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리스트/국가우주무기

불붙은 동북아 우주 군비경쟁

한부울 2007. 11. 10. 00:40
 

불붙은 동북아 우주 군비경쟁

[조선일보: 유용원] 2007년 10월 30일(화) 오후 10:48

 

“오는 2025년까지 레이저 무기를 실전 배치하고 ‘우주작전단’을 창설하는 등 우주 전력(戰力)을 3단계에 걸쳐 육성하겠습니다.”

며칠 전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공군 고위관계자가 업무보고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중국이 첫 달 탐사 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 날이었다. 당시 공군 보고내용은 우리 군의 구체적인 우주전력 육성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해 의미가 있는 것이었지만, 중국의 달 탐사 위성 발사에 가려 언론에선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보고 내용에 따르면 오는
2015년까지 1단계로 우주작전 기반체계가 구축된다. 민간 부문과 인공위성 추적체계 등에 있어서 협력 체제를 만들고, 2012년 대(對)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단계(2016~2025년)엔 광학(光學) 및 레이더 우주감시 체계를 만들고 지상에 레이저 무기도 실전 배치된다. 2025년 이후엔 3단계로 공중 및 우주에 레이저 무기를 실전 배치, 우주군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 공군의 야심찬 목표다. 이것이 실현되면 이른바 ‘별들의 전쟁(Star Wars)’ 계획에 등장하던 우주 무기를 우리도 갖게 되는 셈이다.

정말 꿈같은 얘기다.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계획” “강대국도 아닌 우리가 그들과 똑같은 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일본 등 주변 강국의 부산한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이런 움직임이 만시지탄(晩時之嘆)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장 눈에 띄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월 11일 개조된 KT-1 고체로켓 추진 위성발사체로 추정되는 위성공격용 무기를 쏘아 올려 865㎞ 상공의 자국(自國) 기상위성 FY-1C를 요격하는 데 성공,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2005년 첫 위성공격용 무기를 실험한 데 이어 지상에 배치된 레이저 무기로 수백㎞ 상공을 돌고 있는 미국의 정찰위성에 레이저 광선을 발사, 장애를 일으킨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크루즈(순항)미사일 유도에 활용될 수 있는 독자적인 위성항법 시스템 개발도 2011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일본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구실로 정찰위성 발사를 서둘러 현재 4기의 정찰위성이 매일 한 차례 한반도는 물론 지구 어느 곳이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문제는 이런 중·일의 움직임으로부터 우리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우리나라 9개의 위성 중 5개가 중국이 올 초 시험한 위성공격용 무기의 사정권 내에 들어 있다. 여기엔 정찰위성 역할도 겸하고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아리랑 2호도 포함돼 있다. 또 일본의 정찰위성들이 매일 우리나라 상공을 지나면서 민감한 시설의 사진을 찍어도 언제, 어느 경로로 이동하는지 몰라 눈뜬장님처럼 보고만 있어야 한다. 광학 망원경 외에 레이더·레이저 위성추적(SLR) 시스템을 갖춰야 하지만 지금은 이런 장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우주의 군사적 활용에 국가 차원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매우 중요한 국가 전략 공간인 우주를 주변 강국이 군사적인 면에서 독식(獨食)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