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중심, 인도양으로 이동
[조선일보] 2009년 02월 27일(금) 오전 03:08
"21세기 세계사의 중심은 인도양이다."
미국의 국제안보 전문가 로버트 캐플런(Kaplan)이 미 외교협회(CFR)가 발행하는 세계적 권위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3·4월호)에서 이런 주장을 폈다. 시사 월간지 애틀랜틱 먼슬리 기자인 캐플런은 '발칸 반도의 유령들' '타타르로 가는 길' '제국의 최전선' 등의 저작을 통해 역대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다.
나치 독일, 일본 제국, 소비에트 연방, 공산화한 중국 등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의 주역들이 모두 대서양 또는 태평양을 끼고 흥망을 거듭한 탓에 최근까지도 세상의 관심은 두 대양 주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끝없는 소말리아 해적의 준동, 작년 11월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 등 최근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의 배경은 모두 인도양이었다.
캐플런은 "이는 인도양이 이미 국제사회가 당면한 도전과제들의 중심무대가 됐음을 보여준다"며 '자원의 블랙홀'인 인도와 중국의 인도양 제해권(制海權) 쟁탈전이 본격화하면 "인도양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기고문 요약.
◆인도양, 왜 중요한가
제트기와 IT(정보기술)의 시대지만 바다는 여전히 중요하다. 전세계 교역품의 90%, 석유의 65%가 바다를 통해 운반된다. 그중에서도 인도양은 컨테이너 화물의 50%, 석유 제품의 70%를 담당하는 물류의 중심이다. 전세계 교역량의 40%가 통과하는 말라카 해협, 원유의 4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인도양의 일부다.
인도양은 또 아프리카~동남아에 이르는 전세계 무슬림 국가 대부분을 아우르는 바다다. '분쟁의 화약고'로 불리는 소말리아·예멘·이란·파키스탄 등이 모두 인도양을 끼고 있어 언제든 불바다로 변할 수 있는 곳이 인도양이다. 이런 인도양을 무대로 불편한 관계인 중국과 인도가 자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경제·군사적 각축전에 돌입했다. 인도양을 보면 21세기 국제 권력정치의 정세가 파악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도 "인도양을 내해(內海)로"
인도 는 곧 미국·중국·일본에 이어 4대 에너지 소비국이 된다. 인도는 원유 수입량의 90%를 페르시아만에서, 석탄의 상당량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가져오는 등 인도양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인도가 오래전부터 중동의 산유국들과 경제 교류를 활발히 벌인 것도 인도양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다. GCC(걸프협력기구) 6개국에서 일하는 인도인은 350만명으로 이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은 연간 40억달러다. 천연가스 공급을 목적으로 이란에도 수십억달러를 투자했고, 동남아의 자원 부국 미얀마와는 경제·군사협력도 강화해왔다.
인도가 중점을 두는 분야는 해군력 증강이다. 이미 155척의 군함을 거느린 인도는 2015년까지 핵잠수함 3척과 항공모함 3척을 비롯한 함정 증강 사업을 예정대로 마무리 지을 경우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해군 함정을 보유하게 된다.
◆중국 "인도양은 인도 것 아니야"
중국 의 원유 수요는 1995~2005년 사이 2배가 됐다. 다시 2배가 되는 2020년 중국의 하루 원유 수입량은 사우디아라비아 1일 생산량의 절반인 730만배럴에 달할 전망이다. 이 석유의 85%가 인도양을 통해 공급된다.
인도양의 패권을 쥐기 위해선 중국 역시 해군력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 인민해방군은 1993년 "더 이상 인도양을 인도의 것으로 놔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인도양 장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중국이 최근 대만과의 화해 분위기 조성에 적극 나선 이유 중 하나도 대만 해협에 배치된 해군 전력을 인도양 쪽으로 돌리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용수 기자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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