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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성요격 실험 성공…‘스타워즈’ 불 댕기나

한부울 2007. 1. 20. 13:59
 

中 위성요격 실험 성공…‘스타워즈’ 불 댕기나

[경향신문] 2007년 01월 19일(금) 오후 06:24


우주공간에서 사라진 중국의 기상관측용 펑윈(風雲)1C 위성이 한동안 잠잠하던 ‘스타워스(별들의 전쟁)’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라크 사태를 중심으로 재래식 전장이 야기한 혼란에 휩싸인 미국의 고민을 느닷없이 우주공간으로 확대한 셈이다. 자칫 냉전 이후 미국이 군사적으로 독점해온 우주공간에서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일단 민수용 우주개발에 끼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든 존드로 대변인은 18일 민간개발에서의 협력정신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위성 공격용 무기의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파편으로 인해 위성위치추적장치(GPS), 인터넷과 통신시설 관련 인공위성에 미칠 피해를 지적한 것이다.

미 NBC방송의 우주전문가 제임스 오베르그에 따르면 냉전시절 미국과 구소련은 핵탄두를 장착한 공대공 미사일을 통해 위성요격 실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1985년 이후 파편으로 인한 피해 우려 때문에 중단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이후 발사실험만 하지 않았을 뿐 중국이 이번에 성공한 저궤도 위성공격용 무기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펑윈 위성 격추 과정에서 1~10㎝ 또는 4인치 크기의 파편 4만여개가 발생했으며 그중 절반 정도는 향후 10년 동안 지구궤도에 머물면서 다른 위성들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항공전문가 단체 ‘우려하는 과학자’ 측은 밝히고 있다.

미국은 이에 따라 한국과 호주,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우방 국가들을 동원해 대중 압박을 유도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가 우려입장을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이로니컬하게 이들 국가는 80년대 이후 미국의 우주무기 개발과정에서 침묵해왔다. 표면적인 외교공세의 저변에는 군사전략상의 우려가 있다.

중국의 실험으로 정작 미국이 당황하고 있는 것은 우주무기 개발에 경쟁자가 생겼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난 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구소련의 핵미사일을 무력화시키는 전략방위구상(SDI)을 통해 ‘스타워스’ 개념을 내놓은 이후 부시 행정부 들어 미사일방어(MD) 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20여 년 간 우주를 사실상 독점해왔다.

미국이 이후 쏘아올린 각종 우주선의 임무에 과학연구뿐 아니라 무기개발도 포함됐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의 ‘도발’로 독점지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중국은 지난 8월 레이저광선 발사실험을 통해 미국의 위성들을 변색 또는 발광시키는 등 미국의 우주독주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던져왔다고 도널드 케르 미 정찰국 과장은 지적했다.

에드워드 마키 하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은 “새로운 무기경쟁의 새벽을 예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주무기 개발경쟁은 미국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우주무기 개발 강화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 더 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국가우주정책(NSP)에 대한 개정 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다른 나라 또는 테러단체들이 미국의 우주시스템을 공격할 능력을 갖추는 데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중국의 ‘도발’은 동시에 외교적으로 부시 행정부에 또 다른 부담을 안겨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최근 유엔에서 우주군비경쟁을 제한하기 위한 국제회의의 개최를 촉구하는 등 미국을 상대로 냉전시절 군축협상과 같은 틀을 정하자는 제안을 계속해왔다. 부시 행정부는 하지만 “우주 군비경쟁은 없다”면서 한사코 무시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되레 NSP를 개정하면서까지 독점적인 우주 개발권을 유지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중국의 이번 위성요격 실험은 미국에 대해 과거와 같은 우주무기 개발 경쟁을 벌일 것인지, 아니면 ‘게임의 룰’을 정할 것인지 양자택일을 요청한 셈이다.

〈워싱턴|김진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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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DI ‘스타워즈’일명 ‘스타워즈’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방위계획(SDI)은 1983년 3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 의해 시작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방어장비 개발계획을 일컫는다. 적의 ICBM을 발사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탐지, 포착한 뒤 추적하여 탄도 초기, 중기 또는 재 돌입시 격파하는 계획이다. 미국 내에서는 엄청난 비용이 들고 타당성이 없으며 새 군비경쟁을 유발시킨다는 이유로 93년 폐기됐다. 미국은 소련 붕괴 후 SDI를 ICBM으로부터 미국 본토 전체를 방어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로 전환했으나 SDI와 같은 이유로 효율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