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키스탄 탈레반

한부울 2009. 6. 23. 11:59
 

파키스탄군, 북서변경주 소탕작전 1592명 섬멸

[뉴시스] 2009년 06월 23일(화) 오전 09:04


파키스탄 국방부는 22일 지난 4월 하순부터 북서변경주 스와트 계곡 등에서 전개한 소탕작전을 통해 지금까지 1592명의 이슬람 반군을 죽였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스와트 계곡 일대에서 펼친 탈레반 반군 등에 대한 소탕작전이 성공을 거둬 조만간 종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방부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 지도부가 은신해 '과격파의 온상'으로 불리는 북서부 부족지역에선 남와지리스탄 지구의 요충에 정부군을 진격시켜 본격적인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군은 이미 지난 주말부터 부족지역에 대한 공습을 감행해 수십명의 무장반군을 사망케 했다.


이재준기자 뉴시스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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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탈레반

[주간조선] 2009년 06월 09일(화) 오전 09:35

 

국제사회의 관심이 파키스탄 정부군의 소탕 작전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는 탈레반 전사들의 ‘실체’에 쏠리고 있다. 핵무기 보유국인 파키스탄 정부를 괴롭히고 있는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탈레반과 같은 조직원인가, 다른 조직원인가. 다른 조직원들이라면 이들을 지휘하는 인물은 누구이며 어떤 조직 체계를 갖추고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것일까.


원조 탈레반의 역사


원조 탈레반은 1994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결성된 무장 이슬람 정치조직으로,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을 통치한 세력이다. 그런데 탈레반의 뿌리는 아프간이 아니라 파키스탄에 있다. 옛 소련이 1979년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난민 250만여명이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 정착했다. 이들 중 파키스탄의 마드라사(전통 이슬람 교육기관)에 다니던 학생들이 옛 소련이 아프간에서 철수한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탈레반을 결성하고 정권을 잡았다. 탈레반이 원래 ‘마드라사에 다니는 학생’을 의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9·11 테러를 감행한 알 카에다를 비호했다는 이유로 아프간을 공격,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당시 최고 통치자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를 비롯한 탈레반 지도부 중 일부는 파키스탄과의 접경 지역으로 도주, 현재까지 은신해오고 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안 아프간에선 2004년 말부터 새로운 탈레반 세력이 다시 결집, 미군과 나토군 등으로 구성된 국제치안유지군(ISAF)에 저항해왔다. 이들은 이른바 ‘네오 탈레반(neo-Taleban)’이라고 불린다. 이들의 근거지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의 파슈툰족 거주지역이다. 파슈툰족은 아프간 전체 주민의 42%를 차지하는 최대 부족으로 파키스탄에서도 전체 인구의 15%를 점하고 있다. 네오 탈레반은 미군의 공격에도 살아남은 탈레반 지도부를 비롯해 파슈툰족 민족주의자, 이슬람 극단주의자,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반미·반카르자이(아프간 현 대통령)주의자 등을 포함하는 연합체이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탄생

 

그렇다면 현재 아프간과 파키스탄 양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세력은 같은 탈레반 전사들일까. 정답부터 말하면 탈레반 전사들은 대부분 파슈툰족이지만 같은 조직에 속해 있지는 않다. ‘아프간 탈레반’이 미군에 쫓겨 파키스탄 북서부로 피신하자 동족인 파슈툰족은 이들을 지원했다. 북서변경주(NWFP)와 연방부족자치지역(FATA)으로 구성된 파키스탄 북서부는 중앙 정부의 통치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실상 독립국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이 지역 주민들 중 상당수 젊은이들은 아프간 탈레반의 동조자 또는 지지자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파키스탄 탈레반’이라고 불렀다. 특히 미국의 압력으로 파키스탄 정부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병력 8만여명을 동원, 이 지역에서 아프간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 대한 소탕작전을 벌이자 이들은 크게 반발했다. 파슈툰족에게 파키스탄 정부군은 외세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 정부군은 결국 2007년 이 지역을 장악하는 데 실패하고 병력을 철수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부토 암살로 주목 받은 메수드


