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즐거운 한가위/차례상 차리기

한부울 2007. 9. 25. 14:44
 

[즐거운 한가위/차례상 차리기] 음양오행에 맞춰 정성껏 준비를

[서울경제] 2007년 09월 20일(목) 오후 02:02

지방마다 다르지만 '5열' 기본…첫 번째 줄엔 송편·토란국
두 번 째 줄엔 어동육서에 따라 왼쪽 육류, 오른쪽에 생선

다섯 째 줄은 대추^밤·배·감 순서의 조율이시가 원칙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고 다음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다가왔다. 무더운 여름의 인생사가 힘들었어도 이때만 되면 가족ㆍ친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첫 수확의 풍성함과 조상들의 은복에 감사의 제를 올리게 된다. ‘1년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의 기원은 1년 중 가장 좋은 날인 한가위에 조상에게 감사의 예(禮)를 올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라도 정확하게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추석 차례상 차리는 법을 살펴보고 예에 어긋남이 없는 뜻 깊은 한가위를 맞이해보자.

제수 상차림은 일반적으로 우주와 인간 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ㆍ소멸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을 따른다. 땅에 뿌리를 둔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생각해서 그 종류의 수를 짝수로 맞추었고 그 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 해서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차례 때 향을 피우는 것은 부정을 깨끗하게 하는 정화 기능과 신성함을 상징한다. 인간 삶의 더러움을 털어내고 조상신이 와서 앉을 수 있는 순수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향을 피운다.

술잔을 올릴 때는 모사(茅沙ㆍ제사를 지낼 때 그릇에 담은 모래와 거기에 꽂는 띠의 묶음) 그릇에 술을 나눠 붓는다. 모사 그릇에는 모래가 담겨 있는데 이는 땅을 상징한다. 땅 속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의식인 셈이다. 이 의식은 향을 사르며 하늘에 있는 조상을 부르는 행위와 대응된다.

차례상은 지방에 따라 방식이 조금씩 다르지만 ‘5열’을 기본으로 한다. 병풍 쪽 신위로부터 첫째 줄에는 밥과 국, 잔, 수저가 놓이고, 밥은 신위 왼쪽, 국은 오른쪽에 놓는다. 즉 평상시 밥과 국이 놓이는 위치와 정반대로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을 향하는데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고 한다. 이는 산 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추석에는 특히 메(밥)와 갱(국) 대신에 송편과 토란국을 올린다. 그 이유는 바로 떡이 곡식으로 만든 가장 정결한 먹거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추석 송편은 둥근 달과 알찬 곡식을 의미한다.

두 번째 줄에는 적(구운 고기)과 전을 놓는데 ‘어동육서(魚東肉西)’에 따라 왼쪽에는 육류를 오른쪽에는 생선을 올린다. 이때 생선은 ‘두동미서(頭東尾西)’ 원칙에 따라 머리가 오른쪽, 꼬리가 왼쪽으로 가도록 한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을 뜻하므로 머리는 소생과 부흥을 상징하는 동쪽으로, 꼬리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는 서쪽으로 향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셋째 줄에는 탕 종류를 올리는데 왼쪽부터 쇠고기 등 육탕, 두부ㆍ채소류의 소탕, 어패류의 어탕을 순서대로 배치한다. 이때 땅에 뿌리를 두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 천산(天産)이기 때문에 양의 숫자인 홀수로 놓는다. 또 탕에 건더기만 떠서 놓는 것은 조상이 드시기 편하게 한다는 의미다.

넷째 줄은 ‘좌포우혜(左脯右醯)’에 입각해 왼쪽에는 북어ㆍ대구 등 포를 놓고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는다. 중간에는 삼색나물(미나리, 고사리, 도라지), 동치미, 간장 등을 놓는다. 삼색 나물은 홀수로 놓고 동치미는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을 올려 예를 갖춘다는 뜻이 담겨있다.

마지막으로 차례상의 맨 앞인 다섯째 줄은 과일이 차지한다. 과일을 놓을 때는 ‘동조서율(東棗西栗)’,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에 따른다. ‘동조서율’은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원리를 의미한다. 대추의 붉은색은 해를 상징해 동쪽에 두고, 밤은 한자에서 보듯 서쪽에 심은 나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 서쪽에 놓는다.

조율이시는 대추는 동쪽에 밤은 서쪽에, 대추, 밤, 배, 감의 순으로 놓는다는 것. 하지만 문중에 따라서는 ‘조율시이’로 대추-밤-감-배의 순으로 놓기도 한다. 또 ‘홍동백서’라 하여 동쪽에 붉은 과일을 서쪽에 흰 과일을 올리기도 한다.

