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 ‘떠오르는 지도자’
[조선일보] 2007년 10월 08일(월) 오전 00:50
시진핑(習近平) 상하이시 서기가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구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오는 15일 개막하는 17차 전당대회를 계기로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뒤를 이어 2012년부터 중국을 통치하게 될 차세대 지도자들을 뽑는다. 이 과정에서 시 서기가 선두로 나섰다는 관측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과 홍콩·대만 등 중화권 매체들은 10월 들어 시 서기가 오랫동안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리커창(李克强) 랴오닝성 서기를 제치고 앞서나가고 있다거나, 대등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이 급부상하는 이유가 뭘까.
◆ 시진핑 급부상, 리커창 입지 흔들
시 서기는 부총리를 지낸 중국공산당 원로 시중쉰(習仲勛)의 아들로, 이른바 ‘태자당(太子黨·중국 공산혁명 원로들의 자제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는 덩샤오핑(鄧小平) 못지않은 개혁·개방론자였던 부친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후 주석과 리커창 서기를 비롯한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그룹’이 성장보다는 복지나 분배에 치중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과 대비된다. 리 서기는 낙후지역인 랴오닝성, 허난성에서 근무하면서 이룩한 관내 노후주택 개량사업 등을 성과로 내세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시 서기는 “개혁개방을 더 심화시켜야 한다”는 장쩌민 전 주석 중심의 ‘상하이방(上海幇)’ 입장을 견지, ‘공청단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로 인식되고 있다.
일부에선 “지도력이 부족하다”며 비판하지만, 그가 5년간 서기로 있었던 저장성에선 “저장성을 민간기업 비율 1위 지역으로 만드는 등 소리 없이 일을 많이 했다”고 평가한다.
◆ 경쟁은 지금부터… 능력이 관건
홍콩의 명보(明報)는 시 서기가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기관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하면서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주석에 발탁될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군부(軍部)를 중시해 온 중국 정치 풍토에서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된다는 것은 ‘2인자’가 됨을 의미한다.
하지만 리커창 서기 등 공청단 출신 인사들과 시 서기가 벌이는 ‘후계자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 중국 지도부 인선은 카리스마 강한 지도자 한 사람이 후계자를 지명하던 과거 시절과는 다르며, 특정인에게 미리 힘을 실어주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명진 특파원(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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