파키스탄 탈레반의 최고지도자는 바이툴라 메수드(35)이다. 마드라사 학생으로 아프간 탈레반 지원 활동에 참여해오던 그는 2004년 7개 부족으로 된 FATA의 남와지리스탄 자치구를 관할하는 부족 지도자가 됐다. 아프간 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가 당시 남와지리스탄을 관할하던 부족 지도자 네크 모하마드 와지르가 미군 폭격으로 사망하자 그를 후임으로 임명한 것이다. 자리가 인물을 만든다는 말처럼 이후 그는 FATA의 남·북 와지리스탄에서 주민들에게 보호를 명목으로 세금을 걷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사실상 통치자로 행세해왔다. 그는 2005년 파키스탄 정부와 일시적인 휴전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메수드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이 지역 주민들은 그를 최고사령관·총독·왕자 등을 뜻하는 ‘아미르(Amir)’라는 칭호로 불렀다.


특히 그는 2007년 12월 발생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메수드는 “부토는 미국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결코 포용할 수 없는 인물”이라면서 경고한 바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부토 전 총리 암살의 유력한 배후 인물이 메수드라고 보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현재 메수드를 새로운 공적(公敵) 1호로 규정하고 사살 명령을 내렸다. 이 때문에 메수드는 항상 중무장한 경호원 20여명의 호위를 받고 있다. 같은 자리에서 두 번 자는 법이 없고 얼굴 촬영은 절대 하지 않는다. 때문에 얼굴이 공개적으로 노출된 적이 없다. 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은 적이 없지만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고향은 NWFP 반누 지역의 다우드 샤라는 마을이며 그의 부친은 조그만 모스크에서 이맘으로 일해오다 수년 전 사망했다.


“새로운 이슬람 국가 건설하자”


메수드가 이끌고 있는 조직은 ‘테리크 에 탈레반(TTP·파키스탄 탈레반 운동)’이다. 이 조직은 2007년 12월 부족 단위로 활동하던 13개 무장그룹을 결속시켜 출범했다. 이 조직은 FATA 전체는 물론 NWFP의 스와트, 반누, 탄크, 라키 마르와트 데라 이스마일 칸, 코히스탄 부네르, 말라칸드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고위 간부 40명으로 구성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슈라가 있고 최고 사령관(아미르)은 메수드이며 부사령관(나이브 아미르)은 북와지리스탄 자치구를 관할하는 하피즈 굴 바하두르이다. 주요 지휘관들 중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물은 현재 바주르 자치구 지역 사령관인 마울라나 파키르 무함마드이다. 그는 파키스탄 탈레반의 실질적인 제2인자로 간주되고 있으며 참수 등 잔혹한 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러왔다. 스와트 지역에서 파키스탄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물라나 파즈랄라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의 장인 수피 모하메드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성직자이다. 파즈랄라는 스와트 지역을 이슬람 율법(샤리아)에 따라 통치해왔다. 탈레반 라디오 방송국을 운영해서 ‘라디오 물라’라는 별명을 듣고 있는 그는 여학교 수십여 개를 방화하기도 했다.


