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억만장자들은?

한부울 2009. 3. 21. 19:35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억만장자들은?

[조선일보] 2009년 03월 21일(토) 오전 09:19


순수하게 재산 가치로만 따졌을 때 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세계 시장, 근로자, 심지어 어떤 때는 군대까지 좌지우지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닌 억만장자들이다. 마이클 블룸버그의 권위와 영향력은 그야말로 놀랄만하다. 미국의 가장 크고 복잡한 대도시인 뉴욕시의 시장으로서 그는 40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8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을 상대한다. 또 31만1000명의 시 공무원들을 이끌고, 1년에 600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집행한다.


2001년 당선 이후, 블룸버그는 뉴욕을 9·11 테러의 폐허로부터 재건했다. 도시 학교들의 운영을 장악했고, 식당과 주점에서의 흡연을 금지시켰으며, 도시를 에너지 효율 면에서 선두주자로 이끌기 위한 일련의 큰 조치들을 취해왔다.


시장으로서 그의 업무는 노조 시위 협상을 한다거나, 테러리스트들의 위협과 관련해서 군경 관련기관들과 협의를 하거나, 또 다른 위기 상황(예를 들어 비행기가 허드슨 강으로 추락하는 일 등)에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해 그는 거액을 쏟아 부은 바 있다. 블룸버그는 2001년 그의 거대한 미디어&금융정보회사인 블룸버그 LP를 떠나 뉴욕시장 선거에 나서면서 본인 개인 재산 7400만달러를 선거자금으로 투입했다. 그는 4년 후 재선을 위해 또 다시 8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최근에 3번째 재선에 나설 수 있도록 뉴욕시 의회를 설득했다.


그가 뉴욕시장으로 재직하면서 블룸버그 LP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오늘날 이 회사는 1만명 직원에 전세계 126개국에 현지 지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뛰어난 경제 데이터와 함께 전세계 거의 모든 증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조사 결과 블룸버그는 이 회사 지분 88%를 소유한 덕분에 그의 자산가치도 200억달러 규모로 올라 미국에서 가장 큰 부자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엄청난 재산과 미디어 영향력, 그리고 정치적 파워의 결합은 블룸버그가 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세계에 걸친 억만장자의 수는 1만1125명에 달했고, 이들은 각 시장과 산업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억만장자 가운데 재력, 경제적 지배력, 정치적 영향력을 모두 한꺼번에 겸비한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번 “영향력이 큰 억만장자” 리스트를 작성하기 위해 포브스 기자들은 일정한 공식을 만들었는데, 이것은 억만장자들이 좌지우지하는 산업의 규모와 범위, 정치적 영향력, 그리고 그들이 갖고 있는 재산을 바탕으로 했다.


이탈리아의 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블룸버그의 뒤를 이었다. 그는 5800만명을 대표하는 한 나라의 총리로서 GDP 7조5000억 달러 규모의 다양한 산업을 이끌고, 약 430억 달러의 국방 예산을 주무른다.


베를루스코니의 개인 회사인 피니베스트(Finivest)는 생명보험과 영화 프로덕션, 그리고 스포츠구단들을 거느린 회사이다. 또한 이탈리아 TV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위기가 심화되고 산업들이 각 정부에 SOS요청을 하고 있는 요즘 총리는 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자동차산업에 정부 지원을 약속한 이후 이탈리아 자동차메이커인 피아트의 주가는 6%나 뛰어올랐다.


정치적 파워가 막강한 억만장자들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실제 마켓에서 실물 경제를 쥐고 흔드는 이들이다. 인도의 철강업자인 락시미 미탈은 그의 회사인 아르셀로미탈을 통해 전세계 철 생산의 10%를 컨트롤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그의 재산 가치가 무려 245억달러나 떨어졌음에도 불구하는 그는 이번 리스트에서 여전히 3위에 랭크돼 있다.


또 다른 거물들은 주식 보유를 통해 회사들의 운명을 좌지우지 하는 이들이다. 워렌 버핏의 경우 그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하타웨이를 통해 50개 이상의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그 규모는 지난해 1180억달러에 달했다. 그는 이번 영향력이 큰 억만장자 리스트 5위에 올랐다.


기업들이 신용 위기에 처했을 때 버핏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들에 절실한 자금을 투여했다. 지난해 9월 그가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한 덕분에 이 회사 주가는 6%나 상승했다. 또 버핏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제너럴 일렉트릭(General Electric)과 스위스리 보험회사(Swiss Re)에도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버락 오바마 신임 미 대통령도 그에게 경제 자문을 구했을 정도다.


어떤 억만장자도 오프라 윈프리 만큼 미국인들의 소비패턴에 직접 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할 듯싶다. 그녀가 매일 진행하는 토크쇼는 전세계 141개국에 방영되며 시청자수는 무려 4600만명 이상이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무명의 책이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고, 그녀의 쇼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인 ‘오프라 윈프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Oprah's Favorite Things )’에 제품에 소개되기만 하면 그 상품은 시장에서 대박이 난다.


2명의 메릴랜드대학 경제학 교수들의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오프라의 지지가 오마바 후보에게 100만표 이상을 안겨다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녀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스티브 베르토니·앤드류 파월·던컨 그린버그 기자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