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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스파이가 다 빼간다" 조선·철강업계 전전긍긍

한부울 2007. 10. 17. 23:06
 

"中스파이가 다 빼간다" 조선·철강업계 전전긍긍

[한국일보] 2007년 10월 15일(월) 오후 07:18

 

포스코 강판 원가절감 노하우 유출
첨단 기술 호시탐탐… 인력도 빼가
퇴직자 관리 강화 등 불구 역부족


휴대폰 반도체 소프트웨어 같은 첨단 IT업계에서 주를 이뤘던 '기술 빼내기' 공포가 조선과 철강 등 굴뚝산업까지 휘감고 있다.

최고의 선박 설계 기술이 중국 업체로 새나갈 뻔한데 이어, 최근에는 고급철강 제조기술이 이미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나름대로 기술유출 방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연쇄적 기술유출
지난 12일 대구지검이 구속한 전 포스코 직원 2명은 지난해 8월 퇴사하면서 핵심기술이 담긴 파일을 빼내, 올 5월경 50억원을 받고 최대 경쟁국인 중국 업체에 넘겨주려 했다.

이 기술은 고급강판의 원가를 줄이는 핵심 노하우로, 그 가치는 향후 5년간 최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는 올 6월에야 이들의 수상한 움직임을 알고 국가정보원에 제보했다.

조선업계에서도 설계기술을 사실상 통째로 중국에 넘겨줄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 검찰에 구속된 대우조선해양 전 기술기획팀장 엄모씨가 빼낸 설계도는 무려 15만장. 컨테이너운반선과 원유운반선 등 69척의 선박을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엄씨의 파일에는 현대중공업과 STX조선의 설계도면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런 기술유출시도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 그 진원지가 첨단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러면서도 복제나 기술유출 같은 범죄행위에 대한 규범이 취약한 중국이기 때문이다. '잘 키운 스파이 하나'가 단박에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만큼 언제 어떻게 어떤 정보가 새나갈지 불안한 상황이다.

'빼가기'는 기술만이 아니다. 사람도 핵심 대상이다. 특히 중국은 그간 "2015년 세계 1등 조선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 아래 대규모 조선소 건설은 물론, 고급 인력 확보에도 총력전을 펴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사한 간부가 중국에서 연락이 와서 놀러 간 줄 알았더니 중국조선소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근무하고 있더라"며 "사람이 가면 결국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도 고스란히 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내기업끼리는 인력 스카우트에 대한 나름대로의 '신사협정'이라도 있지만, 제3국 기업에 대해선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는 상태다.

속앓이 하는 국내업계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입문 통제강화, 컴퓨터저장장치(CDㆍUSB) 사용금지 등 보안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퇴직자 관리 강화 차원에서 이들의 정기모임을 독려하는 동시에 조만간 별도의 퇴직자 사무실도 마련할 예정이다.

포스코도 기존에 유지해 오던 '퇴직자 네트워크'관리를 좀 더 세밀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 보안은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퇴직자를 묶어둘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재취업 권유 및 동향파악을 강화하고 있다"며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초적 대응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맘먹고 기술을 빼내기로 한다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털어 놓았다.

국내정치에서 손을 떼고 대공 업무 비중도 줄어들면서 국정원의 최우선 과제는 이제 산업스파이 감시와 기술유출 방지가 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적 차원에서 은밀하게 진행되는 기술유출시도까지는 손대기 어려우며, 기술이 넘어가버린 뒤에는 더 이상 손쓸 방법이 없다.

국정원 관계자는"기술유출이 염려되는 기업이라면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요청해 예방 및 안전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밀유출 방지를 위해서는 당국과 업계 간에 유기적인 정보 교환이 필수적"이라며 말했다.

박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