받았다
= 그러나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나로우주센터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발사통제동, 발사체조립동, 위성시험동, 레이더 추적시설, 홍보관, 기숙사 등 주요 시설이 올봄 완공돼 이미 6개월째 시험가동 중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안심이 됐다.

다만 외나로도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유일한 곳은 발사대 시스템 구축 현장이었다. 발사통제동과 기숙사 등 나로우주센터가 한눈에 들어오는 이곳에서는 터 파기와 기반공사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굉음을 울리면서 과학기술위성2호를 싣고 로켓이 발사될 광경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현장에서는 로켓을 쏘는 발사대뿐 아니라 발사를 지원하고 안전을 확보해 주는 관련 시설이 더 큰 규모로 건설 중이었다.

조광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사업단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집권 2기 이후 러시아의 강화된 기술보호조치로 양국 간 우주기술보호협정(TSA)이 약 2년간 지연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번주 중 발사대 시스템에 대한 상세 설계도를 우리 측에 전달하겠다는 통보를 러시아 측에서 막 받았다"고 소식을 전했다.

◆ 내년 자력 위성 발사 의미는
= 내년 말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체인 KSLV-1에 과학기술위성2호가 실려 발사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한 국가가 된다. 세계적으로 우주센터는 12개국이 26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역시 가장 많은 우주센터와 발사장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10곳이 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이 세 곳, 일본에는 두 곳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의미는 한국의 힘으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 내년에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우크라이나 이스라엘인도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은 9번째로 위성을 자국의 힘으로 쏘아 올린 국가가 된다.

정희권 과학기술부우주기술협력팀장은 "내년 4월이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과학실험을 할 예정"이라며 "다시 연말에는 이곳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와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만큼 한국 우주개발 역사에 있어 2008년이 실질적인 원년이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소형 위성 제작 부문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쌓은 한국이 위성발사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국가 안보에 대한 기여는 물론 후발 국가들의 수요에 대응하면서 상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드는 셈이다.

물론 KSLV-1의 로켓 발사체 모두를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로켓의 1단 부분인 액체로켓 부분에 대해서는 러시아 측에서 넘겨받는 기술과 설계도가 기초를 이룬다. 하지만 한국은 2015년까지 발사체에 대한 모든 기술을 확보하고 100% 한국 기술로 만든 KSLV-2를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워 놨다.

◆ 발사 로켓과 위성의 특징은
= 내년 KSLV-1에 실려 올라가는 인공위성은 2002년 10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이미 완성돼 보관 중이다. 로켓과 달리 한국 과학자가 100% 만든 이 위성은 100㎏급 소형으로 지구환경 관측을 위한 과학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구 상공 260~1200㎞의 타원형 궤도를 돌면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위성에 전력을 공급하게 되는 태양열 시스템의 국산화만 완료되면 당장 우주로 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년 발사의 핵심이 되는 로켓 KSLV-1은 1단 액체엔진과 2단 고체연료부로 구성되는 2단형 발사체다. 총중량은 최대 140t, 추진체 중량은 130t에 달한다. 길이가 3m, 직경만 2.9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액체 2단형과 액체 3단형 우주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은 액체 2단형과 고체 3단형 로켓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흥 = 김은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