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

설날 떡국 꼭 먹어야 돼?…설 먹을거리

한부울 2009. 1. 24. 14:14
 

설날 떡국 꼭 먹어야 돼?…설 먹을거리

[매일경제] 2009년 01월 16일(금) 오후 04:43


설 먹을거리


해마다 찾아 오는 설날이지만 이번 설날에는 무심코 넘어갔던 설날의 의미와 설날 먹는 음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단순히 상식을 넓히는 것도 좋을 테고, 차례를 지낸 후 친척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화제거리가 될 수 있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설을 쇠다”는 무슨 뜻?


올해는 1월 26일이 설날이다. 음력으로 기축년 새해,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을 맞으며 모든 사람들이 어김없이 설을 쇤다. 그런데 “설 쇠다”가 도대체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을 보면 설날을 정월 초하룻날로 명절이라고 나와 있다. 그리고 “설을 쇠다”라는 말은 대략 “새해를 맞이하다”라는 뜻으로 풀이한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뜻풀이지만 옛 문헌을 보면 “설 쇠다”라는 말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전혀 엉뚱한 뜻을 갖고 있다. 새해를 맞아 삼가고 조심하는 날로, 나쁜 기운을 쫓아낸다는 의미다.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여지승람을 인용, ‘설’은 근신하며 금기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설을 큰 명절을 삼은 것은 삼국시대 이전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기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신라 때에 사람들은 용은 비를 내리고, 말은 노동을 제공하며 돼지와 쥐는 곡식을 축내는데 해마다 초하룻날과 용(辰) 말(午) 돼지(亥) 쥐(子)의 날에는 사람들이 제사를 지내며 모든 일을 중단하고 근신하며 즐기는데 이를 설이라고 한다”고 했다. 농사와 관련된 12지신 중 일부를 기념해 근신하고 조심하는 날이라는 뜻이다.


‘설’의 뜻은 그렇고 ‘쇠다’는 어떤 뜻일까? 역시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한 해의 마지막 날 밤인 제야(除夜)처럼 제거하다는 뜻의 제(除)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제야(除夜)는 묵은 달력을 없애고 새로운 것으로 고친다는 뜻이다. 설을 쇠다라고 할 때 ‘쇠다’도 나쁜 기운을 없애 몰아낸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궁중에서는 악귀를 쫓는 행사를 열었고, 중국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시끄럽게 노는 것도 새해를 맞아 귀신을 몰아내기 위함이었다.

 

설날 제사를 왜 차례라고 할까?

 

 

설날이면 조상께 차례를 지낸다. 차례는 명절 때 조상에게 지내는 제사다. 한자로는 차례(茶禮)라고 쓴다. 차를 올리는 의식이다. 차례 상에 보면 차 한잔 없는데 왜 차례라고 할까?


옛날에는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차를 내오기도 했지만 제사를 지낼 때에도 차를 올렸다.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사 때 차를 올리는 실증은 삼국유사에도 자주 보인다”고 했으니 삼국시대 이전부터 조상님께 제사를 지낼 때 차를 올렸다.


따지고 보면 지금의 차례 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차(茶)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전통 제사에서는 차례상에 반드시 다식(茶食)을 놓는다. 아니면 다식은 생략하더라도 약과는 반드시 올린다. 약과가 다식과 비슷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다식을 우리나라의 전통 과자인 한과의 일종으로 취급을 하지만 원래는 차를 대신했던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다식’이라는 한과가 원래는 찻잎 덩어리였는데 나중에 한과로 와전됐다고 말한다. “쌀가루 등을 꿀에다 섞어 나무통 속에 넣고 짓이겨 동그란 떡으로 만드는데 사람들 중에 다식이란 이름과 그 뜻을 아는 이가 없다”고 했다. 차 분말을 그릇에 반죽하는 풍속이 차차 변하여 곡물을 반죽해 쓰면서 명칭만 원래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혹은 차가 귀했던 시절에는 찻잎을 올렸지만 점차 곡물가루에 꿀과 엿을 섞어 반죽한 다식이 귀한 음식으로 등장하면서 찻잎을 대체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차례상에는 다식이 됐건 약과가 됐건, 차 대용품이 있기 때문에 차례(茶禮)라는 본래 의미가 그대로 살아 있다.