과일의 종류는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로 놓는다. 이때 과일의 위아래를 깎아 놓는 이유는 잘 세우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조상이 드실 수 있도록 정성으로 다듬는다는 의미가 있다.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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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봐도 수수께끼같은 차례상 ‘5열횡대의 법칙’을 밝히다

[동아일보] 2007년 09월 21일(금) 오전 03:02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조상들은 1년 중 음력 8월 15일을 가장 좋은 날로 여겼다.

추석 차례(茶禮)는 봄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을 수확해 연중 가장 달빛이 좋은 음력 8월 보름날에 조상에게 예를 올리는 의식이다. 따라서 추석 차례상에는 햅쌀로 만든 송편과 밤, 배, 사과 같은 햇과일이 빠질 수 없다.

차례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제사와 달리 명절에 지내는 제례이다. 차례상은 제사 상차림보다 간소한 것이 특징이다.

차례상을 차리는 법은 복잡해 보이지만 몇 가지 격식만 알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규칙 아래 지방과 가문에 따라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제상은 방위에 관계없이 지내기 편한 곳에 차린다. 신위(神位·조상의 영혼이 의지할 곳)를 모실 위치에 병풍을 치고 그 앞에 제상을 놓는다. 두 분을 모시는 양위합제의 경우 제상의 왼쪽에는 남자, 오른쪽에는 여자를 모신다. 이때 신위를 모신 위치를 북쪽으로 간주하며 제주(祭主)가 있는 쪽을 남쪽으로 삼는다. 따라서 제주가 제상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은 동쪽, 왼쪽은 서쪽이 된다.

차례상은 대개 다섯 열로 음식을 놓는다.

○ 1열: 송편과 토란국

신위를 모신 맨 앞줄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밥과 국 대신 차례상에는 송편과 토란국을 놓는다. 송편은 왼쪽에, 토란국은 오른쪽에 올린다. 산 사람의 상차림과 반대가 되는 것이다. 토란국은 생략하기도 한다. 시접(수저를 담은 대접)은 중앙에 놓고 잔반(술잔과 받침대)은 왼쪽에 올린다.

○ 2열: 전(煎)과 적(炙)

제수의 중심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전과 적을 놓는 자리다. 전은 재료에 밀가루를 묻혀 부친 것이고 적은 꼬챙이에 꿰어 구운 것이다. 과거에는 차례를 지내면서 즉석에서 전과 적을 요리해 올렸지만 지금은 다른 제수와 마찬가지로 미리 만들어서 제상에 올린다. 대개 3가지를 놓는데 왼쪽부터 육적(구운 고기), 소전(두부 채소 부친 것), 어적(생선 구운 것)의 순서다. 이때 생선 머리는 동쪽, 즉 오른쪽을 향하게 올려야 한다. 차례상에 올리는 생선으로는 조기가 가장 인기가 높다. 맨 왼쪽에 국수, 맨 오른쪽에 고물 떡을 놓기도 한다. 고물 떡을 올릴 때는 붉은 팥을 쓰지 않고 흰 고물을 내서 올려야 한다.

○ 3열: 탕(湯)

뜨거운 국물을 올린다. 2열과 마찬가지로 왼쪽부터 육탕(고기탕), 소탕(두부 채소탕), 어탕(생선탕)의 순서로 놓는다. 탕은 홀수로 놓아야 한다. 고기, 생선, 두부를 모두 섞은 합탕 1가지만 놓기도 한다. 과거에는 조상들이 먹기 편하도록 탕의 건더기만 건져서 놓았으나 요즘은 국물까지 놓는다.

○ 4열: 반찬

왼쪽에는 말린 포를 놓는데 북어, 대구, 문어, 오징어 등이 많이 쓰인다. 오른쪽에는 식혜를 놓는다. 나물과 김치는 중앙에 올린다. 나물은
도라지(조), 고사리(부), 시금치(미나리)(나)의 삼색으로 올린다. 가운데에 간장을 놓는다.

○ 5열: 과일과 조과(造菓)

조율이시(棗栗梨9) 규칙에 따라 왼쪽부터 대추, 밤, 배, 감(곶감) 순서로 놓는다. 배와 감을 바꿔 놓기도 한다. 그 외의 과일은 특별히 놓는 순서가 없는데 홍동백서(紅東白西)에 따라 붉은 과일인 사과는 동쪽(오른쪽), 흰 과일은 서쪽(왼쪽)에 놓는 것이 관례다. 한과나 약과는 오른쪽에 놓는다.

차례를 지낼 때 조상께 바치는 축문은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차례상을 바라봤을 때 남자 자손들은 동쪽(오른쪽), 여자 자손들은 서쪽(왼쪽)에 자리한다. 절을 할 때는 제사와 반대로 남자는 왼손, 여자는 오른손이 위쪽으로 가게 한다. 남자는 2번, 여자는 4번 큰절을 올린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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