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민족

미얀마 소수민족들 '천연자원의 저주'

한부울 2009. 3. 23. 14:12
 

미얀마 소수민족들 '천연자원의 저주'

[조선일보] 2009년 03월 23일(월) 오전 05:46


미얀마 로 외화가 몰리고 있다. 미얀마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9억7500만달러(약 1조3700억원). 재작년보다 93%가 늘었다. 미국 정부가 매년 인권 보고서를 통해 북한 과 함께 '세계 최악의 인권침해국'이란 낙인을 찍고, 서방 세계와 공동으로 10년이 넘도록 강력한 경제 제재를 펴왔지만 FDI는 꾸준히 늘었다.


힐러리 클린턴 (Clinton)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아시아 순방 중에 "우리가 취해온 경제 제재는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군사정권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게 전혀 과장이 아니다. 외국이 미얀마에 투자하는 이유는 하나다. 석유·천연가스·루비·티크 목재 등 미얀마의 풍부한 천연자원이 탐나기 때문. 실제로 작년 외국인 직접 투자액의 88%인 8억6100만달러가 자원 투자에 집중됐다. 문제는 이 돈이 미얀마 군사정권의 배를 불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 아시아판 최신호(30일자)는 "천연자원에 목마른 주변국들이 미얀마로 몰려드는 '신(新) 그레이트 게임(원래 19세기에 중앙아시아를 놓고 러시아와 영국이 벌인 경쟁을 뜻함)'이 펼쳐지고 있다"며 무분별한 자원 개발 과정에서 "미얀마 인구의 30~40%를 차지하는 소수민족들이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데다 세계 루비 생산의 90%, 티크 목재의 80%가 미얀마산(産)이다. 미얀마의 옥(玉)은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고, 수자원도 풍부하다. 중국 을 필두로 한국 · 인도 · 태국 · 말레이시아 · 싱가포르 가 앞다퉈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이런 자원이 집중된 산악·해안·변경지역엔 주로 소수민족들이 산다. 미얀마의 소수민족은 최소 134개. 지난 40여년간 인구의 다수인 버마족 출신의 군사정권으로부터 갖은 차별과 압제에 시달렸다. 그런데 외국이 주도하는 자원개발이 경쟁적으로 일면서, 소수민족들은 재산상 피해뿐 아니라 강제 노역과 강제 이주 같은 고통을 겪는다.


미얀마 소수민족 중 하나인 아라칸족이 많이 사는 미얀마 서부 아라칸의 주도(州都)인 시트웨에는 작년 내내 러시아 · 태국 · 베트남 회사들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찾아 몰려들었다. 12월엔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가스전 개발과 파이프(건설 예정)를 통한 중국으로의 가스 판매 계약을 맺었다. 타임은 이곳과 중국 윈난(雲南)성을 잇는 파이프 라인이 인구밀집 지역을 관통하게 돼 대규모 주민 이주가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북부의 카친주에 사는 카친족은 한때 군정을 상대로 무장 독립투쟁을 벌였지만 1994년 평화조약을 맺고 휴전 중이다. 하지만 이 지역 수계(水系)에 중국 주도로 수력발전용 댐 7개가 지어지게 되면서 다시 긴장감이 흐른다. 수많은 주택의 수몰(水沒)이 불가피한 데다 지진활동이 활발한 지역 특성상 댐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