 

만두는 왜 말굽 모양일까?

 

 

설날 먹는 만두는 대부분 모양을 둥그렇게 빚는다. 흔히 교자 만두처럼 반달 모양으로 빚는 것도 아니고 고기만두(포자만두)처럼 맨 윗부분을 오므려 빚지도 않는다. 전통적으로는 만두를 빚을 때 끝을 맞대어 붙여서 동그랗게 만든다. 가만히 보면 마치 말발굽처럼 생겼다.


시중에서 파는 일반적인 만두와 달리 왜 말굽처럼 만두를 빚을까? 여기에도 이유는 있다. 사실 둥글게 빚은 만두는 옛날 돈 모양을 본 따 만든 것이다. 상평통보와 같은 조선시대의 동전인 엽전은 얇은 동전에 가운데 뻥 뚫려 있지만 옛날 중국의 동전은 말굽 모양으로 생겼다. 특히 원 나라 때 동전을 원보(元寶)라고 하는데 백은을 녹여서 말굽 모양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만두를 흔하게 먹지만 옛날에는 만두가 귀한 음식이었다. 명절 차례 때 조상님에게 바치거나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올렸던 소중한 음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한 음식을 제물로 올리면서 동시에 돈 모양으로 만들어 복을 빌었다.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복을 빌었는데(飮福), 이때 한 해 동안의 건강과 무탈을 빌며 재물이 들어 오기를 소원했다. 만두의 끝을 맞대어 둥글게 빚은 것은 돈처럼 생긴 만두를 먹으며 부자가 되기를 기원했던 것에서 유래된 풍습이다.

 

가래떡을 먹는 까닭은?

 

 

설날 반드시 먹는 음식이 떡국이고 떡국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했다. 최남선은 조선상식에서 설날 떡국을 먹는 풍속은 아주 오래됐고 일종의 음복(飮福)음식이라고 했다.


“일년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천지만물이 부활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설날에는 갖가지 중요한 제사를 지냈다. 새로운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와 태양이 부활한다는 관념은 희미해졌지만 그 의식과 물품 중에는 은연 중 옛날 제사의 잔재가 남아 있다. 새해에 정결한 흰 떡과 그 국물로 세시음식을 삼는 것은 그 일단이 아닌가 한다.”


설날 먹는 흰 떡이 하얗고 기다란 가래떡이다. 추석 때 먹은 송편과 달리 색깔이 없는데 백의민족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양숭배의 원시적 신앙에 따라 광명의 상징인 흰 빛을 숭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가래떡을 길게 늘여 만드는 것은 오래 살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식구들이 일년 동안 병을 앓지 않기를 빌었고 또 장수를 기원하는 뜻이 들어 있다.


떡국을 끓일 때는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썰어 넣는다. 엽전 모양의 떡은 재물과 풍요를 바라는 의미다. 중국인이 춘절 때 만두를 빚으며 동전을 넣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가래떡과 떡국에는 하늘에 대한 경외와 무병장수, 재물과 풍요를 바라는 소망이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꿩 대신 닭”의 유래는 설날?


설날 떡국을 끓일 때 예전에는 반드시 꿩 고기를 넣어서 끓였다.


한국세시풍속사전을 보면 설날 떡국에 꿩고기를 넣는 이유는 꿩 고기가 맛이 좋기도 하지만 꿩을 상서로운 새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옛날 사람들은 꿩을 ‘하늘 닭’이라고 해서 하늘(天神)의 사자로 여겨 길조로 생각했다. 그래서 새해 첫날인 설날 떡국은 꿩 고기를 넣고 끓였다.


동국세시기에도 “떡국에는 원래 흰 떡과 쇠고기, 꿩 고기가 쓰였으나 꿩을 구하기 힘들면 대신 닭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꿩은 야생동물이니까 잡기가 힘들었고 쇠고기는 비쌌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꿩 대신 닭고기로 국물을 내고, 고명을 만들어 얹은 것에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겼다고 전한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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