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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팍(Afpak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은 탈레반 천하…미(美) 땀 뻘뻘

한부울 2009. 4. 17. 12:53
 

아프팍(Afpak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은 탈레반 천하… 미(美) '땀 뻘뻘'

[조선일보] 2009년 04월 17일(금) 오전 04:34


사랑에 빠진 아프가니스탄 남녀가 지난 13일 공개 총살됐다. 양가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이웃 나라 이란으로 야반도주한 이들은 부모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붙잡힌 뒤 탈레반(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에 넘겨졌다. 탈레반이 이들에게 붙인 죄목은 '외설행위'였다.


이 사건은 아프가니스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를 보여준다. 1996년 집권 이후 이슬람 율법을 극단적으로 해석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한 탈레반 정권은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군의 대대적 공습으로 붕괴하고, 정부는 친미(親美) 정권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그건 수도 카불 안에서의 얘기다. AP통신은 "카불만 벗어나면 탈레반 조직이 사실상 행정·치안·사법기능을 도맡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탈레반은 2001년 말 정권 붕괴 뒤 잠시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파키스탄 의 북서부 산악 국경지대를 은신처 삼아 전열을 정비한 뒤 대공세로 돌아서 8년째 미군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에 맞서는 중이고 지금은 아프가니스탄 상당 지역을 사실상 '통치'한다. 미군과 나토군의 피해는 갈수록 늘었다. 2001년 12명이던 전사자는 작년엔 294명에 달했다. 현재까지 1131명이 숨졌다. 민간인 희생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 큰 문제는 탈레반의 영향력이 파키스탄 깊숙이까지 뻗친다는 점이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역인 북서변경주(NWFP)와 연방직할부족지역(FATA) 대부분을 장악한 데 이어 파키스탄의 심장부이자 가장 인구가 많은 펀자브주까지 잠식하고 있다.


대표적인 '탈레반 천하' 지역이 NWFP의 스와트(Swat)다. 지난 13일 파키스탄 정부는 이곳을 완전히 장악한 탈레반의 요구에 굴복해 샤리아(이슬람 율법) 법원 설치에 합의했다. 이미 지난 3일 이곳에선 탈레반 지도자와 결혼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17세 소녀가 샤리아법에 따라 '간통' 혐의를 뒤집어쓴 채 군중 앞에서 34대의 태형(笞刑)을 당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됐다. 한 술 더 떠 15일 한 탈레반 고위 성직자는 앞으로 샤리아 법원에서 내린 판결은 고등법원과 대법원 등 파키스탄 정부의 일반 법정에 항소·항고를 금한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파키스탄 북서부 요충지 페샤와르와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잇는 '카이버 고갯길'은 작년 말 탈레반의 준동으로 폐쇄됐다. 이 길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한 미군과 나토군 군수 물자 수송의 80%를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보급로였다. 미군은 다른 수송로를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지정학적으로 파키스탄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특히 미국에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한 전초기지이자

▲핵 무장국인 인도와 경쟁하는 또 다른 핵 무장국이다. 탈레반의 파키스탄 접수 또는 혼란은 핵무기 관리에도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다.


버락 오바마 (Obama) 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보스니아 내전 종식의 주역인 베테랑 외교관 리처드 홀브루크(Holbrooke) 전 유엔대사에게 아프팍(Afpak·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정책 수립의 전권을 서둘러 맡긴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문제는 따로 떼어놓고 풀 수 없으며

▲군사력만으론 진전이 없는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파키스탄 상황에 외교의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지난 5~7일 마이크 멀린(Mullen) 미 합참의장과 함께 두 나라를 잇달아 방문한 홀브루크 특사는 양국 수뇌부는 물론 전(前) 탈레반 대원, FATA 지역 부족 지도자, 관타나모수용소에 갇혔던 전 테러 용의자 등을 두루 면담하며 난국 타개를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골몰했다.


전쟁이 한창인 나라에서 미국 최고위 외교관과 무장 단체의 전 멤버가 대화를 나눴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특히 지난 부시 행정부 8년간 미국 외교가 군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돼왔음을 감안하면 과연 상전벽해다. 뉴욕타임스는 "홀브루크가 군사력 외에 외교력, 설득력, 자금력 등 광범위한 수단에 두루 의존하는 (전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체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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