메수드와 TTP의 목표는 정부 전복과 새로운 이슬람 국가 건설이다. 한마디로 말해 파키스탄의 탈레반화(化)이다. 싱가포르 국제테러리즘 연구센터의 로한 구나라트나 연구원은 “아프간 탈레반의 목표는 미군과 나토군을 아프간 땅에서 쫓아내는 것이지만, 파키스탄 탈레반은 현 정부를 전복하고 새로운 이슬람 국가를 세우는 것”이라고 밝혔다. 메수드는 지난 4월 초 자신의 은신처에서 주요 지휘관과 부족장 회의를 갖고 파키스탄 정부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정부 전복 능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병력은 3만~3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파키스탄 정규군은 50만명이나 된다. 병력 숫자만 보면 파키스탄 탈레반은 조족지혈이다. 하지만 파키스탄 탈레반은 스와트 지역처럼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뛰어난 전투력을 보여왔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특히 게릴라전에 능숙하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2007년 8월 매복 공격으로 정부군 병사 245명을 포로로 잡은 적도 있다. 파키스탄 정보부(ISI)는 과거 이슬람주의자를 대거 카슈미르에 보내 인도와의 게릴라전에 대비한 훈련을 시켜왔다.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파키스탄 탈레반에 합류했다는 말도 있다.


이슬람극단주의 세력과 손잡다

 

 

파키스탄 탈레반의 영향력은 현재 북서부 지역을 넘어 펀자브주 일대까지 미치고 있다. 동부에 위치한 펀자브주는 파키스탄 전체 4개 주 중 인구가 가장 많고(9000만명) 부유한 지역이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펀자브주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이 지역 무장세력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며 손을 잡고 있다. 펀자브주에는 과거부터 인도와 싸우기 위해 조직된 민병 세력들이 있어 왔다. 특히 펀자브주 남서부 일대 상당수는 파키스탄 탈레반에 우호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민병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과 파키스탄 탈레반과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강화된 것은 파키스탄 정부가 2007년 7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이슬라마바드의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를 유혈 진압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 파키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정부에 등을 돌렸으며 이 틈을 이용해 파키스탄 탈레반이 이들에게 접근했다. 파키스탄 탈레반과 펀자브 무장세력이 합작으로 벌인 대표적 사건은 지난 3월 펀자브 주도인 라호르에서 발생한 스리랑카 크리켓 국가대표팀에 대한 테러와 지난해 9월 50여명이 사망한 수도 이슬라마바드 메리어트 호텔 폭탄테러였다. 오바마 미국 정부의 ‘아프간-파키스탄(아프팍) 전략’ 작성에 참여한 브루스 리델 전 중앙정보국(CIA) 파키스탄 지부장은 “파키스탄 탈레반의 펀자브에 대한 영향력 확대는 매우 우려할 문제”라고 밝혔다. 오바마 정부가 지난 3월 메수드에 대해 500만달러의 현상금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알카에다와도 연대


파키스탄 탈레반은 미군의 아프간 증파에 대비해 아프간 탈레반에 대한 지원도 모색하고 있다. 일각에선 알 카에다 조직과 연계해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파키스탄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끈끈한 군사적 제휴를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알 카에다의 ‘라슈카르 알 질(Lashkar al Zil·그림자군)’ 활동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 카에다는 미군의 공격으로 궤멸됐던 과거 055 여단을 ‘그림자군’이라고 부르는 효율적인 전투 부대로 재건했다. 미국 정보 기관에 따르면 이 부대는 주로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부대는 파키스탄 탈레반이 이 지역에서 세력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지원 역할을 해왔다고 미국 고위 정보 관리들은 밝혔다.


특히 이 부대는 파키스탄 탈레반과 정부군과의 전투에서도 혁혁한 전과를 올리고 있으며 파키스탄 탈레반은 아예 전사들 중 일부를 이 부대의 일원으로 통합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알 카에다는 오바마 정부가 파키스탄은 물론 인도까지 대 테러 전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에 대비해 파키스탄 탈레반과의 제휴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알 카에다는 아랍국가 출신의 해외파 전사 대신 파키스탄에서 인적 자원을 충당해 조직을 재건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파키스탄 탈레반도 알 카에다의 재건을 기꺼이 지원하고 있다. 메수드가 “나는 알 카에다의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를 매우 존경한다”면서 “두 사람이 우리의 목숨을 희생하라고 청할지라도 두 사람에게 봉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어떻게 보면 빈 라덴보다도 메수드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더 위험한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