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 메시보다 빨랐다...50m 폭풍 질주
[스포츠조선] 2010.01.31 16:31
9초05 질주…메시보다 1초40 빨라
이청용 : 강호 리버풀전 50여m '환상의 드리블'
2007년 4월 19일(이하 한국시각),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환상적인 드리블에 지구촌이 경악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디에고 마라도나 현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잉글랜드를 상대로 약 50여m를 홀로 드리블한 후 골을 성공시킨 장면이 재연됐다. 메시는 2007~2008시즌 코파 델 레이 헤타페와의 4강 1차전에서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잡은 후 수비수 5명에 이어 골키퍼까지 제친 후 골망을 흔들었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당시 메시가 볼을 잡아 골을 터트린데 걸린 시간은 10초45였다.
2010년 1월 3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주인공은 바로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메시와 상대할 이청용(22ㆍ볼턴)이었다. '블루 드래곤'이 전통의 강호 리버풀과의 2009~2010시즌 EPL 2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폭풍 질주에 이은 드리블로 또 다른 족적을 남겼다.
전반 23분이었다. 볼턴 진영 하프라인에서 코헨의 헤딩패스를 받은 그는 리버풀 왼쪽 윙백 인수아가 따라붙자 오른발로 툭 친 후 제압했다. 그리고 골문을 향해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드리블을 시작했다. 리버풀 미드필드 진영에서 스크르텔을 맞닥뜨렸지만 한 차례의 현란한 몸놀림으로 가볍게 제압한 후 골문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어 코헨과 함께 질주하던 키르기아코스도 농락했다. 골문 앞에는 수문장 뿐이었고, 이청용은 레이나마저 따돌린 후 골에어리어 왼쪽에서 왼발 슛을 날렸다. 그러나 신의 장난처럼 골망을 흔들진 못했다. 그의 왼발을 떠난 볼은 레이나가 비운 골문을 향해 질주하던 수비수 키르기아코스의 왼발에 걸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여운은 경기내내 그라운드를 휘감았다. 반향은 엄청났다. 특히 이청용이 볼을 잡아 50여m를 드리블한 후 슈팅까지 소요된 시간은 9초05에 불과했다. 메시보다 더 빨랐다. 영국의 중계화면도 이청용을 담기에 바빴다.
한국 축구의 매운 맛도 한껏 과시했다. 볼턴-리버풀전은 남아공월드컵 B조의 축소판이었다. 이청용은 홀로 아르헨티나, 그리스의 주축 선수들을 상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와 왼쪽 윙백 인수아(이상 아르헨티나), 그리고 중앙수비수 키르기아코스(그리스)였다. 후반 29분 막시 로드리게스(아르헨티나)가 교체 투입되면서 한국-아르헨티나-그리스의 자존심 혈투는 정점에 달했다.
마스체라노와 인수아, 키르기아코스 모두 제몫을 했다. 이 가운데 21세의 신예 인수아는 리버풀이 터트린 2골(볼턴 0대2 패)의 매듭을 모두 풀었다. 그는 전반 37분 이청용을 앞에 두고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아킬라니가 헤딩으로 떨어트리자 달려들던 카윗이 골 지역 정면에서 골문을 열어젖혔다. 후반 25분에도 그의 슛이 볼턴 주장 데이비스의 발에 맞고 방향이 꺾이면서 추가골로 연결됐다. 자책골로 기록됐지만 인수아의 골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마라도나 감독의 눈도장을 받지 못했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월드컵 출전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마스체라노는 넓은 시야로, 이청용의 슈팅을 육탄방어한 키르기아코스도 세계 정상급 기량이었다.
물론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볼턴 전술의 핵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43분과 45분 상대 수비진을 흔든 후 연결한 크로스는 압권이었다. 팀은 패하고 이청용 역시 공격포인트 행진이 3경기에서 멈췄지만 전통의 강호를 상대로도 자신의 능력을 100% 보여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김성원 기자 스포츠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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